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철학자가 됩니다(11)
도둑이 들었습니다.
두려움에 떠는 당신에게 도둑이 묻습니다.
“목숨을 내 놓을래, 돈을 내 놓을래? 네가 선택해.”
여러분이라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물어볼 것도 없이 돈을 내 놓겠죠. 목숨을 선택하면 도둑은 목숨과 함께 돈도 가져갈 테니까요.
우리는 강요된 선택 속에 살아갑니다.
도둑이 우리에게 선택권을 줬을 때, 우리는 이미 돈을 빼앗겼습니다.
“돈을 가져가세요.”
우리는 목숨은 빼앗기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빠집니다. ‘(나의 선택에 의해서) 돈은 빼앗겼지만 목숨은 빼앗기지 않았어. 난 옳은 선택을 한 거야. 이보다 좋은 선택을 할 수는 없어. 그 누구라도 나처럼 선택했을 거야.’ 목숨이냐 돈이냐, 라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돈을 선택한 것은 바로 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내어줌으로써 목숨을 건질테니 자신의 선택에 만족스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도대체 누가 우리의 목숨과 돈을 함부로 가져갈 수 있는 거죠?
당당히 거부해 보세요.
선택을 강요하는 도둑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오. 당신의 질문은 잘못됐어요. 나는 목숨도, 돈도 당신에게 줄 이유가 없어요.”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잘못된 질문을 던지고 선택을 강요합니다. 돈과 명예와 외모와 지식에 대한 것을 말이죠. 우리는 잘못된 세상의 질문을 당당히 거부하고,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바라봐야 합니다.
도둑은 비유에 불과합니다. 진짜 도둑이 와서 저렇게 묻는다면, 도망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