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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Nov 07. 2017

60. 결혼식 전날도 나는 막노동???

드디어 내일은 우리의 결혼식.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는 보통의 결혼식장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성수동의 창고스튜디오를 청소하고 치우고 꾸며야했다. 15년간 영화 홍보일을 하면서 시사회나 제작발표회등등을 많이 기획하고 진행해보았기에 나는 아마 나의 셀프 웨딩플래너가 될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엄청 우왕좌왕 고생했거나 이렇게 내가 다 알아서 하는 결혼을 애초부터 생각도 안했을 것 같다. 우리는 결혼식 공간의 실내와 실외 모두 정리, 청소했다.우선 동대문 천 시장에 가서 하얀 천을 사왔고, 스튜디오의 야외무대에 ㄷ 자 모양으로 하얀 천을 이중으로 둘렀다. 스튜디오내부와 외부의 짐들을 한쪽으로 옮기고 간만에 바닥까지 대청소를 하고 비어 있는 공간을 바라보며 내일 놓여질 테이블과 의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꽤나 그럴싸해 보였고 작업이 거의 끝나가자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지고 있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씻고 자는게 좋아겠지만 이런 노동의 끝은 언제나 치맥 아니면 짜장! 탕수육아니던가!!!!! 그 무렵 나는 한국에 온지 근 한 달이 넘어 일년간 참고 기다리며 한국만 가봐라 하면서 먹고 싶었던 모든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아주 살이 오를 때로 올라 있었다. 결혼을 앞둔 다이어트를 하기엔 그간 일년간의 굶주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당시 만나는 친구들에게 늘 같은 멘트를 하고 있었다. “오늘까지 만먹을라고 내일부터는 다이어트 해야지! 응 저녁 8시 넘어 안먹을라고!! 이제 일주일 남았으니까 자제해야지!!! 음 3일 남았네 저녁이라도 안먹어 볼라고!!!"" 뭐 이런식이었다. 여튼 내일이 결혼식이었지만 내가 오늘 결혼식을 준비하며 했던 막노동은 나를 굶주린 사자 한마리로 변신시켰고 배달음식을 실컷 먹고 배를 두둥기며 쉬고 있는데 나나 올리비에나 그냥 딱 거지꼴이었다.


보통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왠만한 신부가 받는다는 그 흔한 얼굴 마사지는커녕, 얼굴에 팩도 한번 못하고 결혼식이 당장 내일이라니..에고고!!! 도저히 이 망측한 모습으로 집에 갈수 없었던 우리는 스튜디오 근처 찜질방을 찾았다. 그리고 나는 옷을 벗고 조용히 숨도 안쉬고 저울에 올라갔다...내 인생 최고의 숫자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으악!! 처음으로 이 몸무게를 마주한 순간, 누가 볼까 미친 듯이 체중계에서 뛰어내려 왔다. 아 이런 젠장.... 그리고 안 되겠다 싶어 뜨거운 찜질방에 들어가 살이 아니면 땀이라도 빠져라 버티다가 어느새 11시가 넘은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찜질방 한 켠 네일케어 하는 공간이 있길래 살포시 드러운 손을 내밀었다. 네일 해주시는 분이 “어떤 스타일 원하세요?”라고 묻길 래 “아 .. 긁적긁적.. 음 ...제가 내일 결혼식이거든요...” 네일아트 하는 분의 눈이 그렇게 커질 줄이야!! “네???? 결혼식이신 분이 지금 찜질방 오신 거에요? 오 마이 갓!! 제가 정말 예쁘게 해 드릴께요” 하시면서 정말 정성을 다해 내 손톱을 정리해주셨다! 그리고 어느새 새벽 1시... 와우 몇시간 뒤면 나는 결혼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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