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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an 26. 2024

7. 반대하는 의견은 신중하게

[연재] 이혼에서 찾은 성공의 날개

7. 반대하는 의견은 신중하게


           

2014년 2월 7일 금요일 맑음

      

  눈을 뜬 곳은 아지트였다. 

  아내가 어젯밤 ‘친구들과 술을 한 잔 마신다’라는 말에 퇴근하지 않았었다. 한껏 게으름을 부리며 일어나 샤워를 하고 셰이크를 마셨다. 햇살이 따스하게 거실을 비출 때였다. 노트북을 펼치고 어제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왜 (집에) 오지 않았어?” 

    

  아내가 전화해 물었다. 그는 “당신 술 마시고 마늘 냄새 풍길 텐데 내가 갈 것 같냐?”라고 대답했는데, 동네 미용실에서 ‘기분전환을 위한 머리 손질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니 아마 잠시 후엔 이곳에 들이닥칠 것이다.      


 작업복에 군화를 신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철거를 담당한 한 소장이 “아침 일찍 철거업자를 보냅니다”라고 알려왔기에 마지막 남은 철거를 할 생각이다. 307호 입주자가 사용하던 커다란 책상과 서랍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된 상태였다.      


  철거하면서 나사못에 약간 찔리긴 했으나 무사히 마쳤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철거하면서 ‘이렇게 힘들게 철거를 하고 다른 사람들 좋은 일 시킨다’라는 생각이 들자 ‘공간을 되도록 독점하리라’라고 마음먹었고, 내일 떠나기로 한 꿩 사냥 계획도 미루며 샤워하고 집으로 퇴근했다.    

  

  아내는 웨이브 파마를 했다. 딱히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밥이 없어서 부랴부랴 새로 지었다. 메뉴는 상추쌈이었다.         


  

2014년 2월 8일 토요일 오전 비 오후 눈 


  새벽이었다.

  그가 아내의 엉덩이를 잡아당기며 밀착을 시도했다. 아내가 말했다.  

    

  “새벽에 철거업체가 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 말에 용수철처럼 몸을 튕기며 일어났고, 외출복을 챙겨 입고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앞 유리창에 작은 빗방울이 부딪쳐 부서진다. 어제 세차를 하고 광택까지 냈었다. 그러니 잠시 ‘랭글러를 타고 갈까?’ 갈등하다 그대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부으으으-ㄱ-”     


  아지트에 도착할 때 철거업체는 그에게 전화하는 중이었다. 벨소리를 들으며 주차장에 도착했고, 유리창을 내려 얼굴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철거해야 할 부위와 버릴 물건, 버리지 않아야 할 물건을 알려준 후, “나 올라갑니다.”라고 말하며 사무실 겸 아지트인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출근할 때 내리던 비는 함박눈으로 바뀌어 내렸다. 점심때가 되어 사무실을 나선 그는 ‘중국집’을 찾았다. 기름에 볶은 볶음밥이 먹고 싶어서였다. 골목을 돌아 찾아갔더니 배달 전문점으로 홀이 매우 지저분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곳이 MBC아카데미 근처 [동천홍]이었다. 매우 유서 깊은 청요릿집으로 그가 갔을 때는 이미 폐업을 한 상태였다.   

   

  그러니 다시, 눈발을 외투로 막으며 오는 길에 본 2층의 ‘PUB'에 들어갔다. 점심 메뉴로 스테이크를 팔았는데 8,000원이었다. 음식은 그런대로 좋았다.      


  오후 되어 철거는 끝났다. 현장으로 내려가 인테리어 도면을 그리려고 해도 저렴하고 쌈박한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아내가 전화를 걸어와 “눈 오는데, 두부김치?”라고 말꼬리를 올렸다.


   그는 막걸리에 두부김치를 먹으며 아내로부터 둘째 언니와 큰 며느리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안양역 앞에 건축할 근린빌딩에 대한 의견도 말했다.    

  

  “그곳이 낙후되어 공실이 많을 것 같으니 건축보다는 팔아야 하는 것 아냐?” 

    

  그는 아내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그럼, 경매로 매각할게!”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는데, 그 땅은 대출이자로 월 280만 원이 지출되고 있기에, 경매로 매각될 때까지 1년여의 기간 동안 3천만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함에도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아내도 ’ 반대‘의 결과가 어떠한지 손실을 피부로 느껴보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에게 ‘반대’ 의견을 낼 때는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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