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안 오면 외로워요
사람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성을 발휘하며 범인의 행동을 취하는 것뿐. 그래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남들을 보면 확실히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나를 되돌아봤을 때 과연 그런가?라는 생각이 든다.
영유아시절에는 제법 귀여운 아이였던 것 같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가 놀았고, 시범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로 입학해 한 반에 30명, 3반밖에 없는 인원들과의 관계를 6학년까지 지켜냈다. 리더십이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이인자의 삶을 여실히 살았고, 즐거웠다. 굳이 따지자면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중학생 때 술 문제가 있던 아빠와 제발 이혼해 달라며 엄마에게 울고 빌었다. 사춘기였던 오빠는 아예 집을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고, 갈 곳 없는 나는 그저 아빠가 빨리 잠들기를 바랐다. 혹시나 사고가 날까 각목 하나를 주워 침대 프레임 사이에 끼워 놓기도 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면 방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고 그저 죽은 듯 살았다.
그때부터였을까. 확실한 소극적 성격으로 바뀌었다. 혹시나 버려질까 착한 아이처럼 굴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말을 따랐던 기억이 난다. 확실한 것은 고등학생이 됐을 때까지 주말이나 방학 때는 단 한 발자국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속을 모르는 엄마가 혹시나 내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이러한 극성 소극적 성격은 고등학생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많이 나아졌다. 나돌아 다니던 어릴 때처럼 외부활동을 했고, 대회도 많이 나갔으며 학교 생활도 나름 성실히 했다. 아마 정서적 유대감이 컸던 친구와 함께 고등학교를 입학해서 안정이 된 것일 수도 있으나 이때부터 나의 성격은 내향적으로 변했다.
지금이야 나이도 서른이 넘었고, 사회생활도 10여 년이 지났으니 그만큼 사회적 성격이 생긴 것 같다. 방송작가를 하던 시절에는 솔로 플레이를 많이 했고, 항상 막내로서 아등바등해야 했으니 본 성격을 발휘해도 되었으나 지금은 조직생활 중이다. 덕분에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아졌고 그만큼 사회적 성격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지치는지 주말만 되면 12시간 이상 잠에 빠지고, 집 밖을 나가는 것 자체에 피로감이 든다. 하루종일 누워서 핸드폰이나 하다가 잠이 드는 게 기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게 현재의 상황인데, 과연 나는 어렸을 때와 성격이 달라졌을까? 완전히 바뀌었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또 소꿉친구와 만나면 특별히 변한 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의 성격이나 지능 등 인간의 변하지 않는 특성을 '기질'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렇다면 나의 기질은 원래 이런 것이었을까.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한 명쯤은 나를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모순된 마음이 든다.
과연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사람들 위에 서서 이것저것 지시하는 꼰대 팀장일까, 집에서 씻지도 않고 누워만 있는 집순이일까. 인정받고 싶어 아등바등하는 노동자일지, 무인도에서 혼자 살고 싶어 하는 척 놀랜드일지. 조금 더 살면서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