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금 너는 어때?
따로 관리받았어?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어?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인사다.
그럼 나는 속으로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지만 태연한 얼굴로 의뭉스레 이야기한다. 여름 되니 입맛이 없어서 식욕이 없더니 살이 빠졌다고. 내 대답이 내숭 떠는 새침데기 같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즉 마음이 굉장히 안정된 시기에는 생활에 활기가 넘치고 많이 움직이며 자연스레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을 실천한다. 군것질도 사람을 만날 때 빼고는 귀찮아서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살이 찌지도 않을뿐더러 식이조절을 병행하면 한 주에 1kg 정도 빠진다. 마음도 몸무게처럼 한껏 가볍다. 진중함의 문제가 아니라 분노, 슬픔, 우울, 걱정 등의 무거운 감정들을 잘 흘려보내는 시기여서 조금은 달뜬 듯 사는 때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모든 관리를 놓아버리는데 그중 가장 안 좋은 습관이 토하기 직전까지 목구멍에 음식을 욱여넣는 것이다. 일부러 몸을 망가뜨릴 것처럼 피자, 햄버거, 떡볶이, 과자, 유제품 등 칼로리는 높고 영양성분은 고르지 않은 음식을 먹는 도중 배가 나올 정도로 먹고 나서야 멈춘다. 사실 멈춘다기 보다 불쾌함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둔다. 이때는 모든 것이 음식 중심이다. 퇴근하면서도 오늘은 뭘 또 먹어볼까 하며 나름의 코스를 짜서 양손 가득 사서 집으로 간다. 이를테면 금요일 저녁, 떡볶이 1인분, 김밥 1줄, 돈까스. 이 모든 건 장장 몇 시간에 걸쳐 꾸역꾸역 먹고는 그대로 자버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살이 빠지는 이야기를 물으면 자연스레 그 이유를 말하게 되고 결국 굉장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런데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나눌만한 깊이의 관계는 아니다. 순진한 생각으로 나를 솔직하게 드러냈다가 배신당한 경험들은 정말 시덥지 않은 농담 외에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굳어졌다. 따라서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내 개인적 이야기까지 할 바에야 좀 얄미워보여도 피하는 게 편하다.
서론이 길었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지난 번 글의 연장선상에서 심리적 허기가 음식을 필요 이상으로 당기고 결국 과식, 폭식,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말 힘들면 살이 빠지는 경우도 많지만 보통의 경우 이런 흐름으로 살이 찌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아차 싶어 돈을 왕창 들여 다이어트 도시락을 사고 PT를 받아도 내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괴롭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훌륭할지라도 오로지 '살을 빼기 혹은 찌우기 위해서 하는 행위'이고 전반적으로 축 쳐진 상태에서 좋은 몸 상태를 갖기란 쉽지 않다. 과거 회사일이 힘들어 10시가 넘은 시간에 퇴근하여 두 시간 넘게 운동을 하고 새벽에 또 운동을 다닌 적이 있다. 힘들게 번 돈을 식비에 쓰는 것도 너무 한심했고 이 때문에 살까지 쪄서 맞는 옷이 없어서 선택한 극약 처방이었다. 극단적인 운동량 때문에 살은 빠졌으나 행복하지도 않았고 빠지는 속도나 모양이 썩 훌륭하지 못했다. 살을 어느정도 빼고 나면 보상심리가 슬그머니 머리를 들었고 식단관리를 느슨히 하고 운동빈도를 줄이자마자 요요가 왔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생활화 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돌보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몸과 마음의 건강과 미용까지 함께 가져다 준다. 스스로 심리적 허기가 뭔지를 알고 그를 잘 달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음. 한껏 충만했던 마음이 서서히 불안으로 물들어가는 기분이다. 정말 긍정의 아이콘이었던 7월이 저물면서 긍정의 힘도 같이 흘려보낸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이런 감정들에 매몰되지 않고, 또한 이를 외면하지도 않으며 잘 순환시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내 자신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훨씬 커진 내 그릇을 발견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래서 몸무게가 소폭 오락가락한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몸무게는 감소하여 내가 설정한 정상수치 끄트머리에 입성했다. 이 기세라면 8월이 가기 전에 1차 목표, 내 인생 리즈시절 몸무게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봐도 요즘 눈에 띄는 부위으 살들이 빠지며 외양에 좀 집착하게 되었는데 이를 경계하고 원래 생각하던 바를 끝까지 가져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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