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생긴 걸 알았을 때
나는 펑펑 울었다.
왜냐면 내 통장에는 50만 원 밖에 없었고
집도 없고 차도 없었으며
와이프도 나도 집에서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낳고 싶어서 미안한 마음에
펑펑 울었다.
만약 좋은 아빠가 못 되고
이 빌어먹을 가난을 또 물려주면 어쩌나 싶어
그냥 펑펑 울었다.
난 가난하다고 부모를 원망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난은 늘 불편했고 가난은 족쇄였고
가난은 늘 나를 기죽게 만들었다.
내 아들도 내 가난을 원망하지 않겠지만
늘 기죽어 다닐까 봐 너무나 무서웠다.
열심히 일했다.
여전히 가난하지만 아들이 눈치는 채지 못할 정도로만
살아가고 있다.
심장과 신장이 녹아내릴 정도로 일을 해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내가 부자가 되는 건 불가능했다.
인간이 살면서 행복할 수만은 없다지만
너의 불행이 나로 인해 비롯한 것만은 아니길
나는 매일 그 생각뿐이란다.
너는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지. 그런 말은 입 밖에 나오기 쉽지 않은 말이니까.
난 내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내가 네 곁에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함께 해줄 수 없을까 봐
겁이 나고 또 겁이 났다.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아들.
인간은 다른 인간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단다.
나는 나의 아버지, 너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분이 살아생전에 어떤 심정으로 나를 대한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단다.
네가 그러지 않도록 종종 편지할게.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