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4살이 된 나의 첫 조카 나윤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삼 주 간 파리 여행을 왔다.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씩씩하게 도착한 조카가 어찌나 기특한지! 나와 나윤이는 3주 동안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파리 시내를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올리비에가 나의 가족과 처음으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 흔쾌히 동의해줘서 고마웠다. 조카에게 자신도 모르게 자꾸 불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제외하고는^^;;; 그는 대체로 나이스 했다. 올리비에와 나윤이가 3주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모습을 보니 훗날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의 상황도 연상하게 하여 재미있기도 했다. 그는 대체적으로 걱정을 많이 하는 캐릭터였다. 물론 그의 걱정이 틀린 것만은 아니었고 나도 동의하는 바가 있어 우리는 크게 마찰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걱정을 많이 하다 보니 그는 같은 소리를 여러 번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일어 날것처럼 너무 걱정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조카에 대한 그의 가장 큰 걱정은 나윤이가 너무 늦게 잔다는 것, 12-2시 사이에 자니... 그도 그랬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를 여행을 갈 때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그녀가 못 일어 날것이라며 일주일 전부터 고민 고민에 또 고민을 하며 비행기를 놓치게 되면 블라 블라....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나도 조카가 늦게 자는 게 걱정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비행기를 타야 할 날까지 큰 문제가 될 거라는 고민은 안 하는 스타일인 거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 날 만큼은 일찍 일어나 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고 각인시키고 알람 여러 개 맞추면 되는 일 아닌가! 그다음은 여행 오기 전 나윤이가 선물 받은 스마트 폰, 그걸 밖으로 가지고 나가게 되면 잃어버릴 확률이 높고 소매치기 위험도 크니 집에 두고 나가라는 것과 집에서는 너무 그것을 오랫동안 사용한다는 것이 그의 걱정이었다.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스마트 폰으로 사진도 찍고 싶을 텐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으니 나는 사진을 찍을 때도 평소에 잠바에 넣어 둘 때도 번거롭지만 손에 꼭, 꽉 쥐고 있어라 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집에만 두고 다니는 건 너무하지 않는가!!! 암튼 아이를 향한 그의 걱정 많은 태도를 보니, 향후에 그가 어떤 걱정을 또 늘어놓으면 나는 웬 걱정이냐며 짜증낼 일이 아니라 그 걱정을 안심시키고 이유를 설명하며 괜찮을 것이라는 확인 작업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물론 실전에서 우리의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충돌이 있겠냐 만은 적어도 나윤이와 보낸 3주를 통해 내가 얻은 결론은 그러했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지하철을 나와 집으로 향해 가는데, 늘 집 앞에서 마주치는 낯익은 흑인 창녀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한번도 그런적이 없는데 말이다 “실례지만... 저기요... ” 하더니 나윤이를 가리키며 “당신 딸이에요?” 정말 정말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네다섯 명의 흑인 언니들이 우리 둘을 처다 보고 있었다. 나도 그녀들을, 그녀들도 나를 근 일 년 넘게 집 앞에서 봤는데 내가 웬 여자애와 같이 있으니 파리에 자리 잡고 내 딸 데려온 게 아닌가 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궁금해서 미치기 직전에 나에게 물은 모양이다. “아니에요, 제 조카예요”라고 하자 “ (눈이 커지며) 울랄라!! 얼굴이 너무 닮아서 딸인 줄 알았어요!” 하며 웃음을 보내는 것이다. 일 년 내내 그녀들이 서 있는 걸 봤지만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고 이야기 나눌 일도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대화를 나눠본 것. 그리고 나윤이가 그녀들이 누구냐고 물어봐서 나는.. 음 대략 난감 속에 여기 근처에 사는 언니들, 근데 뭐 물어봤냐고 해서 설명을 해주니 아.. 하더니.. 근데 여기 흑인 사람들은 길에 서 있는 걸 좋아 하나 봐하는 것이다. 음... 진실은 나중에 네가 더 크면... 이야기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