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연 Dec 19. 2016

44. 프랑스에서 병원 가기


한국은 개인병원들이 다양한 과로 나누어져 내가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내 판단으로 곧바로 이비인후과, 내과, 정형외과 등을 찾아가면 되지만 프랑스는 무조건 내과를 먼저 가서 내과 선생을 만나야 한다. 그런 후 그가 권하는 약이나 검사를 받고, 특수과로 보내는 건 그다음 내과 선생의 결정에 의해 가능하다. 그러니 코감기, 목감기에 걸려 이비인후과 가서 약 좀 촥촥 뿌려주고 주사한대 맞고 며칠 후 괜찮아졌던 한국의 방식에 익숙해있던 나는, 프랑스의 내과에 가니  ‘아 목이 아프십니까.  물을 많이 드세요’ 그리고는 뭔가 많이는 나에게 물어봤는데 뭐 딱히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진통제만 처방해주고 별다른 추가 치료도 없는 것이다. 처음엔 정말 답답스러웠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자 나를 맞이 해주는 것도 의사, 진찰도 의사 혼자, 치료 후 얼마입니다 라고 말하며 카드기를 내미는 사람도 의사인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처음엔 진짜 의사가 카드기를 내밀면서 얼마야 하는데 진짜 이 사람 의사인가?? 야매(?) 아닌가? 하는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간호사가 해야 할 일까지 혼자 그렇게 다 하고 있어서 프랑스의 작은 규모 내과는 동네 보건소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으려면 가능한 한 빨리 나의 지정 내과의사를 정해야 하기도 한다. 이 말은 아프면 무조건 그 내 지정 내과의사한테 먼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치과 제외)


암튼 처음엔 병원도 간판이 개미 똥구멍만 해서는 쉽게 병원이라는 식별도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놀라운 만족도는 바로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였다. 한국의 큰 병원을 가려면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고 가도 의사를 겨우 1-3분 보는 정도인데, 이곳 프랑스의 작은 병원이든 큰 병원이든 어딜 가도 의사가 나와 먼저 '안녕하세요'라며 악수를 청하고 나와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절대 시간에 쫓기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적어도 의사와 10분 이상의 대화를 하는 게 보통이다. 궁금한 거 아무리 물어봐도 정말 최선을 다해 설명해준다. 이전에 동네 산부인과 갔을 때 내 뒤로 환자가 정말 많았는데 내가 전문 의학 용어를 잘 못 알아들으니 의사는 사전까지 찾아가며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의사와 그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오래 나누다 보니 늘 권위적이고 바쁘다고만 생각했던 의사에 대한 선입견도 사라질뿐더러, 프랑스의 옆집 아저씨 아줌마 같은 의사들의 분위기가 나는 참 좋았다. 그리고 결국 나는 이곳에 살다 보니 감기가 걸려도 목이 찢어져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만 아니면 점점 더 병원을 잘 가지 않게 되었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거나 꿀을 먹는 등 나 혼자만의 방법으로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43. 뚱한 나....그리고 대추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