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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쌤 Mar 10. 2022

무너진 언어의 세계를 산다

가끔은 철학자가 됩니다(3)

지구 상의 모든 언어가 하나일 때가 있었다.


성경 안에서의 이야기가 아닌, 실재적으로 그러니까 지금도 세계의 모든 이들이 하나의 언어를 쓴다.


물론 그것은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들의 언어이다.


그들의 첫 언어는 울음이다.


아기가 울면 엄마는 젖을 먹이거나, 기저귀를 살피거나, 잠을 재운다.


아기들의 언어는 세계 만국의 공통 언어이다. 



하나였던 언어가 깨어지는 순간이 있다. 


성경 안에서는 하늘나라에 닿을 바벨탑을 세우던 이들이 하나님의 심판으로 모두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소통이 불가능해졌고, 더 이상 바벨탑을 쌓을 수 없게 되었다.


언어가 단절될 때, 모든 행위는 중단된다.



어린 아기들의 하나였던 언어가 깨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부모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아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분열은 여기서 시작된다. 




언어를 통해 인간은 주체를 형성하게 된다.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자신이 어떻게 이야기해야 상대방이 옳게 반응하는지 등등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언어를 습득하면서 타인과 자신을 구분 짓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국의 언어가 교육되듯 자연스레 자국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을 받아들이게 된다.


의심 따윈 없다.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혹은 보다 나은 시스템이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아가 보다 나은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자국의 시스템 밖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소수만이 한다.


그 이유는 소통의 관계를 맺어놓은 이들이 자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관계를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보통의 용기로는 불가능하다.




언어를 통해 인간은 주체를 형성하게 되지만 동시에 진리에서는 멀어진다.


언어는 인간을 진리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소이며, 동시에 진리에 닿게 만드는 유일한 요소이다.


인간은 언어를 소유하게 되면서 소통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단어는 단 하나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언어의 세계는 어떤가.


10대들의 언어와 50대의 언어는 상이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10대들의 언어를 50대는 이해하지 못하고, 50대의 언어를 10대가 이해하지 못한다.


언어는 무너지고 부서져서 파편화되어 버렸다.


본래의 상징과 의미들은 남아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언어들이 생성된다.


소통을 위한 언어를 재창조해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 위기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시대에, 글을 쓴다는 일은 무엇일까. 한없이 망설여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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