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세요
Main Image: Photo by Gesina Kunkel @ Unsplash
나는 식탐이 많은 편이다. 옛날 드라마에서처럼 먹을 것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환경도 아닌데 왜 그럴까? 오히려 입이 굉장히 짧은 편이고 포만감을 느끼는 양이 많은 편도 아닌데 말이다.
바로 폭식이다.
심리적으로 공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먹는 것으로 풀었고 성인이 되면서 몸에 안 좋다는 건 다 찾아먹었다. 부모님이 안 사주시던 패스트푸드, 삼겹살, 과자, 아이스크림, 술까지. 자극적이고 부담이 되는 음식들이 주는 짜릿함에 빠져버렸다. 생활습관은 불규칙했고 주로 밤에 음식을 많이 섭취했다. 때문에 활동을 하는 낮 시간에는 속이 부대껴서 먹지를 못하다가 밤이 되면 미친 듯이 폭식을 감행했다. 그러다보니 기하급수적으로 살이 올랐고 결국 취업을 위해 반 강제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살을 뺐다. 명실상부 비만이었고 맞는 옷 사이즈가 없었으니 강제로 빼야 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으니 썩 유쾌하지 않았다.
다이어트는 내게 고통 그 자체였다.
식이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데 체육 시간마저 꾀병으로 빠지고 몇 시든 당기는 건 먹어야 했던 내게 이 모든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살은 빼야겠고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로 꾸역꾸역 다이어트를 했다. 결국 세 달여에 걸쳐 15kg 정도를 드라마틱하게 감량했고 주위의 시선은 달라졌다. 그 이후였다. 다이어트가 내게 강박이 된 것은.
그때 몸무게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꾸역꾸역 계속 하다가 지쳐서 다 놓고 폭식을 하다가 위장병이 나면 그때 반강제 다이어트를 하고. 그 생활을 10년여 간 반복했다. 그래서 집에는 철이 지난 다양한 사이즈의 옷이 걸려있다. 매번 사이즈가 오락가락하니 뭐를 사거나 버리기가 애매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옷 입는 것 자체도 내게는 스트레스가 컸다. 빠졌을 때야 그나마 수월한데 조금이라도 살이 오르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 나는 항상 고통 받았다.
지난해 겨울, 우연히 간헐적 단식을 접하고 나서 내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간헐적 단식을 홍보하거나 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경우에는 간헐적 단식으로 시작해 생활습관이 건강해졌다. 처음에는 고통스럽지 않게 식이조절만으로 다이어트를 해보고자, 완연한 아가리어터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조금씩 몸이 가벼워지면서 생각이 바뀌었고, 이내 내 생활습관의 변화까지 가지고 왔다.
갑자기 모든 야식과 간식을 끊으니 참 힘들었다. 빵, 떡, 떡볶이, 김밥이 너무 먹고 싶었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배에 떨어진 치약을 보고 느낀 바도 있었고 결심한 바는 이를 악물고 지키는 성격 덕에 16:8 간헐적 단식을 하며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몸도 꽤 가벼워졌다. 1차 정체기가 오자 바로 포기를 하며 또 폭식을 시작했다. 다시 앞자리가 바뀔 위기가 있었지만 올해 초 여러 상황들과 맞물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기 관리에 박차를 가했다. 이때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는데 단순한 다이어트라기보다 내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다이어트가 주목적이기는 하지만 내 생활을 바르게 하고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라 생각을 바꾸었다. 그러면서 꾸준히 운동을 시작했고 많이 걸었고 또 건강한 음식들을 충분히 먹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 중간 목표치에 도달했다.
군살도 균형 있게 빠지기 시작했다. 지금 외형에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원하는 수준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과 이전에 입던 옷들이 무리 없이 들어가는 데 크게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정도 뭘 먹는다고 해서 몸무게가 이전처럼 출렁대지도 않는다. 이번 주말에도 간만에 약속이 여러 개 있었고 그간 손도 안 대던 밀가루에, 디저트에 난리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몸무게에는 크게 변동이 없다.
일상 속 마음가짐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자기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있으며 무엇이든 하면 된다, 오늘도 운동하고 걸으며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실제로 운전대를 놓고 걷다보면 파란 하늘과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고 코끝을 스쳐가는 바람의 상쾌함도 느낄 수 있다.
전후 과정을 공개하며 비결을 알려줄 만큼은 아니지만 10년여 간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이어트라는 말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놓고 그냥 내 행복을 위해 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아주 즐겁게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쉽지 않다. 가끔 ‘에이, 더러워서 못하겠네. 안 그래도 힘든데 뭔 놈의 자기관리야!’하는 순간도 온다.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때 한 번씩 삐끗하기도 하지만 그런 순간들은 내 인생에도 마찬가지고 일상의 큰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나가는 일들이고 감정이니까. 한 번 습관을 들이면 살도 빠지고 몸과 마음의 건강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추천한다.
다이어트를 하지 말고 내가 영위할 수 있는 좋은 습관들을 찾기를.
© 2019. 마녀(@southsout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