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내가 사는 파리 18구 동네스케치

2013년, 파리 어느 가을 오후에...

by 박소연

내가 살았던 파리의 18구, 일년여의 관찰결과 이 동네는 많은 수의 아랍인, 흑인, 인도인 세 그룹이 함께 살고 있음을 알게됐다. 그래서 인도인들이 일년에 한번 파리에서 하는 큰 행사도 집앞 골목에서 열리고 워낙 다양한 인종이 살다보니 내가 그렇게 이곳에서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지 않고 살았던거 같다. 나는 그들에게서 골고루하루에 '니하오'를 한 다섯 번은 듣는다. 그만큼 중국인 또한 파리에 많다는 것과 동양인은 거의 다 중국인일꺼다라는 그들의 선입견이 발동한 것을 알 수 있고, 낯선이에게도 그들은 인사를 참 잘 건넨다는 사실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집을 나서 지하철로 향하는 길을 설명하자면, 우리의 아파트 바로 옆에는 아프리카 먹거리 파는 슈퍼가 있다. 그 가게에서 장을 보고 나온 흑인 엄마들이 개인용 포터에 짐을 옮겨 담느라 큼지막한 그녀들의 엉덩이가 늘 오전 내내 집앞 좁은 인도를 막고 있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또 다른 흑인언니들이 집앞 길을 막고 서있는데...그녀들은 화사하게 곱게 꾸미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흑인 창녀들이다. 나도 일 년 넘게 그녀들을 보아서 이제는 누가 신입인지 어느 언니가 인기 있는지 대충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음... 이 향은....... 하고 코가 먼저 반응하면 곧이어 인도 주인이 하는 만물상이 나온다. 작년에 파리에 도착해 이 가게에서 파란색 세숫대야를 발견하고 참 기뻤다^^. 곧 이어 짧은 헤어스타일을 많이 하고 중고 또는 새 휴대전화를 파는 아랍 오빠들의 스마트폰 가게가 나온다. 진열된 저 중고 스마트폰을 볼때마다 또 어느 동양인에게서 저것을 털어왔을까... 하는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전기구이 통닭의 향기가 배고픈 나를 휘청이게 하고 돼지고기가 없는 아랍 오빠들의 정육점이 나온다.


그리곤 유난히 흑인들이 참 좋아해서 인도 오빠들이 일 년 내내 길에서 팔고 있는 '마이스 마이스'(옥수수 옥수수) 소리가 들린다. 나도 옥수수 하나 사 먹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패션보다는 저렴에 의미를 둔 빈티지 가게들이 즐비하게 나타나고, 곧이어 커피를 마시며 인생을 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일 때쯤 나는 마까데 쁘와소니에 Marcadet poissonniers 지하철역앞에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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