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나와 드럼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169. 나와 드럼


2026년 2월 15일 일요일 맑음


116억 원을 미국 주식 TLTW에 몰빵 투자한다.

배당이 연 12%일 때, 한 달에 116,000,000원의 배당금이 입금된다. 그럴 때마다 곧바로 SOXL을 매수한다. 이때 주식이 폭락하면 배당 수익에서 주식의 손해액을 상계할 수 있을까? 새벽의 화두였는데, 같은 계좌, 같은 행위이기에 가능할 것 같았다. 기막힌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나가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켜고 부팅을 기다리며 “황금기의 아침”이라고 외치며 제자리 뜀뛰기를 했다.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상계 또는 합산되지 않았다. 두 소득은 장벽으로 막혀 있었다. 그러므로 배당에 대한 종합소득세와 주식 투자 손실은 따로 생각해야 했다. 또 하나의 무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으나 피곤이 몰려오자 다시 침대로 향했다.


정신이 맑아진 시각은 정오가 다 되었을 때였다.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원산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카메라와 인터넷으로 주문한 파이프 모양의 옷걸이, 실내등을 큰 봉지에 담아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인생에서 잘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드럼을 배운 것이었다. 수상레저 조종면허와 수렵면허를 취득하고 다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 생각해 낸 취미였다. 곧바로 충무로 드럼 학원에 등록했다. 2010년 9월 초였다.


2013년, [극한직업 건물주]의 무대인 잠실 건물을 낙찰받고 인테리어를 끝내면서 [피렌체 빌딩]으로 명명하고 지하 공간에 드럼을 설치했다. 200인치 프로젝터와 스크린으로 영화도 시청했다. 이때 본 영화 ‘대부’의 영향으로 필명을 ‘마이클’로 정하기도 했다.

2017년 잠실 [피렌체 빌딩]을 매각한 후에는 안양 [피렌체 하우스]에 두었다. 설치할 공간이 없어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2018년 용인 [피렌체 하우스]를 완성하고 펜트하우스 복층으로 옮겼다가, 주차장에 드럼 연습실을 만들어 다시 옮겼다. 그러나 셀프 방음 공사로 방음이 완벽하지 못했기에 자주 연주할 수는 없었다.

2022년 가을, 마음껏 연주하기 위해 호텔 건축 부지인 허허벌판에 가져다 놓은 두 개의 빨간 컨테이너 중 하나를 드럼 연습실로 개조했다. “내 인생에 이사는 없다”라고 다짐하던 영상 기록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함부로 다짐해서는 안 된다. 나의 다짐은 2년을 지키지 못했다.


드럼은 다시 안면도 [케렌시아]로 옮겨졌다. 호텔 건축 부지가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로 수용된다는 발표가 나자 NPL 투자로 안면도 빌라를 낙찰받았기 때문이다. 안면도 빌라(후일 케렌시아로 개명함) 낙찰 후 명도와 정상화 과정을 거친 다음 해, 101동 커뮤니티 공간을 자작 방음한 후 용인에서 드럼을 싣고 왔다. 2024년 봄이었다. 드럼은 얼마 전 고양이 한 마리가 휘젓기 전까지는 가끔 연주하곤 했다.


드럼을 다시 원산도 [몸플릭스] 스튜디오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의 드럼은 승리를 자축하는 연주가 아니다.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는 인내의 울음이다. 용인 [피렌체 하우스]의 미분양을 견디는 울음, 호텔 건축 부지에 건축할 때까지 망하지 않도록 버티는 울음, 안면도 케렌시아 정상화를 기다리는 울음이었다.

그러니 울음은 그쳐야 했다. 드럼 연습실을 만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기를’이라고 읊조리며 드럼을 옮긴 이유이다. 하지만 다시 드럼을 옮긴다. 고향 마을처럼 바닷물이 발밑에서 찰랑거리는 곳이다.


러그를 깔고 드럼을 조립한다. 물티슈로 먼지도 닦는다.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인생 3막 ‘황금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헤비메탈 곡을 드럼으로 연주하며 불안을 견뎌냈듯이, 나 또한 7080 대학가요제 곡을 연주하며 성공을 기다릴 것이다.


원산도로 향하는 호박마차의 오디오 스피커에서도 드럼 연주곡이 흘러나왔다. 몸의 리듬을 다시 드럼 연주에 맞추는 예열이었다. 그렇게 도착해 드럼을 조립했다. 한편, 오두막 내부 공간도 따뜻했다. 아니 더웠다. 창문을 열어 온도를 낮추고 가져간 옷걸이를 조립했다. 백수 두 줄 운동복을 걸어 놓을 파이프 모양의 디자인이다. 35,000원 가격임에도 품질은 훌륭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4시를 향하고 있었다. 공구와 자재가 담긴 노란 바구니 두 개를 호박마차 트렁크에 싣고 다시 원산안면대교를 건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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