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 :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얼굴

입체적인 연기에 대하여

by 소유


진선규라는 배우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사람 좋은 얼굴’이 생각난다. 그는 어디선가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얼굴이다.

그런 그가 극에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범죄도시>의 위성락부터 <극한직업>의 마 형사, <경이로운 소문>의 마주석, 그리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국영수까지.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인물들은 매번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온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우리는 그의 연기에 질리지 않는 걸까.



​1. 사투리라는 핸디캡을 인물의 호흡으로


진선규의 연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특유의 말투다. 경상도 사투리가 밴 억양은 선역과 악역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극한직업>이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는 순박함과 인간미를 만들어내지만, 악역을 입는 순간 그 결은 서늘하게 바뀐다.

보통 배우에게 고유한 말투는 배역의 폭을 제한하는 요소가 되기 쉽다. 그러나 진선규는 이를 인물의 리듬으로 전환한다.

말의 속도와 호흡, 미묘한 억양의 차이까지 조절하면서, 말투 자체를 하나의 연기 도구로 확장해 낸다.


2. 절망 끝에서 피어난 순수악


그가 보여주는 ‘악’은 매번 다른 결을 가진다. <범죄도시>의 위성락이 날것 그대로의 본능적인 악이라면, <경이로운 소문>의 마주석은 절망과 복수 끝에서 서서히 무너져간다.

그것은 목적 없는 악이 아니라, 부서진 마음에서 터져 나온 ‘순수악’에 가깝다.

관객은 그의 악행을 보면서도 묘한 연민을 느끼게 되고, 그 감정의 이중성은 오래 남는다.


​​마치며: 묵묵히 곁을 지키는 단단한 온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국영수 팀장은 극 중심에서 균형을 잡는 인물이다.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서사 속에서도, 그는 특유의 여백으로 공기를 환기시키며 극을 지탱한다.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하게 남는 온도처럼, 그렇게 그는 오래 곁에 머무는 배우로 남는다.





*사진출처 - 스튜디오

매거진의 이전글신혜선, 소리와 표정으로 인물을 빚는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