몸무게, 체지방률, 신체 치수가 주는 불편함
내 모토 중 하나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이 나는 다이어터는 아니다.
그저 건강하고 가벼운 몸과 맑은 정신으로 살고자 습관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그 원칙이 자꾸만 흔들린다. 어느 순간 외양에서 가시적인 변화가 생기고 입을 수 있는 옷이 바뀌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살이 빠졌다, 보기 좋다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주니 어쩐지 외모에 굉장히 신경 쓰게 됐다. 당초 식탐을 조절하기 위한 기제로 활용했던 체중 재기와 칼로리 계산은 어느새 ‘감량’에 그 목적을 두게 되었고 더불어 체지방률, 신체 치수까지도 관리 대상으로 삼았다. 운동도 매일 하면 좋지만 못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강박을 가지고 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집중적으로 관리한 만큼 몸무게는 빠르게 감량하였지만 내 일상은 조금 덜 행복해졌다.
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내 일상 속 사소한 행복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남의 시선이 나를 옥죈다.
수치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이 정도 스펙에는 타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상적인 수치는 뭔지에 대해 끊임없이 찾아보고 나 스스로에 대해 평가한다. 끊임없이 칼질하고 재단한다. 이건 아주 빠르게 나를 갉아먹는다. 온 말초신경이 곤두서서 외모에만 신경을 쓰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이로써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 이를테면 그늘에서 맞는 산들바람이나 바른 자세로 걸을 때의 상쾌함 등은 모두 놓쳐버린다.
두 번째, 건강하게 먹는 기쁨을 앗아간다.
최근 패스트푸드나 기름진 것, 지나치게 고열량을 피하고 신선한 제철음식을 먹으며 즐거웠다. 분홍빛 복숭아부터 아삭한 청사과, 시원한 수박, 오이채가 곱게 올려져 있는 콩국수, 감칠맛 나는 냉면까지 한 끼가 소중했다. 그런데 칼로리가 제어 기제가 아니라 통제해야 할 대상이 되자 이렇게 괴로울 수 없다. 과자 하나 먹는 데도 엄청난 결심으로 죄책감을 이겨내야만 한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어느 인터넷 현자는 말했다.
사과 하나, 바나나 하나 더 먹었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내 살은 그걸로 찐 게 아니라 피자, 햄버거, 술 등으로 찌운 거니까.
마지막으로 에너지 소모가 크다.
관리를 시작한 이상 칼로리부터 운동량까지 전체를 통제하려면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중요하진 않지만 작은 의사결정도 늘어나고. 이 모든 게 가뜩이나 더운 여름의 나를 아주 지치게 한다. 최근 들어 이렇게 의욕이 없고 힘든 건 처음이다.
습관을 바꾸겠다고 생각한 당시에는 스스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결심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동기가 외부로 옮겨지는 순간 아주 불쾌한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중심을 내부로 두고 편안히 오래 좋은 습관을 가져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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