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채용이랑 뭐가 다를까-
본 글은 Offpite 라는 HR 사이트의 필진(HR Pioneers)으로 참여하여 2025년 7월 21일 발행한 글을 개인 브런치로 옮긴 것입니다. (참고 링크)
제목: 글로벌/해외 인재 채용 - 국내채용이랑 뭐가 다를까?
- 글로벌 인재채용에서 competency Based Interview 더 잘 활용하기-
1973년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맥클렐랜드(David McClelland) 역량이론을 제시한 이후, 역량은 HR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의 채용, 평가, 보상, 개발 등 거의 전 HR 영역이 역량중심으로 운영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채용에 있어서 역량기반면접(Competency-Based Interview, CBI)은 과거 행동사례를 통해 미래의 직무 수행 역량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구조화된 효과적인 면접법이며, 지금도 글로벌 채용에서 널리 활용되는 표준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HR 업무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익힌 면접 방식이 CBI였고, 현재 취업준비코스들 역시 대부분 이 방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현지채용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CBI의 한계
저는 2022년, 터키 마니사라는 지역에서 대규모 채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CBI가 항상 효과적인 도구는 아니라는 점을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 방법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적용되는 문화적, 환경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시 저는 2년 안에 1600명 규모의 조직을 신규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었고, 초기에 약 200명의 매니저 레벨을 현지에서 채용 중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력직 접에서 활용하듯, STAR Situation(상황), Task(과제), Action(행동), Result(결과) 기법을 기반으로 한 역량기반 질문을 활용했죠.
[예시질문]
문제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Can you describe a time when you took the lead in solving a difficult problem?)
그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What was your role in that situation?)
지금 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었던 점은 무언인가요?” (Looking back, is there anything you would have done differently?)
본인이 이 직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Why do you believe you’re a good fit for this role?)
이직을 고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What made you consider changing jobs?)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업무를 하면서 문제를 만들지 않습니다.(I don’t create problems. I manage all very well)
저는 모든 과제를 항상 성공적으로 완수했기 때문에 후회 없습니다. (I’ve completed all my tasks, so I have no regret.
할 수 있습니다. 다 해봤습니다.( I can do it because I’ve done it all)
원래는 이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현 직장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서치펌이 연락을 해서 지원했습니다. Everything is fine at my current company. I am applying for this position because I was approached by headhunter. “
답변은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례나 행동 근거는 거의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검토 과정에서 이력서에 기재된 프로젝트 경험이나 글로벌 협업 사례, 기술 역량 등도 실제로는 확인이 어렵거나 과장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매주 최고 경영진에게 보고해야 했던 중요한 프로젝트였기에, 채용의 어려움은 큰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부터 질문했습니다.
왜 통하지 않는 걸까? 무엇을 바꿔야 할까?
채용팀원들과 함께 그간의 인터뷰를 복기해 보았고, 추가로 터키 현지 채용 전문가들, 산업공단의 기업 경영진들을 인터뷰한 결과 다음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문화적 차이가 만든 오해
그동안 글로벌 HR 경험이 풍부하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만났던 지원자들은 북미권/영국 등 서유럽 국가의 업무 방식/채용 문화에 익숙한 계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면서 진정한 로컬 지원자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인터뷰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터키는 체면, 관계 중심, 권위에 대한 존중, 자신감 표현이 중요한 문화입니다. 그 안에서 실패를 인정하거나 본인을 낮추는 표현은 약점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후보자들의 “문제없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다 해냈습니다”라는 답변은 그들 입장에서는 실제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적 표현이었습니다. 인터뷰 준비 부족이나, 역량 수준, 직무경험 제한도 일부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반복적으로 나타난 패턴 속에서 문화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CBI의 본질인 ‘성찰(reflection)’을 요구하는 질문 자체가 문화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던 셈입니다.
[참고] CBI 가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들
그렇다면, 해결책은?
CBI는 여전히 강력한 툴입니다. 고민 끝에 깨달은 결론은, „무엇을 묻느냐 “ 보다 „어떻게 물어야 후보자가 진짜로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가 “, “후보자의 대답을 면접관이 제대로 이해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적 방어기제를 낮추기 위해 표현과 접근을 다음과 같이 조정해 보았습니다.
보완한 질문 방식
1. 사실 검증형 질문 (과장방지, 실제 기여도 확인)
“프로젝트 팀 규모, kpi, 본인의 역할은? 동료들의 역할은?
“그 프로젝트에서 팀원들은 어떤 역할을 맡았고, 본인은 어떤 부분을 담당했나요?”
2. 제3자 관점 활용 질문(심리적 안전 확보, 자기표현 부담 줄이기 위해 타인의 시각을 빌려 질문)
“동료/상사가 본인에게 잘 맞는 역할이라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후배가 같은 프로젝트를 맡아서 지금 해야 한다고 하면, 어떤 접근을 좀 다르게 해 보라고 조언하겠습니까? “
3. 맥락 중심/ 환경중심 질문 (개인의 행동을 팀과 상황 맥락 속에서 파악. 역할 과장, 체면, 단편적 답변 방지)
“본인의 능력, 노력과 상관없이 예상과 다르게 일이 흘러갔던 상황이 있었나요?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동료나 후배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셨나요?”
4. 의사결정·동기 탐색형 질문 (이직 사유/직무 선택 이유를 직접 묻기보다는 선택 기준/기대 요소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
“이전 회사에서도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쌓아오고 계신데, 이 조직/직무에서 특히 기대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만약에 이 기회가 없었다면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계획하셨을 것 같나요?”
5. 배움/과정 중심 질문 (방어 줄이기, 업무 방식 이해)
“돌이켜보면 가장 많이 배운 경험은 무엇이었었나요? 그렇게 느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보람 있었던 프로젝트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셨는지 차근차근 단계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어떤 기준들을 고려하시나요? 그중에 우선순위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
결론: 글로벌 채용에서의 역량기반면접(CBI), 문화적, 언어적, 심리적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표현방식이 필요하다
CBI는 분명 유용한 면접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단지 구조에만 달려있지 않습니다. 질문이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채용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채용을 진행할 때, 지원자들의 문화적, 언어적, 심리적, 비즈니스 상황적 경험 수준을 충분히 먼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질문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현지 문화와 심리적 안전감을 반영하여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HR 커리어 초반 5년 동안은 “좋은 질문”, “ 마법의 질문”을 찾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Amazon에서 인터뷰 질문 관련 책을 사서 읽고, 구글에서 “great interview questions”를 찾아 외우며, 면접에서 활용하고 뿌듯해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마법의 질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좋은 질문은 후보자가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진솔하고 명확하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후보자들의 스토리에서 층간의 의미를 날카롭게 읽어내고 해석합니다. 그렇게 우리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서,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고, 궁극적으로 비즈니스의 성과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노력이 쌓일수록, HR기여의 깊이도 분명 커지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