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mmogram - Biopsy - MRI - MRI Biopsy, 수술 전까지 5주 동안 내가 거쳐온 검사들이다.
의사 한번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미국에서, 모든 일정이 초고속으로 잡히는 진기한 경험을 했고, 일단 "환자"로 구분이 되면 물론 한국보다는 느리지만 미국도 대세에 지장 없이 의사를 만나고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예상보다 모든 의사들, 간호사들, 치료사들은 엄청나게 친절했고 그것은 두려움으로 잠 못 이루는 나에게 진정 큰 위로가 되었다. 더불어, 내 주변에 생각보다 아주 많은 유방암환자들이 수술과 치료 후 아주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으며, 그분들은 자신의 경험과 어려운 시간들을 거리낌 없이 나눠주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며 안부를 물어오고 도울 게 없는지 수시로 물어왔다.
소위 나에게 "암밍아웃"을 해준 많은 분들을 떠올려보자면,
1. 남편 선배님 와이프이자, 내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서부의 J언니
2. 이 동네 한글학교 교사 시절 알고 지내던 E언니
3. 현재 내가 일하는 학교의 내 보스 이자, 대학원 때 지도교수였던 Prof. M
4. 주치의 오피스에서 항상 내 예방접종 및 피검사 결과 등등 체크해주는 Nurse E
이 중에 두 분은 수술-항암-방사선 치료까지, 다른 두 분은 수술-방사선 치료를 거쳐서 깨끗이 회복을 한 이후, 예전보다 더 건강해지고, 각자의 일터에서 아주 활동적으로 일하고 있다.
내 보스는 2008년 부분절제, 2018년 전절제 수술을 했다며, 내 소식을 들은 이후 수시로 내 경과를 물어주었다. 자기는 수술하고 다음날부터 바로 수업도 했고, 방사선 치료 6주 동안도 강의 일정 변경 한 번도 없이 잘 마쳤다고 넌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리고 건강하고, 무엇보다도 10년 전 자기 때보다 의술도 약도 좋아졌으니 훨씬 수월할 거라고 격려의 말과, 내가 수술과 치료를 다 마칠 때까지 이따금 장문의 격려 이메일을 보내주기까지 했다.
수술과 치료 전에 마쳐야 할 예방접종 때문에 병원에 가서 만난 Nurse E는, 다른 때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이런저런 나의 모든 기록들과 수치들을 체크해주었다. 덧붙여 자기는 5년 전에 부분절제 수술을 했는데, 첫 번 수술에서 깨끗이 절제가 안되어 재수술을 했고, 항암을 거쳐 방사선을 50회 가까이했다며, 마지막 끝날 즈음 한주만 휴가를 내고 쉬었다면서 그녀 역시, 그때보다 지금은 모든 약이나 치료가 부작용도 덜 해지고 수월해졌다고 활짝 웃으며 얘기했다. 그 이후 자기는 더 신경 쓰고 조심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이 좋아진 것 같다고, 너도 그럴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자기한테 연락해 물어보라고, 코로나가 아니면 허그를 한번 해주고 싶다고 따뜻한 말로 나를 격려해주었다.
두 분의 언니들은, 장시간의 전화통화와 따뜻한 격려의 문자로 역시나 본인들의 경험을 나누어주시며 수술은 시작이며, 그 이후의 기나긴 투병의 시간들을 위해 무엇보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늘 하던 일상을 계속해가면서 무리하지 말고 체력을 길러놓아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생활습관, 마음가짐 등등 여러 가지로 따뜻한 조언들을 해주시며, 두렵고 걱정스러워 잠이 안 오겠지만 나중에 다 마치고 나면 언제 내가 아팠었나 하는 시간이 온다시며, 하루하루만 생각하고 그날의 기쁨과 감사함에 집중하고 다른 잡념들은 떨쳐버리라고 조목조목 내게 일러주셨다.
어느 날 불현듯 암 환자의 입장이 되어버린 기막히고 엄청난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아픈 사람들의 마음과 그 두렵고 힘든 시간에 대한 공감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얻게 되었다.
위로와 격려라는 명목으로 함부로 내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내가 어떻게 도움을 주면 되겠느냐"라고 따뜻하게 물어주는 것이 더 좋고, 그런 말주변이 내게 없다면 진심 어린 카드 한 장을 써 보내 주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같은 유방암 환우라고 해도, 심지어 같은 병기의 경우여도, 각각 수많은 케이스가 있고 그에 따라 수술방법도 치료방법도 후에 복용하는 약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인터넷과 카페의 정보 홍수 속에서, 배우고 얻는 정보들도 많은 동시에 쓸데없는 두려움과 걱정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항암치료도 주사를 맞는 하루 이틀 정도만 쉬면 일상에 전혀 지장이 없고, 방사선 치료를 몇 주씩 받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전혀 모를 정도로 아무렇지 않기도 한 반면, 어떤 사람은 항암과 방사선 치료 시작과 동시에 매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약을 투여받고 복용하는 경우라도 환자의 그 당시 컨디션과 면역력, 심리상태 등등 변수는 무궁무진하기에 미리부터 겁을 낼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혹시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해도,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법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으로 수술과 치료를 미룬다거나 머리를 싸매고 누워 걱정을 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자기의 병기와 현재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되어있어야 하겠지만, 그것도 혼자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고민하고 걱정하기보다는, 담당 의사 선생님께 알고 싶은 내용들을 미리 적어 준비해 가서 여쭤보고, 음식이나 운동에 대한 것들도 뭐가 뭐가 좋다더라는 사람들의 말보다는, 내 경우엔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정확한 상담을 하고 그대로 따르며 준비를 해야만, 수술과 치료에 방해가 되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너무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따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고, 앞으로의 계속될 내 치료기간 동안 가장 명심하고 따라야 할 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의 암밍아웃 지인들은, 이제 막 길고 외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된 내가, 언제 가장 힘들고 두려워지는지 본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적절한 타이밍마다 나를 체크하고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고 힘을 실어주셨고, 그 따뜻한 마음과 위로 격려의 말들은 아마 내 평생을 두고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고마운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신세 갚음을 할 방법은, 담담한 마음으로 예정된 수술과 치료를 잘 마치고 완치되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예전의 소소한 내 일상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 나와 같은 또 다른 초짜 암환우의 소식을 들었을 때에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 따뜻한 위로와 시선으로 옆에서 챙겨주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