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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Aug 25. 2023

2. 딸에게

(소설)마음으로 쓰는 편지 - 아빠 안전벨트 매


2.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많을텐데 너의 생각을 아빠가 대신해준다곤 했어도 제대로 옮길 지 모르겠구나.


아빠와 넌 특별했지.

8살. 특수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아빠가 너의 보호자요 대변자였으니까. 다른 아이들은 엄마 손잡고 학교에 오고 캠프도 갔지만 넌 아빠랑 늘 함께였지.


엄마가 바쁘니 엄마를 배려하려고 아빠가 자청한 결정이었고 엄마는 네동생을, 아빠는 널 돌보기로 역활을 나누기로 했었거든.


사실은 아빠가 생각할때  가슴속에 담아두고 꺼내지 못한 너의 생각을 엄마보다 아빠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싶다.


아찔했던 순간의 사건 사고와 재미난 추억의 장면들을 같이 할 기회가 많았으니 말이다.


있잖아. 아빠가 그동안 틈틈히 갈고 닦아서 글쓰기 실력이 이제 제법 아니다. 굳이 숫자까지야 공개하기는 그렇고 어째든 아빠의 글을 좋아하는 팬도 생겼단다.


남들도 보게 되고 너에게 아빠의 성의를 보여야 하니 여러번 읽고 잘 다듬어서 공감이 가도록 노력하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상호작용이 안되니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어려웠을거고 특유의 발음때문에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반향어든 수용적 언어든 할 수 있는 말이나마 씩씩하게 말해줘서 아빤 니가 고맙기만 하다.


아빠 안전벨트 매!


여행을 가거나 마트에 갈때 차에 오르기가 바쁘게 아빠 엄마는 물론 하나뿐인 동생의 이름을 차례로 불러가며 안전벨트를 맸는지 점검을 하는 기특한 우리 딸.


단 한번도 무심히 지나가는 법없이 너는 우리에게 안전벨트를 매야하는 의무와  책임을 집요하게 각인시켜 주었지.


요령을 부릴줄도 모르고 거짓말도 못하는 너는 원칙에 충실한 성품이라 차만 타면 무조건 안전벨트를 매야한다는 교통법규와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려 했고.


근데 말이다. 가족들의 안전을 걱정해서 하는 말임을 모르진 않지만 엄마나 아빠가 통화중인데도 니가 여러번 반복해서 재촉하니까 더러 화도 나더라.

그럴때 너도 많이 서운했을거야. 그치.


딸아.

니가 그토록 절실한 목소리로 안전벨트를 매라고 외쳤던 까닭이 우리 가족을 너무도 아끼고 사랑하니까 샘물처럼 우러나온 애정의 표현임을 우리가 왜 모르겠니.


안전벨트를 매야한다는 확고한 너의 의지에 부응하고자 우린 한치의 망설임없이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동작으로 안전벨트를 매곤 했잖아.


그러니 이쯤에서 너도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한다. 아빠가 말할때 딴데 보지 말고 눈에 힘주고 아빨 똑바로 쳐다보고 집중해서 들어봐.


니가 꼭 해야 할일이고 앞으로 널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 새겨들어야 한다.


첫째 편식하지 말것

둘째 소리지르지 말것

셋째 콜라 조금만 먹을 것


편식은 건강에 안좋단다.  너는 햄버거 먹을때 야채는 쏙 빼고 고기와 빵만 먹고

밥 먹을때도 좋아하는 반찬이 있으면 오로지 그거 한가지에 올인 밥을 먹잖니.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모든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해. 특히나 당뇨가 있는 넌 야채나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거든.

그래야 병원에 안가지.


둘째 소리지르지 말 것

이 문제는 아빠도 너에게 말하려니 가슴이 아프다. 사람들을 향해 싫다거나 나쁘다거나 안된다거나 분명하게 너의 의사를 말로 표현해 전달하고 싶지만 의사소통이 힘든 널 이해못하고 무시하거나 알아주지 않을때 답답하고 화가 나니까 큰소리를 지른다는 걸 부모인

엄마 아빠야 이해하고도 남지만

너의 사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널 이해하기 쉽지않단다.


극장안에서나 전철안에서 혹은 식당에서는 특히

다른 사람들한테도 피해를 줄수 있으니 너의 목소리톤을 음계라고 알지. 도레미파솔라시도 중에서 미 높이로 목소릴 낮춰야 하는거야.


감정을 콘트롤하는 뇌의 기능과 배열이 남들과 달라 소리를 지르게 되는 거지만 여하튼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되는 거다.


영화 볼 때도 쉿. 식당에서도 쉿 전철안에서도 쉿.

이제 우리도 조용히 살아보자. 알았지.


셋째.

콜라를 많이 마시는 문제는 당분이 적은 제로콜라로 바꾸었으니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 다행이다.


그런데 제로콜라가 무과당음료라 혈당이 높아지지않는다 해도 물을 자주 마시는게 건강에 훨씬 좋다. 제로콜라에도 달달한 맛을 내는 성분도 조금 들어갈거고 커피처럼 카페인도 들어 있어 적당한 양만 조절해 마셔야지. 카페인이란게 몸안에 많이 들어가면 잠도 잘 못자고 부작용이 많아. 커피 무진장 좋아하는 엄마도 가끔 잠이 안온다고 할때도 있었잖아.


TV에 나오는 의사선생님이 한 말이니까 믿을 만 한 얘기다. 아빠도 간수치가 높아서 물을 많이 마실거란다.


너 어릴때 피자의 관한 추억 기억나니?


니 동생이 초등학교 입학 전이니까 일고여덟살 쯤일거고 너도 특수학교 고등부 였지. 아마.


피자 한판이 배달되면 너는 예리하고 정확한 눈대중으로 젤 작은 조각을 골라내 엄마 아빠에게 선심쓰듯이 겨우 한조각만 나눠주면서도 하나뿐인 남동생한테는 무제한의 피자 식용권을 부여하는 특혜를 주었지.


비오는 날 우산도 없이 부리나케 뛰어가는 아파트복도까지 쫒아가 동생손에 우산을 쥐어주는 너와 동생의 우애좋은 장면을 보며 엄마 아빤 너희들을 나무남매라 불렀지.


너한테는 정말 미안한데 가끔 아주 가끔은 니가 발달장애를 앓고 있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질없는 생각도 해봤단다.


발달장애를 앓게 된 건 너와는 무관한 선택인데도 부질없는 상상을 하다가

이내 곧 후회를 했었지.


사랑하는 딸아.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일이며

너와 내가 마음으로 읽어야 할 긴 편지를 이제 쓰려고 하니 괜시리 맘이 설렌다.


그다지 성실하지도 않고 기복이 심한 아빠가 기한을 정하지않은 편지글을 꾸준하게 써야하니 한편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아빠에겐 아빠가 살아있는 동안 널 위해 반드시 져야할 책임이란게 있거든.


아빠가 글을 쓰기전에 아빠의 생각을 네게 말해줬었잖아.


아빠 글의 주인공은 당연히 너고 따라서 니가 나레이숀을 하며 우리가 지나온 날을 이야기하는 형식이 될거다.


혹시라도 글쓰는 날이란 걸 잊어버리고 지나칠까봐서 스마트폰 달력에다 빨간 색으로 '글쓰는 날' 이라 입력까지 해놓았으니까,


아빠 한줄 너 한줄 마음으로 써보자고 했던 아빠 말대로 머리를 가까이 대고 시작해보자.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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