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바야흐로 컨텐츠의 범람 시대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뉴스레터, 블로그, 뉴스 기사 등등 세상에 보고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구독하는 여러 채널들, 다들 본다는 드라마를 챙겨보기엔 하루는 짧고 볼거리는 넘쳐난다. 한정된 시간에 진득한 볼거리를 찾을 때는 넷플릭스를 켠다. 유튜브의 컨텐츠 수준이 상향되었지만 아무래도 전문 제작팀과 작가들이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제작한 컨텐츠의 퀄리티가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특히나 다큐멘터리같은 지식 컨텐츠가 끌린다.
미니멀리즘, 채식, 건강, 우주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봤지만 올해 봤던 다큐멘터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빌 게이치의 이야기를 다룬 <인사이드 빌 게이츠>이다.
개인 컴퓨터 즉, PC의 시대를 만들어낸 시대의 발명가이자 자본가인 빌 게이츠.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은퇴하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몇 년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수더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본 3부작 다큐멘터리가 <인사이드 빌 게이츠>이다.
다큐멘터리는 그가 새벽 6시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영상에 그려진 그의 하루는 아래와 같다.
6시 기상
8시 'MIT 테크놀로지 리뷰' 인공 지능 기사 기고
9시 테라파워(안전한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 ) 회의
10시 30분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회의
점심시간 30분 동안 워런 버핏과 통화
12시 30분 위생 관련 회의와 교육 전략 리뷰, 기자 인터뷰
일과 후 IV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냄
그의 비서는 빌 게이츠는 분 단위까지 맞춰 모든 시간을 엄수한다고 말한다.
시간은 그분이 유일하게 더 사지 못하는 상품이에요.
엄청난 자산가임에도 그의 하루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24시간 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 덕분에 그의 24시간 동안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으리라.
그가 시간을 사용하는 독특한 방법 중에 'Think Week'가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를 운영하고 있던 90년대부터 시작한 그만의 전통이다. 책을 한 무더기 들고 홀로 조그마한 별장으로 향한다. 그동안 그가 생각하고 싶던 '생각거리'를 들고 말이다.
'개발도상국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의 오수는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일단 차분하게 생각해본다. Think Week동안 그의 책상 위에는 옥스퍼드 패드와 펜, 그리고 콜라가 놓여 있다.
빌 게이츠는 소문난 Hard worker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을 때는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종일 일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스타트업이던 시절 동료들도 엄청나게 과로했지만 그가 보기엔 부족해 보였다고 한다.
우린 꽤나 미쳤었고 요구하는 게 많았어요.
뭔가를 하는데 일주일 이상 걸리는데 난 하루면 할 수 있어.
왜 나만큼 일하지 않는 거야?"
젊은 시절의 빌 게이츠는 똑똑했고, 성실했고, 마이크로소프트에 헌신적이었다. 1년 365일 110% 마이크로소프트에 전념했다. 공동창업자인 폴은 대기업 운영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갈수록 서로 부딪치곤 했다고 한다.
그처럼 청년 시절을 치열하게 보냈기 때문에 사람들의 삶을 바꿔낸 혁신적인 제품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괴팍해 보이고 탐욕적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세상에 혁신을 가져오는 제품을 만들고, 은퇴 후에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가. 정말 본받고 싶은 롤 모델이다. 워라밸을 지키면서 빌 게이츠만큼 성공할 순 없을 것이다. 그처럼 똑똑한 사람도 엄청난 Hard working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빌 게이츠는 은퇴한 후 아내 멀린다와 함께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우고, 지구촌의 갖가지 문제에 집중한다. 개발도상국의 많은 아이들이 오염된 물 때문에 설사를 앓다가 죽는다는 기사를 보고 빌과 멀린다는 충격받는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작 설사로 죽어간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고, 소아마비를 지구촌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 백신 배포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데빌 자본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그는 어떻게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
이는 그의 어머니인 마리 게이츠의 영향이 크다. 어릴 적 빌 게이츠는 내향적이고, 다소 폐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를 세상 밖으로 꺼내어 준 것이 어머니이다. 그의 어머니는 시애틀 사교계의 유명인사로 여러 이사회에 속해 있었고, 특히나 공동체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빌 게이츠가 워런 버핏을 처음 만나게 해 준 것도 어머니였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 마리 게이츠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는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한 정의를 세워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기대를 품을 때 부끄럽지 않게 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모두가 빌 게이츠처럼 성공적이고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갈 순 없다. 그러나 스스로 성공의 기준을 정의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를 상상할 때 우리는 조금 더 떳떳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받거나 주는 것들이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것보다 나의 생각과 내면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 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빌 게이츠는 청년 시절 엄청나게 몰두했고, 때론 탐욕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자본가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공동체를 위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가 가진 복잡성을 해결하는 탁월한 능력,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그가 가진 것들을 활용해 사람들을 돕고 있다.
모든 자본의 80퍼센트를 상위 20퍼센트가 차지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에서 그처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을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물론 빌 게이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전한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인 테라 파워에서 중국과의 공조가 필요했으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연기되었을 때 이런 말을 한다.
이런 말을 한 적 있나요?
이건 너무 힘들어요.
너무 많은 책임을 떠맡았어요.
그만둘래요.
가끔은 이런 말을 해야 하긴 해요.
포기합시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요.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해.'
그는 진정한 hard worker다.
사람은 누구나 성장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건 꽤 감동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중 하나인 미스 아메리카나>에서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성장기가 드러난다. 테일러 스쿼드라고 대중적으로 몇몇 악행을 부리기도 했던 모습에서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도 완벽하게 무결하다고 할 순 없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 그들이 최고가 되기까지 일에 몰두하는 모습, 그들이 지금 관심 가지고 있는 문제, 그리고 그 문제가 세상을 더 낫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보면 가슴 한편이 뭉클하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세상에서 어떤 구성원이 되고 싶은 지 돌아보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와 영화가 많아지는 만큼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도 더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