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존재사이
인터뷰나 무대 인사에서 드러나는 성실한 태도,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선함 때문에 나는 이제훈이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는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인물의 의도 역시 놓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순간에는 인물보다 ‘배우 이제훈’이 먼저 보일 때가 있다.
그는 왜 그 경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일까.
1. 찰나의 진심, 드러나는 과정
이런 연기의 특징 때문에 인물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시그널>의 박해영이 대표적이다. 프로파일러로서의 냉철함과 내면의 불안정함이 부딪힐 때 느껴지는 특유의 어색한 공기는 배우의 결핍과 맞닿아, 오히려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로 작동한다. 냉정하게 말해 이는 배우가 인물에 완벽히 녹아들었다기보다,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관객 앞에 드러난 것이다.
2. 지워지지 않는 존재감의 양면성
이러한 특징은 <모범택시>의 김도기에서 더 분명해진다. 김도기라는 인물에서는 비교적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김도기가 ‘부캐’가 되는 순간 묘한 아쉬움이 생긴다. 관객에게는 ‘김도기가 연기하는 부캐’가 아니라, ‘배우 이제훈’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며 : 완성형이 아니기에 더 기대되는
모든 배우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어떤 배우는 인물 자체가 되는 길을 택하기도 하고, 어떤 배우는 인물과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나간다. 이제훈은 후자에 가깝다. 그는 여전히 그 과정 위에 서 있다. 그래서 그는, 완성된 배우가 아니라 앞으로가 더 궁금한 얼굴로 남는다.
*사진출처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