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형태의 폭력 중에 사소한 일로 치부되어 '가족끼리 알아서 해결'하길 요구받는 문제들이 있다. 단란한 정상가족이라는 도덕관념 때문에 원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입는다. 피해자는 '나는 도덕적이지 않아', '내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가해자도 본인이 상대에게 어떤 폭력을 가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 내 문제 해결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첫 번째는 가족 구성원의 인식 개선을 통한 관계 재정립이다. 두 번째는 원가족을 떠나 스스로 가족 구성원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오은영 박사 등이 전하는 메시지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렇듯 좋은 부모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첫 번째 방법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원가족을 떠날 수 있다는 권리는 인식조차 부족한 탓에 두 번째 방법은 여전히 관심 밖이거나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피를 나눈 가족, 하늘이 정해준 가족만이 가족일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상상해보는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설문을 열었다. 가족이나 친인척관계 같은 밀접하고 직접적인 관계에서 생기는 위계와 차별, 편견의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