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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댕기자 Feb 22. 2024

‘그들’이 왔다...미국 집 바퀴와 조우

조지아 생활 한 달 만에 만난 불청객...퇴치작전 결과는 미지수

미국 생활 4주차 무렵, 

새벽 화장실에서 예기치 않은 만남이 있었다.

세탁기 아래에서 갈색 생명체가 뽀로록 기어나왔다.

작지만 빠른 움직임과 남다른 자태. 

이미 내 본능은 외치고 있었다. 

"저것은 라쿠카라차(바퀴)"라고.


다음날 새벽, 전날과 같은 장소에서 

또다른 녀석이 찾아왔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올 것이 온 것이었다.

조지아주로 올 때 걱정했던 바로 그것. 

따뜻한 동네에서 더 심하다는 그것.

한 마리가 관찰된다는 건 

한 마리가 산다는 뜻이 절대 아니라는 그것.

2층이니 1층보다는 벌레 걱정이 덜하겠지, 

라는 생각은 경기도 오산행.


관리사무소 사이트페스트 컨트롤 요청글을 올렸다.

하루가 지나도 답이 오지 않았다. 

그 사이 그들은 주방과 거실로 한 마리씩 진출했다.

거실에서 본 개체는 크기도 더 컸고, 심지어 살짝 날았다.

다급해져서 문자와 메일을 다다다다 날려보냈다.

신속한 조치가 어렵다면 나도 약을 살 테니 빨리 답을 달라 했다.

"우리가 일정을 잡을 거지만, 니가 먼저 약을 치는 것도 좋을 거야."라고 답이 왔다.


이날까지 미국 거주여성들 커뮤니티를 열심히 검색해본 바, 

아마존에서 파는 튜브형 미끼들 혹은 붕산으로 직접 만든 미끼가 효과적이라고 했다.

튜브형 중에는 Advion 제품이 가장 평이 좋았는데, 4개 세트로 20불대였다.

Maxforce도 추천받았는데, 1개에 10불대였다.

미국생활의 예상치 못한 지출들에 마음이 쪼그라든 나는

'페스트컨트롤도 올 건데...' 하면서 가장 저렴한 붕산에 먼저 도전해보기로 했다.


붕산을 샀다가 안 들어서 튜브형 약제까지 사면 돈만 낭비다.

하지만 하루 빨리 약을 치고 싶었고

튜브형 미끼들은 아마존 프라임이라도 하루이 더 걸리는데,

붕산은 월마트에서 당일 배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붕산을 위해 무려 월마트 무료 배달 1개월 프리 트라이얼에 가입했다.)

6불대 붕산 한 통

미끼형 약제들은 컴배트 광고에서 보던 것처럼, 

먹이를 먹은 애가 서식지에 돌아가서 죽으면, 

다른 친구들이 그 사체를 먹고 연쇄살'충'되는 방식이다.

덕분에 바퀴 사체를 볼 일은 많지 않지만,

대부분 2~3주는 기다려야 효과를 본다고 한다.

즉각적인 효과를 바란다면 Bengal roach spray를 추천한다는 말도 봤다.

대신 다음날부터 사체를 왕창 치워야 한다는 이야기에 망설였다. 

집안에 연기를 터뜨리는 포그형은 의외로 비추도 많았다.


20불대 튜브형 미끼 4개
10불대 튜브형 미끼 1개
10불대 스프레이


일단 붕산이 배달되자 부엌과 화장실 구석구석과 가전 아래에 뿌렸다.

그리고 며칠간 지켜봤다. 

붕산 가루만으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은 주로,

바퀴가 못 알아차리고 지나가다 몸에 묻게 

살짝씩만 뿌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겁이 많은 나는 새하얀 붕산을 사정없이 뿌려놓았다.

이후 며칠간 안 보이는가 싶던 작은 벌레가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잡을 때 약간 힘이 없어 보이는 것도 같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관리사무소가 연락을 하겠지 하다가 거의 까먹을 무렵

페스트 컨트롤이 왔다.

신청하고 10일은 지난 뒤였다. 

집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기다렸다.

집 밖에서 뭔가를 계속 뿌리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집 문을 두드렸다.

스프레이가 달린 통을 들고 온 사내는 신발을 벗어달라는 요청에 

친절하게 양말바람으로 온 집 벽을 따라 약을 쳤다.


그리고 며칠이나 잠잠했을까.

금요일에 페스트 컨트롤이 다녀갔는데,

월요일쯤부터 다시 작은 벌레가 보였다. 

사체는 단 하나 발견됐다.

이건 듣는 것도 안 듣는 것도 아닌 상황.


때가 왔다, 생각했다. 

붕산 미끼 제조를 시작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레시피를 보면 이렇다.

1. 붕산에 카스테라를 섞거나

2. 붕산에 삶은 감자와 계란 노른자를 섞거나

3. 붕산에 계란 노른자와 설탕을 섞는다.

나는 세 번째 방법에 참기름도 살짝 쳤다. 

고소한 냄새에 내 침이 흐를 것 같으니, 

제발 벌레들도 알아주길 기대했다.

붕산계란경단의 어여쁜 자태

은박지로 작은 접시를 만들어 붕산경단을 올리고

부엌(냉장고 아래, 오븐 아래, 식기세척기 아래, 오븐 뒤)과

화장실(세탁기 아래, 세탁기 옆, 변기 뒤, 세면대 아래)에 배치했다.

그리고 며칠 여행을 다녀왔다.

결과는 두둥...


일단 사체를 하나 발견해서 치웠다.

그러나 아직 살아있는 녀석도 작은 사이즈로 두 차례 목격했다.

지난 주에 놔둔 미끼들을 확인해 보니 이미 딱딱해졌다.

이 미끼의 단점은 컴배트 같은 케이스형에 비해 빨리 굳어서 

자주 교체해야 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냉장보관해뒀던 남은 미끼로 교체하고 다시 기다려보기로 했다.

앞으로 한두 번 더 미끼를 교체해 본 뒤

다른 약을 살지 말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꽤 맛있어 보이는데, 왜 먹지를 못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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