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들들에게 보내는 못난 아비의 편지

8. 위기를 대하는 자세

by 배용현

8. 위기를 대하는 자세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위기와 좌절을 딛고 성장하기 마련이다.

지천에 널린 풀 한 포기도 갖은 풍파와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하물며 이성과 감정 그리고 복합적인 사유체계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은 다양한 갈등과 시련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는 제아무리 거센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듯이 너희 또한 그 어떤 시련과 고통도 굳건히 이겨낼 수 있는 거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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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희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야생의 들판에 홀로 놓일 것이다. 사회에서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며, 자신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열의와 노력에 따라 엘도라도를 발견할 수도 있고 풍랑에 휩쓸려 이름 모를 무인도에 좌초하기도 할 것이다.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고 쉬운 것이 아니어서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뗏목처럼 외롭고 매일매일 마주하는 현실은 두렵게만 느껴질 것이다.


소위 먹고사는 문제는 필연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전제로 한다. 약 300만 년 전 탄생한 이후로 오로지 생존을 위해 진화해 온 인간은 모든 자원의 잉여와 비축을 지상과제로 삼아왔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하나라도 더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고 심지어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주려는 본성을 DNA에 새겨 왔다. 어쩌면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오늘의 눈부신 문명을 창조했을지는 몰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내몰린 채 다수의 사람들은 사회적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에 신음해야 하는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인생이라는 여정은 탄탄대로만 달릴 수가 없다. 물론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곧게 잘 포장된 도로만 끝까지 달리는 금수저도 있지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울퉁불퉁한 오솔길을 시작해 잘 포장된 탁 트인 도로를 만나기도 하고 길을 헤매다가 아예 유턴을 하는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간혹은 비포장길을 달리다가 우연찮게 고속도로에 올라타는 행운을 얻기도 하는데 이런 게 바로 인생의 묘미일 것이다.


이처럼 누구나 살다 보면 한두 번의 고비를 만나기 마련이다. 이 아비 또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적이 있다. 너희는 그런 극단적인 어려움 없이 순탄한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크고 작은 위기와 시련은 늘 그림자처럼 우리 주변을 맴돌기 마련이니 이를 잘 대비하고 빠르게 극복하는 방법을 알면 그나마 덜 힘들고 상처도 빨리 아물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큰 시련과 고통을 받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고난과 역경은 상대적인 감정이어서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피부가 살짝 까지는 정도의 상처라도 나 자신에게는 칼에 베인 것과 같은 고통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법이다. 게다가 당장은 큰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비록 부끄러움으로 남을지언정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마련이다. 그러니 너희에게 닥친 고통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말고 빠르게 극복하고 헤어 나오는 것이 위기와 상처를 이기는 좋은 방법이 된다.

그리고 지난 과오를 되돌아보고 반드시 그 안에서 얻은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그것이 곧 실력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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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했던 위기들을 되돌아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은 위기로 이어졌다.

보통은 무언가 급하게 일이 추진될 때나 아니면 사안의 중대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가볍게 여길 때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하다못해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더라도 ‘뭘 사야겠다.’는 의지나 명확한 판단이 없다면 이것 저것 고르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결국에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사기 일쑤인 것처럼 공부든, 일이든 구체적인 계획과 충분한 준비가 없으면 낭패를 볼 확률이 높다.

『손자병법』 행군편(行軍編)에 “夫惟無慮而易敵者(부유무려이역적자), 必擒於人(필금어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 적을 가볍게 여기는 자는 반드시 적에게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라는 뜻으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과 대비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말처럼 앞으로 너희가 큰일을 도모할 때는 더욱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와 결과까지 예측 및 대비해야 그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다음은 이성과 지식이 아닌 본능이나 감정에 지배되었을 때이다.

감정의 동물인 인간은 중요한 결정을 앞에 두고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특히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이 큰 결정을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감정이 지배된 상태에서는 객관적 정보에 눈을 감게 되고 전체 상황에 대한 분석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에는 전략적 판단을 방해해 그릇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서주 대학살 사건은 감정적인 대응이 훗날 역사에 어떤 평가로 남을지를 잘 보여준다. 조조가 2차례에 걸쳐 서주를 침공해 양민은 물론 가축까지 씨를 말린 이 사건은 자신의 아버지와 동생 등 가족을 몰살한 도겸을 철저히 응징한 복수극이었다. 물론 가족 몰살에 대한 복수는 명분에 불과하고 서주 일대를 장악하기 위한 조조의 전략적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평판은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잔인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인물의 대명사로 박제되었다.


끝으로 과도한 자신감 내지는 자만이 앞설 때 위기를 자초한다.

자신감과 자만은 경험 부족의 산물이다. 진짜 프로는 자신의 능력만 믿고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으며, 전체 판세를 읽고 다음 수까지 계산하면서 매사에 신중함을 보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이 아비는 운전면허를 따고 1년쯤 지났을 때 첫 번째 접촉 사고를 냈다. 큰 사고가 아니어서 보험처리도 필요 없이 간곡한 사과로 잘 마무리했지만 당시에는 다리가 풀리고 머릿속이 멍해질 정도로 많이 놀랐던 경험이었다. 이 사고로 한동안 핸들을 잡는 것이 두려웠던 기억이 있다.

이때 상황을 되돌아보면 끼어들기나 고속 코너링이 너무 재미있고 운전에 자신감이 충만할 때였다. 그런데 막상 사고를 당하고 보니 내 운전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고 이후로는 조심하고 자중하게 되었으며, 이후로는 지금까지 사고를 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운전뿐만 아니라 큰일을 앞에 두고서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만 맑은 정신과 시선으로 전체 흐름을 주시할 수 있으며, 냉철함을 유지함으로써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생겼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16세기까지 세계 최강의 선진국이었던 청 제국이 멸망한 것도 모두 시대와 판세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자만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자만은 품격을 갉아먹는 해충과도 같은 것이니 늘 경계하고 멀리해야 한다. 항상 스스로를 낮추고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에 과함이 없는지를 돌아보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자세를 견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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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 보면 아무리 잘 대비하고 철저히 준비한다 해도 크고 작은 시련을 겪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위기가 닥치고, 나의 의지와 관련 없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고초를 겪기도 할 것이다. 그러한 난관을 가벼운 감기처럼 넘길 것이냐, 아니면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독감처럼 앓느냐는 평소 너희가 면역체계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 면역력은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작은 실수와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늘 담대하게 세상과 맞서기를 바란다.


이처럼 매사에 감정의 휩쓸림이 없이, 신중한 태도로 모든 일을 철저히 계획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웬만한 위기와 시련은 사전에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담대함과 용기로부터 발원한 평정심은 위기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는 필수 자양분이 될 것이니 이를 잘 기억하고 마음에 새긴다면 너희는 거친 대지에 깊이 뿌리내린 거목처럼 늘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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