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륜과 인륜
이 글은 평생 너희와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미리 기록해 두고자 시작했다. 나와 너희들 모두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맞을지도 모를 이별을 대비해 너희들과 함께 늙어 가면서 오랫동안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미리 한 자 한 자 적어보려고 한다.
어쩌면 이 글은 한없이 부족하고 못난 아비가 나의 전부와도 같은 사랑스러운 세 아들에게 보내는 반성문이자 부끄럽게 살아온 나 자신의 고백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앞으로 늘어놓을 이야기들이 너희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은 세상에 나서 죽을 때까지 참으로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중 가장 처음 맺게 되는 인연이 바로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지간이다. 특히 부자와 형제의 인연은 하늘이 피로써 맺어주었기에 가족 간의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천륜(天倫)이라 이른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그 어떤 이해득실이나 탐욕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순수한 사랑과 헌신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너희와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인연 또한 그러하다.
너희가 태어난 날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부모는 새 생명과 마주하던 첫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나오고 코끝이 시큰해 짐을 느낀다.
열 달을 기다린 너의 어머니는 신체의 일부가 베어져 나가는 고통을 참아내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어린 생명을 내려놓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새 생명의 경이로움이 주는 감동과 기쁨의 눈물이자, 이토록 시린 세상을 살아가야 할 너희에 대한 연민과 걱정에 떨군 어미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환희와 감격 속에 너희를 맞이하며, 나 자신과 수없이 많은 다짐과 약속을 했다. 그 성스럽고 간절한 마음은 바로 너희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었고 지금도 그 마음을 변함없이 지켜가려 노력 중이다.
너희를 품에 안을 때면 마치 유리병을 다루듯 조심했고,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거친 세상에 부정이라도 탈까 늘 조심하고 또 경계했다. 너희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학교를 다니면서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지 노심초사하며, 무사히 귀가할 때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혹여 찡그리거나 어디가 다쳐서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태연한 척 위로했지만 그런 날은 불편한 마음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이렇듯 항상 너희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제일 좋은 것을 주고 싶고, 또 그러지 못할 때면 한없이 미안한 것이 부모임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또한 한 배에서 나서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자란 형제자매는 어릴 시절에는 가장 큰 경쟁자이자 넘어야 할 큰 산이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너희를 잘 이해하고 품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이자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그것이 천륜으로 맺어진 형제지간이니 늘 서로가 힘들고 어려울 때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거라. 그것이 너희의 생을 더욱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런 가족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그 뿌리가 된다. 부모와 형제간의 말과 행동이 너희의 습관과 인성을 만들어 줄 것이고 부모의 잔소리와 꾸중 그리고 형제간의 다툼은 더 큰 사회로 나아가서 겪을 도전과 시련에 대비하기 위한 예습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어린 동생이고 편한 형이라고 할지라도 각자 말과 행동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할 것이며,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갖도록 하거라. 그럴 때 우애는 더욱 돈독해지고 관계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그러한 자세와 마음을 가진 사람은 학교나 직장과 같이 더 큰 조직에서도 바른 인간관계를 형성할 것이며, 이것이 곧 인륜(人倫)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