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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남자와 8년째 연애중 2부
By 박소연 . Nov 23. 2016

43. 뚱한 나....그리고 대추차


2014년 2월 겨울의 어느 날, 일주일 이상 목이 아파 침도 못 삼키는 날들을 보내고, 병원을 다녀와도 별 차도가 없어서 상태는 메롱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올리비에에게 다른 병원을 가보던가 해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그는 저번에 다녀오지 않았냐며 굳이 병원을 또 가야 하냐고 묻는 것이다. 나는 목이 아파 말도 안 나왔지만, 아프다는 사람한테 매정하게 저게 뭐야 싶어서 어이없음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니 내가 무슨 병원을 매일매일 가서 남용하는 사람도 아니고 저번 병원서 진통제만 받아왔는데 차도가 없어서 다른 의사는 뭔가 다른 처방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물어본 것인데 좀 서러웠다. 진짜 몸이 아플 때는 불어로 말하는 게 더 힘들고 귀찮아서 나는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그날 겨울 속에 찾아온 간만의 따듯한 햇빛을 쐬자며 파리 중심의 튈를리 정원(Tuileries)을 가자는 그의 제안에 나는 고개만 끄덕거리고 혼자 집을 나섰다. 혼자 집을 나선 이유는 이러하다. 지하철을 타기 싫어하는 올리비에는 파리 시내에서 어딘가를 갈 때 무조건 자전거를 이용한다. 영화를 둘이 보러 갈 때도 집에서 나오며 “극장에서 만나”,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도 “집에서 만나” 이런 식으로 우리는 각자 가고 각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는 지하철로 그는 자전거로 가는 게 일상이다 보니 기분도 안 좋고 혼자 그렇게 휙 지하철을 탄 순간부터는 기분이 더 풀어지지 않고, 생각만 많아지고 뚱해지는 것이다. 공원에서도 우리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고 나는 목이 아프니 말하기 싫다는 제스처를 보내고 조금의 햇볕을 쐰 후 그만 집에 가자고 했다. 그렇게 나 혼자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잠시 후 돌아온 올리비에는 차 마실래 하면서 대추차를 타 가지고 온 것이다. 자전거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한국 슈퍼에 들렀고 직원에게 물어 목에 좋다는 대추차를 사 온 것이다. 이상하게 내가 몸이 아프고 지칠 때 불어로 말하는 게 피곤하고 귀찮게 느껴져 나는 쉽게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리하여 내가 말을 안 하는 순간부터 그도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별거 아닌 일이 커져버리는 일이 많았다. 어쩌면 그가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면 사르르 쉽게 끝날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건 그에게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고 나는 뚱하기 시작하면 내 감정에 너무 쉽게 깊게 스펀지처럼 파고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였다. 대추차 한 잔을 마시고 난 후 난 아까의 상황으로 돌아가 그에게 물어보았다. 왜 병원을 가지 말라고 하느냐고 그는 아니라고 본인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분명 당신이 그리 말했다고 하니 자기는 병원에 안 가도 다른 방식의 치유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물어 본거지 강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물어보는 것이 결코 강요가 아니니 100퍼센트 자신의 말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와 대화를 할 때 이제 앞으로 내가 바꿔나가고 다르게 생각해야 할 지점을 깨달았다. 토론문화가 발달하고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 프랑스 사람들은 지금 장난하나? 하는 느낌이 드는 질문을 많이 한다. 알고도 묻는 거 아냐?라는 느낌도 들고 정말 이상하게 질문이 예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예민하게 받아들일 문제가 아니었고 그가 내 입장에서 거슬리는 질문을 할 경우 이전의 나는 황당한 마음에 입을 확 닫아 버렸던 것이고 그는 자신이 민감하게 질문한 것을 알아채지 못해 이 여자가 왜 이러지 아무 말도 안 하네 하는 식으로 우리의 대화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나는 당신이 ‘왜’라고 시작하는 질문 태도를 조금 바꾸어주면 덜 공격적으로 느끼겠다고 했더니, 그것은 절대 공격이 아니고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우선 남녀의 뇌구조는 이래서 정말 다름을 다시 한번 느끼고, 프랑스 사람들과의 대화 방식에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이런 일을 겪더라도 의기소침하거나 뚱 하는 일은 적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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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프랑스남자와 8년째 연애중 2부
15년간 한국에서 <집으로...><주먹이 운다> <야수와 미녀> <크로싱> <차우> 등등의 영화홍보마케팅기획일을 했고, 지금은 파리근교에서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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