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남긴 작품

물총새의 심연

by 블루비얀코

새도, 꽃도, 아이도 그리다 보니, 나만의 캐릭터를 나만의 스타일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나는 왜 새를 그리기 시작했을까? 시작은 유진피터슨 목사님의 책에서 본 물총새가 나오는 시였다. 그 시에는 자신의 소명을 아는 존재로서의 물총새가 물속으로 내리꽂는 순간, 주황색 불이 물속으로 떨어지는 듯하다는 묘사가 있었다. 그 묘사가 강렬한 장면으로 떠오르며 내 마음속으로 내리 꽂혔다.


그러려면 물총새란 놈 한번 제대로 파봐야지. 뭔지 알아야 뺼건 빼고 남길건 남기지.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가까이 보는 안경까지 새로 맞췄다. 새 안경을 통해 보니, 새 세상이 열린 듯, 깃털 하나하나 선 하나하나의 유려함이 더 명확히 눈에 들어왔다.


색연필로 깃털 하나하나 세밀 묘사를 했다가, 물감으로도 표현하고 다시 색연필로. 두 주쯤 공을 들였다.


정성껏 물총새 온몸의 깃털의 색과 곡선의 방향까지 신경 써 묘사를 하고 나니,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뿔싸, 머리가 쭈뼛하는 긴장이 느껴진다. 내리꽂을 지점만을 바라보고 있는 눈과 날카로운 부리가 편안함과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걸 어쩐다....


배경이라도 부드럽고 자유롭게 힘을 빼봐야지. 여러 톤의 그린을 섞어 배경을 칠해봐도 서로 따로 놀며, 임팩트가 없다. 그림을 좀 부드럽게 하면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잡지책을 넘기며 마음에 들어오는 대상을 찾는다. 아마릴리스의 고혹적인 주홍빛과 봉우리에 맞물린 꽃잎들의 관능적인 곡선이 눈에 들어온다.


물총새의 시선이 맞닿는 곳에는 보이는 꽃의 모습을, 그리고 위쪽에는 깊은 마음속 꽃의 모습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 보이는 것만큼, 느껴지는 것도 중요하니까.


완벽하진 않지만, 물총새, 물속의 꽃, 마음속의 꽃, 세 가지 요소가 서로 어우러지며 물총새의 긴장감을 다소 누그러뜨리고 궁금증 또한 불러일으킨다.


애초에 나 같은 아마추어에게 완벽이란 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이번에도 그렇게 시간이,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의 노력과 합쳐져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주었다.


나만의 스타일, 그거 꼭 찾고야 만다! 그 또한 시간이 같이 해 주겠지. 포기하지만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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