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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빈 Sep 11. 2024

갓생을 살라더니 이건 또 무슨 말?

갓생이란 굉장한 인생을 말한다. 미라클 모닝이 유행했던 대로,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일론 머스크처럼, 하루 30분만 자는 일본의 어떤 남자처럼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사람의 인생을 일컫는다. '잠은 죽어서 자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굉장히도 엄청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선망이자 목표다. 우리 사회는 진정 잠은 죽어서 자야 할 정도로의 일을 시키고, 돈을 벌고 있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명상을 하고, 공부를 하고, 출근 후 일과를 보내고 퇴근해 바로 운동을 가고, 식사를 차리고 먹고 청소하고 잠이 든다. 이런 루틴이 유행이기도 하고 체력과 정신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살면 갑상선 항진증에 걸리고 번아웃에 노출된 위험이 있으니 갓생을 살지 말라고 한다. 어쩌란 말이냐.


개개인마다 숙면의 시간이 다르고, 스트레스나 체력 회복의 시간이 다르니 각자에 맞는 일과를 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6시간을 자는 사람보다 8시간을 자는 사람을 게으르다고 표현하는 것이 우리다. 남들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데 어떻게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냐는 명언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부단히 노력하여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경쟁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번아웃을 운운하다니 아이러니하다. 번아웃도 개인의 문제라 치부했던 사회 기조가 잘못되어 이제 노동자가 감소했는지, 저출산이라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걱정되는지, 가늘고 길게 살아 오래오래 일하라고 시키려는지 뒷북을 치는 것이 웃기다. 모든 문제는 개인에게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한순간에 바꿔서 정부의 신뢰도를 올리고 싶은 걸까?


번아웃을 겪어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현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쉬는 것이 곧 나태와 죄악이 되는 사회다. 나는 항상 노력해야 얻어지는 결과를 싫어한다. 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야 할까. 그렇게 이뤄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게다가 이제는 갓생을 넘어 '겟생'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GET+生. 바쁘게만 살지 말고 갓생에 충분한 휴식을 더해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활이라는 뜻이다. 이러다가 삶을 초월하는 세상이 것만 같다. 


노력의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건 맞다. 그런데 그 결과를 위해 현재를 갈아 넣어야 하는 것이 맞는가. 계속된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다른 나라는 주 4일제 노동 또는 하루 4시간 근무를 지향하고 있으며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우리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개개인의 생활까지 억압하면서.


안 그런 사람도 있겠다만 대체로 그렇다. 부지런해야 하고 일도 잘해야 하고 돈도 잘 벌어야 하며,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연인, 착실한 하루를 보내야 평범하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실패한, 그래서 안 되는 사람이 된다. 누가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그런 갓생을 살며 만족하면 된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삶이 되어버렸으니 결국 타인에 의한 행복의 기준에 내가 맞춰가는 것이고 결국 몸이든 마음이든 상하게 된다. 항상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네가 행복하면 된 거야.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행복의 기준은 남이 나를 얼마나 좋게 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게 인생인지,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고 싶다. AI도 잘 발전하고 있으니 이 친구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최근하고 있다. 사회성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참, 요즘은 모든 기준이 까마득히 높다는 게 실감이 난다. 갓생이든 겟생이든 내 의지대로 건강히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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