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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May 07. 2024

다단계에 빠진 예비신부

#결혼준비블로그 #예신 결혼 비용과 블로그, 인스타그램 활성도의 상관관계

이 글의 원문은 채널예스 CHANNEL YES 칼럼 [이소연의 소비냐 존재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브라이덜 샤워가 정말 싫거든? 근데 친구들이 깜짝으로 브라이덜 샤워를 해 줬으면 좋겠어.

결혼을 앞둔 친구는 한 손으로 앞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완벽한 모순이었지만, 누구도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다 이해한다는 듯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화사한 꽃들, 야경이 펼쳐진 호텔, 가장 예뻐 보이는 각도에서 찍힌 수십 장의 사진...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며 인스타그램에는 ‘친구들이 해준 깜짝 브라이덜 샤워,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너무 고마워’라는 게시글이 하루걸러 하루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자주 띄는 게 이렇다 보니, 이런 모든 것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 신물이 난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누군가의 깜짝 서프라이즈를 은근히 기다리게 됐다. 그리고는 그 역시 이런 서프라이즈라도 받는 날엔 ‘내가 이런 걸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라는 (진심 어린) 피드를 올리기를 반복한다. 이는 곧 또 다른 한 예비 신부의 잠 못 이루는 밤, 어둠 속 빛나는 인스타그램 화면으로 찾아가 어스름한 욕망으로 스며든다.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욕구는 순식간에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버렸다. 일상의 단면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기꺼이 관찰하고 소비하게 둠으로써, 우리는 왜곡된 욕망을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머릿속에 쑤셔 넣고 있다. (...) 평범했던 일상의 기록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어 서로를 치밀하게 소비하고 또 소비하게 만들었을까. 내 몫이 아니던 욕구는 서로의 평범한 일상을 지지대 삼아 위태로운 젠가처럼 계속 쌓여가고 있다. 이내 무너질 것이 명백한 채로. 


집에 오는 길, 네이버 블로그에서 최근 발견한 특이한 현상이 하나 떠올랐다. 대학교 시절, 교환학생이나 해외여행을 주제로 글을 써 오던 이웃 블로거들이 결혼을 할 때가 된 것인지 하나둘 ‘웨딩기록’으로 주제를 바꾸기 시작했다. 글쓴이들은 공통적으로 승모근 관리를 하며, 제모를 하고, 피부 관리도 빼놓지 않는다. 대부분 친절하고, 상냥하며, 적당히 귀엽고 유머러스한 짤을 사용하는 친근함도 잃지 않는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결혼 생활을 자랑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신 없이 지나가는 순간을 기록해 두고자 하는 목적도 아니다. 대부분은 “웨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고 동기를 소개한다. 블로그 광고비만으로는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결혼의 수익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기이할 정도로 비슷한 모습의 #예신 들의 #결혼준비 블로그 

네이버에 '결혼준비블로그'를 검색하고 가장 첫 번째 나온 게시글에서 말투와 사진만 바꾸었다. 


비결은 간단했다. 각 서비스를 받은 ‘예신(예비신부)’이 블로그에 후기글을 써서 해당 추천 코드로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면, 해당 업체로부터 페이백을 받는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비롯한 청첩장, 스냅 사진, 심지어 ‘예신’용 네일아트나 피부관리까지 이 모든 비즈니스가 철저히 ‘만들어진 입소문’으로 운영되는데, 이 가운데 ‘예신’들이 있었다.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
결혼식은 신부가 주인공이죠

이 허울 좋은 말들 아래로, 정작 신부들은 사람을 끌어오면 돈을 주는, 소비자가 판매자가 되는 ‘다단계’의 주인공이 됐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웨딩 산업 아래, 예비 신랑과 신부의 순간은 ‘인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이유로 산업의 큰 숙주로 전락하고 말았다. 


(...)






이 글의 원문은 채널예스 CHANNEL YES 칼럼 [이소연의 소비냐 존재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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