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산림욕, 석양 만끽하기
10:00 오전 필라테스 수업
게스트하우스에 6일 묵는 일정으로 온 나는 오후 여섯 시면 해가 떨어지는 제주에서 밤 운전이 무서워 일찍 들어와 방콕을 택했고 (코로나로 독실을 썼다), 그 덕에 좀이 쑤시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에 있는 동안 문득 도시운동(?)인 필라테스가 하고 싶어 진다면 두모리 쪽에 찾아갈 수 있는 곳. 미리 예약은 필수.
짜여진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몸상태와 컨디션을 보고 동작을 하는 곳. 80분 수업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땀이 쭉 났다. 나갈 때 옆집 할머님이 주셨다며 귤도 바리바리 몇 개 가방에 넣어주심. 혼자 여행하며 빨간불 대기신호 섰을 때 차 안에서 재빨리 맛있게 까먹었어요. 하얗고 깔끔한 스튜디오와 알찬 프로그램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네이버에서 두모먼트 필라테스 또는 인스타그램에서 @do_moment_pilates 검색.
14:00 한라산까지 이어지는 사려니숲길
벌써 한 7,8년은 전인 듯한, 제주도에 제대로 처음 왔을 때 민박집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셔서 갔던 사려니 숲길. 비가 살짝 왔었는데 그때 그 포근하면서도 촉촉한 느낌을 못 잊어 한림 숙소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을 달려 재방문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북적댔고, 신혼부부 스냅 촬영도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1km만 들어가도 곧 사방이 조용해지고 깊은 삼나무 숲 속에 나와 키 큰 나무들만 남는다. 그늘은 쌀쌀하니 바람막이 필수. 쓰레기통이 없다.
한 시간 동안 빠른 듯한 걸음으로 6km를 걸었다. 내내 날씨가 좋았고, 반가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좋았다. 바삭바삭, 발걸음에 소나무 솔들과 나뭇가지, 흙이 밟히는 소리마저 힐링이었다. 여러 코스가 있으니 여러 번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눈과 코와 귀가 즐거운 산림욕. 입장료, 주차비 무료. 단 주말에는 사람이 더욱 많을 수도 있겠다. 갓길에 차를 댈 때는 조심하자.
17:55 떨어지는 해를 쫓아서
원래 계획은 17시까지 숙소가 있는 한림 쪽으로 돌아온 뒤 금오름에 올라 석양을 보는 거였으나, 서쪽으로 돌아오는 것이 지체되어 도착할 때쯤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요즘 금오름이 너무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게다가 저녁 바람이 꽤 차서 올라갔다간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그냥 입구 한편에서 해지는 것만 바라봤다.
여행을 하며 문득 들었던 생각은, 순간순간의 갈래길에서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가 지나간 길이 되듯... 내가 살아온 삶 또한 그렇다는 점이다. 여행 중에는 매 순간이 신기하고 애틋하다. 오늘은 두 끼밖에 없는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생각해보면 삶의 모든 순간은 딱 한번뿐이다. 매일 같은 출근길, 반복되는 일상도 두 번 같은 순간은 없다. 2020년 x월 x일이라는 기록 속으로 매 순간 빨려 들어간다.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이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