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고양이 돌보기
"피나고 아프면 지도 더는 안 핥지 않을까?"
"그러다 염증 생기면 더 안 좋을 걸."
"이렇게 만날 넥 칼라를 씌워놓으면 스트레스받아서 더 안 좋은 거 아니야?"
가족 모두 갈팡질팡하며 이도 저도 못하고 있을 때 아들이 그동안 별러왔지만 엄두가 나서 하지 못했던 제안을 했다. 친구가 동물 피부과 전문의로 있는 대학 병원에 데려가서 자세히 검사를 받게 해 보자는 얘기였다. 그날 남편은 휴가를 냈고 아이는 10시간이 넘도록 오줌도 누지 않고 밥도 물도 입에 대지 않은 채 오랜 이동과 낯선 곳에서의 검사를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껏 일관성 없이 해온 치료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원인을 찾아가며 되밟는 치료가 시작되었다. 전에 다른 병원에서 했던 혈청검사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던 단백질원이 들어간 저 알레르기 사료로 바꾸고, 스테로이드제 투약을 고용량에서 저용량으로 서서히 줄여나가는 8주간의 과정이었다. 투약이 끝나가자 가려움증은 다시 시작되었고 변도 묽어지기 시작했다. 염증성 장질환을 함께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스테로이드 반응성이 중요했다. 이 과정이 지나고 잠시 간격을 둔 뒤 명확한 판단을 위해 1월 중순까지 2차 투약이 이어졌다. 약은 가려움을 멎게 해주는 대신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아기 고양이가 아니어서 잠은 원래 많이 잤지만 거의 20시간을 늘어져 지냈다. 대신 식욕은 비정상적으로 늘어 제한 급식을 해야 하는 나로선 늘 마음이 애달팠다.
나는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인가, 괴롭히는 인간인가. 사실 그전부터 자율급식과 제한급식을 두고 우리 가족은 여러 차례 논의를 해야 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과연 이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건강하게 오래 옆에 두려는 우리 욕심인가. 그러나 여러 수의사의 결론은 '비만이 되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온갖 질병을 불러들인다'는 것이었다.
알레르기원이 없는 사료를 석 달 이상 먹고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주원인은 식이 알레르기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환경적 요인에 의한 아토피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기엔 한 부위에만 반복해서 발진이 생기는 것이 특이했다. 아토피 발진은 보통 대칭으로 생기는데, 아이는 오직 오른쪽 다리와 발에만 병변이 생겼다. 혹시 몹쓸 병균이나 병원이 그 부위에 생겼을 수도 있기에 이제 남은 과정은
1. 조직검사(안 좋은 것이었다면 벌써 목숨이 위태로웠을 터라 가능성은 희박했다)
2. 보다 정확한 알레르기원을 밝히기 위한 피내 검사(옆구리 털을 깎고 알레르기원을 일일이 삽입하여 반응을 보는 방법)
3. 1, 2의 결과를 보고 아토피로 결론이 나면 면역억제제 투약이 시작된다고 했다. 면역억제제는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이며, 만약 염증성 장질환이 동시에 있다 해도 다행히 치료법은 동일하다고 했다. 다만, 이것 역시 아토피의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며,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하는 현재로선 최종적인 치료방법이었다.
2차 투약이 끝나갈 무렵 아이의 발바닥은 다시 핥아서 습진으로 뒤덮였고, 1월 말 아이와 우리는 다시 긴 여행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