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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소윤 Feb 05. 2024

무경력 퍼포먼스 마케터의 빠른 성장 노하우

퍼포먼스 마케팅 첫걸음

무경력으로 단 3개월 만에 대형 광고주의 PM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

*CJ온스타일 관련 사례의 수치는 예시일 뿐이며 사실과 무관합니다.


업을 마주하기 전까지 내가 생각한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는?

- 2022년 직무 인터뷰 中 -

    "제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란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의 대표적인 분야로, 어떤 기업도 피해 갈 수 없는 귀착점입니다. 전방위적으로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생성하고 또 유지하며 매출 전환에 기여하는 중심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행동을 트래킹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맞춤 타기팅 광고를 진행하는 마케팅이야 말로 초개인화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업이 각광받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이유로, 전환(매출)이 즉시 발생하는 채널이 아니라 하더라도 소비자 퍼널 전체의 관점에서 제품 인지와 구매 의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잠재적인 매출 기회를 캐치하여 채널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한다는 점입니다."

는 사실 아니었다. 위 글을 읽던 독자 역시 거창하고 뻔한 내용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그로스 해킹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본질적 차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막연히 보고 들은 이론만 가지고 떠들어댔던 퍼즐 맞추기였다. 당시 내가 나에게 마케터란 흔히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참신한 기획과 제안, 순조로운 이행,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눈 깜짝할 새 달성하는 올라운더였다. 여기에 더하여 거절할 수 없는 수치적 근거를 내보일 수 있는 것이 바로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멋있었다. 나에게는 오로지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 지나온 대학시절 4년의 외길 위 꽃비 같았다.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가뭄과 같은 브랜드에 비가 되어줄 수 있다고 자만했다. 논리와 비판적 사고라는 식탁 위에 숫자와 수치라는 수저만 얹으면 비로소 8첩 반상이 차려지는 줄 알았다.


M사에 합류하면서 바뀐 '퍼포먼스 마케터'에 대한 나의 생각

     입사 22일 차, 2022년 11월 3일 오전 3시 38분 대표님께서 일생을 담은 값진 이야기를 전체 메일로 전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단돈 천 원을 아끼기 위해 2시간 거리를 걸어 다니던 때부터 M사의 대표가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과 고충을 담은 짧은 회고록이었다. 모든 이야기가 인상 깊지만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가장 공감되는 구절이 있다.


“일을 하다 보니 남보다 항상 1~2시간 2~3시간 더 많이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더불어 우리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의욕에 속아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에 한 단어만 꾸준히 외우는 습관을 형성하라’고. 결과적으로 실패다. 11살 때부터 학원을 다니면서 한자 5급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일회성에 불과했다. 초반에는 솟구치는 의욕으로 하루 한자 20자도 암기했지만 점차 실증을 느끼면서 초심을 잃었다. 24시간 중 문자당 최대 64획(龖), 되새기며 한 번 끄적이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1초 채 되지 않는 한 문자를 암기하는 것도 꾸준히 실천하지 못했다. 위 대표님의 코멘트를 특히 높이 샀던 이유는 이러한 사정에 있다. 끈기와 노력은 어느 분야에서나 선행되어야 하는 의지고 의도지만 지속과 유지가 어려운 계획이다. 또한 ‘남들처럼' 실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남들보다' 실천해야 한다. 내가 M사에 합류하면서 마주한 ‘퍼포먼스 마케팅'이란 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업이었다. 넘치는 열정으로 시작하기보다 단단한 각오로 시작해야 하는 업.


자세를 갖췄다면 본격적으로 감각을 키워야 한다.

누군가 길을 걷다 나의 광고를 번뜩이며 떠올릴 때까지.



1년을 해 보건대 내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터에게 필요한 덕목

     앞서 ‘감각', 즉 센스를 강조했던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확장된 거실'을 제공한다. 루이비통은 ‘패션 아이템'을 팔지 않는다. ‘파리의 생활예술'을 판다. 같은 이유로 인스탁스는 단순히 ‘카메라'를 팔지 않는다. 촬영하고 인화하기까지의 ‘즐거운 추억'을 판다. 퍼포먼스 마케터라면 고객의 구매 여정을 360도로 바라보고 마케팅 퍼널 전반에 청신호를 켜줄 수 있어야 한다.


     CJ온스타일을 운영하면서 많은 순간이 일희일비였다. 평균 약 9,238개가 되는 연간 광고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 광고당 2 배수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고뇌를 견뎌야 했다. 기본에 충실하되 ‘감각’ 한 스푼을 더 얹기 위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이 연속되어야 했다. 8월 뷰티 기획전 기간 동안 전환비용이 1만 원인 쿨링쿠션으로 1천만 원의 전환 매출을 달성한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퍼널을 정의했다. 정의한 퍼널과 실제 고객 여정이 일맥상통할 거란 기대는 진작에 버려야 한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그 가설을 벗어날 경우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CJ온스타일의 주요 타겟층인 2060 여성(타깃층 예시)에 적합한 매체를 선정하고 약 14일의 단기간 유입 관점에서 UV 최대 확보를 위한 지표를 종합했다. 그리고 한정된 예산을 분배했다.


     다음으로 시즌별, 분기별 테마에 적합한 콘셉트를 설정하여 브랜드를 잘 녹여낸 콘텐츠를 제작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잘 녹여낸 콘텐츠‘라는 점이다. 앞서 ‘감각’을 강조했던 이유가 기획의 초두부터 드러난다. 2023년 여름 컬러 트렌드인 ’ 비바마젠타‘를 톤엔 매너로 지정했다. 그리고 동종 업계 유사 품목의 광고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방향성을 잡았다. 소재 기획에 앞서 브랜드 USP가 돋보일 수 있는 후킹 한 문안 n차안을 작성했고 디자이너에게 기획 의도를 전하기 위한 여름 소재 아이템도 끌어모아 기획본에 알맞게 배치시켰다. 나름 완벽해 보이지만 이 기획 과정에서 결점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퍼포먼스 마케팅에 입문할 준비 정돈 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위 과정의 모든 경우의 수는 전방위적으로 '광고주의 입맛에 맞게' 진행되어야 한다.


     나의 기준의 ‘후킹함‘은 반전 없는 전래동화일 수 있고, 하물며 '여름'도 여름이 아닐 수 있다.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가까이 있다. CJ온스타일의 과거 광고 집행 이력을 참고했다. 단언컨대 1,000가지의 우수작을 참고하는 것보다 값진 정보다. 혹 레퍼런스가 없는 신규 창업 브랜드라면 광고주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통하라. 여기서 또한 ‘감각’이 중요하다.


“시원한 느낌을 주되 어딘가 따뜻한 느낌도 있었으면 하고, 독창적이되 너무 번잡하거나 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광고주 입장에서도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우리는 위와 같은 조각들을 모아 정답에 가까운 해답을 이끌어내야 한다. 어찌어찌 8월 뷰티 기획전 쿨링 아이템의 KPI 달성을 위한 미디어믹스안을 구성하고 기획전 콘셉트와 매체별 성격을 고려한 소재도 제작하여 나름 성공적인 full-funnel 전략을 구축했다.


자, 여기까지 완벽했다. 발 뻗고 마음껏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대시보드를 살펴보니 유입량이 예상 수치의 20%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초 단계로 돌아가 미디어믹스 시 고려했던 사항들을 중심으로 성과를 파악하여 지속적인 수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CJ온스타일의 ‘아하 모먼트(aha-moment)’를 파악하고 버틀넥부터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퍼널에 따라 확장 및 재설계까지도 계획해 본다.

이 모든 과정을 n차 간 거치면서 14일간 최소 95시간의 고뇌를 겪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과제는 ‘다음번에 이 경험을 얼마나 유의미하게 사용하는가’이다. 만약 양 당사자(나와 광고주) 모두 만족하지 못한 상태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다면, 다음 기회를 노려라. 다신 없을 그 기회를 천금같이 노리다 마침내 광고주에게 맛있는 성과를 쥐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몇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1.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

매일 출근 전 마케팅 뉴스를 보라. 생소한 단어들이 가득하고 이해가 어려워도 최신 동향의 흐름을 가까이해야 한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놨다가 틈틈이 찾아본다면 더할 나위 없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는 우리에게 최신 이슈를 파악하고 개중 마케팅 관련 자료를 취합하여 요약정리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덜어준다. 눈과 귀를 여는 시도조차 힘들다면 무엇을 계획하든 당장 그만두는 편이 낫다.


2. 데이터 분석 플로우에 대한 이해

     퍼포먼스 마케팅의 결과물로 측정 가능한 지표는 크게 유입 관련 지표와 전환 관련 지표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지표에 대한 분석 플로우를 먼저 이해하라. 맨땅에 헤딩을 하는 주먹구구식 접근 방법은 좋게 말해 도전 정신, 현실적으로는 무지와 무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3. 커뮤니케이션 스킬

     업무의 최전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할 때는 늘 수치화를 일상화하라. 간단명료하되 세 문장 내로 말하는 이의 주장과 의도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장 1. 문제 상황 제기

문장 2. 해결 방안 제시

문장 3. 주장을 수치화


     숫자만큼 사실에 의거한 증거력이 강한 것은 드물거나 없다. 내가 독서할 때 들리던 부모님의 잔소리를 예로 들어보겠다. "허리 펴고 바른 자세로 읽어야지! 너무 가까이에서 보지 말고!”

[문장 1] 2021년 기준 척추측만증으로 치료받은 환자 중 3만 9,482명의 10대 청소년 비율이 41.6%로 가장 많았어.

[문장 2] 책을 눈에서 30c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무릎은 90도, 이때 등받이 각도는 135도를 유지하도록 해.

[문장 3] 대한간호학회지의 10대 척추운동 실험 결과에 따르면 4∼10˚의 척추측만을 겪는 초등학생들이 자세 관리로 17.5% 향상된 효과를 봤어.

극단적인 또 하나의 예시로, 여자친구가 “나는 언제 가장 예뻐?”라고 묻는다면 “넌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오후 12시 30분경 실외에서 15˚(도) 각도로 내려다볼 때 가장 예뻐”라고 답하는 습관을 길러라.


4. 매체 지식

     퍼포먼스 마케팅 운영에 따른 SNS, DA, SA 및 기타 버티컬 매체에 대한 운영 원리를 파악하라. 머신러닝의 성능 차이나 Pull/Push 매체 분류에 따른 성격을 기반으로 기능을 숙지해야 한다. 가능한 많은 매체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는 것이 좋다. 제품만 보고도 적합한 매체를 매칭하고 그 매체에 효과적인 소구점까지 떠올릴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라. 단, 경험에 의거하되 의존은 금물이다. 어떤 능력 있는 마케터의 말을 인용하자면,


“결국 마케팅이라는 게 어떤 말을, 어디서 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기술이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숫자들과 택틱들 보다 진짜 잘하는 사람이 값지다"는 것이다.


5. 매체 조합에 따른 퍼널에 대한 이해

     매체는 개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퍼널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이해해야 한다. 매체를 조합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수정할 때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


6.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이해

     크리에이티브라는 ‘부스터'를 장착하라. 필살기는 아니나, 경기에서 최대치로 질주할 수 있는 일종의 스페셜 아이템이다. 순조로운 출발과 유리한 경기 상황, 전략적인 페이스 조절까지 더해진다면 배수의 성과를 발휘할 아이템이다. 평소 업종별 레퍼런스를 가능한 많이 접하라. 시야가 넓어질수록 부스터의 성능치는 상승한다.


7. 보고서 작성 능력

     방대한 양의 복잡한 보고서를 분석하라. 다음번엔 그 어떤 보고서를 접하더라도 시작이 반일 것이다. 보고서 작성 능력은 성과 분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단순히 숫자를 기입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숫자가 의미하는 바, 즉 분석 플로우가 드러날 수 있도록 기입하라.


8. 전략 제안 능력

     상상의 나래를 펼쳐라. 위 7가지를 갖췄다면 하나의 브랜드를 선정해 가설을 세우고 5W3H+@에 기반한 근거를 제시하라. 전략 제안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비롯한 모든 마케팅의 꽃이다. 마케팅 전반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인더스트리에 대한 이해가 매우 깊은 수준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정점이자 본질적인 능력이다.                       

기록하지 말고 기억하라. 언제 어디서나 적재적소에 필살기를 휘두를 수 있는 양손잡이가 되어야 한다.




1년을 마무리하면서 이 업에 합류하고자 하는 예비 퍼포먼스 마케터에게 해주고 싶은 말

     조급함을 버려라. 조급함은 훗날 회의감의 마중물이다. 충분히 고민하고 중요한 순간에 센스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덕에 점진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은 정량적인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량적인 평가로 얻은 결과물은 차별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내가 아는 이 방법을 어떤 누군가도 알고 있다.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차이’를 만드는 ‘감각’을 키워라. 없는 것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나열한 몇 가지 재료만 가지고도 미쉐린 셰프가 될 수 있다. 부디 그 지점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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