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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빈 Jun 24. 2024

여름을 맞이하는 자세

 중학교 2학년때, 등교를 하기 전엔 항상 날씨뉴스를 보고 인간극장을 틀어놨다. 오프닝 노래가 나왔을 때까지 나가지 않으면 반드시 지각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맘때쯤 똑같이 날씨를 보고 있었을 때가 기억난다. 20년만에 폭염! 지구온난화가 심해진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때 20년 만의 폭염의 기온은 27도였다. 지금은 이정도만 되어도 시원하다고 할텐데 아직 6월의 끝자락임에도 35도가 넘어가는 일상이다.


 평생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자부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사우나에 들어가도 땀이 안나던 나는 온몸이 축축할 정도고 땀을 뽑고,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른다. 결국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게 여름을 나려면 나름의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날이 왔다. 그리고 나는 대부분 먹는 것으로 보양을 한다.


 여름이 되면 항상 하는 음식이 있다. 하나는 감자샐러드, 또 하나는 카레다. 

봄감자가 맛있다고는 하지만 여름에도 맛이 좋다. 감자와 계란을 삶아 서로 으깨고 소금에 절인 오이와 햄 그리고 마요네즈만 넣고 만드는 샐러드. 먹기 전 굵은 후추를 뿌려 맥주나 청주와 함께 먹는다. 우리 집의 감자 샐러드라고 하면 딱 이정도이기 때문에 머스타드를 넣거나 양파를 넣거나 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든다. 약간 감자에 버무려진 오이와 계란흰자를 씹을때면 여름이 왔구나를 실감한다.  두번째는 여름카레라고 명명했는데 여름에 나는 야채로만 카레를 만든다. 가지, 애호박, 토마토, 완두콩 따로 고기를 넣지는 않아 새콤한 맛이 강한데 입맛이 없는 여름철에 먹기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음식으로 여름을 나긴 어렵겠지만 나름의 풍류라고 생각하며 매년 차리고 있다. 또 감자샐러드나 카레는 한바가지가 나오는 음식이기 때문에 주변에  조금씩 나눠주기도 좋다. 어떻게 보면 어릴 적 엄마가 하던 행동을 닮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더워도 문을 꽁꽁 닫아놓고 에어컨을 켜는 요즘과 다르게 그때는 맞바람이 치도록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웃들과 함께 했으니 말이다. 당장 그때가 그립다고 생각이 들진 않지만 그렇게 했기 때문에 건강한 여름을 난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욱 더워질 것이다. 더워지다 못해 뜨거울 지경인 날이 될 것이고 사계절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는 동남아와 비슷한 기온이 된다. 예정된 재난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야하겠지만 우리의 업보이니 순응하고 극복할 하나의 과제로 가져간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 감자샐러드에 술 한잔 기울이는 여름을 과연 얼마나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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