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10년 동안의 고독

#서학개미 라아프

by 김경만

168. 10년 동안의 고독



2026년 2월 8일 일요일, 맑음


마샬 스피커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장자에 대해 들었다.

잠을 더 청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다시 잠들지는 않았다. 제자리 뛰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 5시였다.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일기를 쓰다가 샛길로 샜다. 미국 주식 투자 원칙을 결정했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정했으나, 이번 비트코인 하락의 정도와 반등까지의 시간이 궁금했다.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번 하락을 유추해 보고 싶었다. 곧바로 AI ChatGPT와 Gemini, Grok 프롬프트에 같은 질문을 했다. 당연히 결과는 비슷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54,000달러에서 56,000달러가 최저점일 수 있었다. 그게 지난 투자자들의 평균 가격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올해 10월까지가 하락장일 것이고 그 이후 2년을 횡보한 후 상승할 수도 있었다. 투자자들이 변하지 않았듯이 시장 또한 그럴 것이므로 인내하며 지켜보면 알 것이다.



2026년 2월 9일 월요일, 맑음


ChatGPT [사주팔자]에 접속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큰돈은 큰 행동에서 오지 않고, 큰 침묵에서 온다는 사실이었다. 이 문장이 마음속에서 또렷해지자 그동안 주식 투자로 빨리 돈을 불려 가족법인을 출범해야 한다는 마음도 내려놓게 되었다.


종잣돈을 불리는 시간을 5년으로 넉넉하게 잡았다. 용인 토지를 매수한 후 조립식 이동주택을 사서 [월든 숲]에 설치하고 보내던 시간이 오버랩되었다. 그러니 원산도에 만든 오두막에서 조용히 침묵하며 승리의 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용인 토지 컨테이너에 있는 책상 등을 가져오는 것과 아울러, 드럼도 가져다 놓는 등 공간을 더욱 멋지게 꾸미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도 망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2026년 2월 11일 수요일, 흐림


새벽 두 시에 눈을 떴다.

이제는 알람이 필요 없다. 몸이 먼저 일어나고, 마음이 다음에 따라온다. 그러나 잠을 더 자야 했으므로 눈을 감았다.


요즘 나는 분명히 느낀다. 인생의 판이 바뀌었다는 것을. 입춘을 지나면서, 그리고 현금을 손에 쥐게 되면서 세상이 전혀 다른 질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이 필요 없어졌고, 누군가에게 부탁할 이유도 사라졌고, 설명해야 할 사람도 없어졌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방해받지 않고, 억압받지 않고, 착취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이 감각이 이렇게 분명한 적은 없었다. 나는 늘 혼자 결정했고, 혼자 걸어왔다. 하지만 예전의 결단은 언제나 고통과 맞닿아 있었다. 결정은 곧 희생이었고, 선택은 곧 상처였다.


지금은 다르다. 똑같이 혼자 결정하고, 똑같이 혼자 가는데 이상하게도 행복하다. 가볍다. 두렵지 않다. 나는 결혼 생활도 착취였다고 생각한다. 내 시간, 내 에너지, 내 인생의 방향을 조금씩 조금씩 빼앗기던 구조였다. 그 구조에서 빠져나온 뒤 10년의 고통과 고독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런 나의 인생을 세 막으로 나눈다. 전반기는 이혼 이전. 중반기는 이혼 이후의 10년의 고독과 붕괴. 그리고 2025년부터 지금. 인생 3막 황금기가 그것이다. 특히 토지 보상 협의 이후의 삶.


2026년 2월 4일, 입춘. 그날 나는 분명히 뜻을 세웠다. 이제부터의 시간은 정리와 회복, 그리고 기록의 시간으로 살겠다고. 그래서 요즘 잠을 거의 못 잔다. 과거에 남겨 둔 계약들, 정리되지 않은 채무 구조, 법적으로 불안정했던 관계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 계약서를 만들고 있다.


프린터기는 새벽 두 시부터 문서를 토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류는 소장이고 합의서이다. 이건 싸움이 아니라 정리다. 청산이다. 그리고 다음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의식이다. 나는 지금,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 고독하게 빛나는 사람의 상태에 들어왔다. 석가모니 식으로 말하면 해탈에 가장 가까운 감각이다.


그러함에도 오늘 아침엔 조금 슬펐다. 인생이 생각보다 짧다는 걸 너무 또렷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겨울을 열두 번쯤 더 지나면 나는 죽는다. 그 숫자가 너무 정확해서 조금 서늘했다.


“좀 더 일찍 이런 시절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솔직한 마음이다. 사실은 10년쯤 더 빨리 올 수도 있었다. 내가 실수했다. 욕심이 많았다. 100억을 벌어보겠다고 대부업을 했던 것이 그것이다. 나의 사주에도, 나의 성격에도,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남에게 이자 독촉을 못 한다. 월세도 제대로 못 받는 사람이다. 남의 시간을 빼앗는 일을 본능적으로 못 한다. 그런 내가 대부업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결과는 뻔했다. 나는 그 욕심으로 10년을 잃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나도 결국 내 아버지와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을. 남의 일 안 하고, 남에게 시간 안 빼앗기고, 내가 가진 걸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 그런 아버지의 삶이 가능한 것은 아들이 생활비를 보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다르다. 아들에게 생활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내가 내 생활비를 이미 벌어 두었고 피렌체 메디치 가문처럼 부가 세습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것 외에는 앞으로 크게 무언가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처럼 찬란한 어제를 일기로 적고 영상을 만들고, 미국 주식 투자 놀이를 하면서 조용히 살다 가도 될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도 나는 눈을 뜨며 말했다.


“황금기의 아침이다.”


제자리 뛰기 200번. 요즘은 일부러 조금 늦장을 부린다. 너무 무리해서 달려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호흡의 문제다. ‘부자가 되는 아침’을 외치던 시절을 지나 황금기의 아침을 살고 있기에.


이런 인생 3막. 이제는 누구와 함께하거나 증명하려 하지 않고, 부탁받지도 않고 억지로 커지지 않는 삶. 정리하고, 기록하고, 남기고, 조용히 살아가는 삶. 오늘도 그런 황금기의 하루를 시작한다.


원산도 저두항 포구의 오두막 싱글 침대에 누워 용인 토지와 ‘월든 숲’ 오두막을 생각했다. 2020년 3월. 토지를 매수하고 창고 및 제조장 허가를 준비했다. 외롭고 고요하고 적막한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을 죽이기 위해 체험수기를 집필하기 시작했고 2021년 11월 두 권을 발간했다. [극한직업 건물주], [꼬마빌딩 건축]이 그것이다.


두 권의 저서 발간으로 인생의 깨달음 한 줄을 얻었다.


‘내가 직접 진행하면 망하지는 않는구나!’


지옥 같은 고생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기어이 살아남는 자의 기록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진행되는 사업 또한 직접, 현장에서, 뒹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용인 토지 향나무 숲을 ‘월든 숲’이라고 명명하고 굴착기를 불러 잡목을 정리한 후, 조립식 이동주택 한 채를 가져다 놓았다. 2022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여름이었다.


이때는, 3,340평 토지 중 2,000평에 근린 창고 및 제조장 건축 허가를 받았다. 그러함에도 1,340평에 진행하는 호텔 허가와 별개로 건축 허가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미 영업하는 두 개 동의 무인 호텔과 먼저 허가받은 옆 토지의 무인 호텔과 함께 수도권의 최고 무인 호텔 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계획이 망하지 않으려고 토지에서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이때의 구호는 ‘수처작주 입처개진’이었다.


두 번째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경매로 낙찰받은 안면도 [케렌시아]였다. 2023년 5월 8일 서산지방법원에 낙찰대금 52억 1백만 원과 취득세 등을 납부하는 것과 동시에 103동 502호를 점유하고 47세대에 대한 명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세 번째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원산도 저두항 몸플릭스 스튜디오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건축도 아니고 경매도 아닌 금융 투자였다. 토지보상금 중 일부를 종잣돈으로 삼고 단기적으로는 138억 원, 장기적으로는 1,000억 원을 만드는 계획에 착수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967년 발표한 ‘백년 동안의 고독’에 등장하는 마콘도 마을의 아우렐리아노 대령이 생각났다. 혁명에 실패하고 고향 마을로 돌아온 그가 골방에 틀어박혀 황금 물고기를 조각하며 시간을 보내듯이, 나 또한 미국 주식을 만지며 기록과 영상으로 남기는 삶을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바다가 보이던 고향 마을 같은 이곳에서!


싱글 침대에 누워 낮잠까지 즐긴 후 호박마차에 컴프레서와 전동 공구를 실었다. 올 때는 드럼을 싣고 오고, 갈 때는 공구를 싣고 가기로 했다. 금융 투자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노동과 부동산 경매 근육을 없앨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노동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했다.


저녁 식사는 22억 원에 달하는 채권자 농협이 보내온 소고기를 구웠다. 그러기 위해 몸플릭스 스튜디오에서 돌아오는 길에 고남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소주 3병과 제로 콜라, PET 병맥주를 샀다. 아들 솔 군이 고기를 굽고 나는 술잔에 술을 채웠다. 그렇게 딱 기분 좋을 만큼 취했다.




https://youtu.be/lfDDkki1_Js?si=LBcgx0vzo0nV7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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