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하기 좋은 것

바람과 산책하기

by 소율

<2022. 9. 6>


드디어, 태풍이 끝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부터 살폈다.

구름 가득 흐리다, 바람도 많이 분다.


어젯밤 잔뜩 겁먹은 것이 무색하게 역대급 태풍이라던 힌남노는 별일 없이 지나갔다.

남쪽 서귀포와 서쪽 한경면 바닷가에 사는 지인에게 안부를 물었다.

다들 무탈하단다.

동쪽, 남쪽, 서쪽이 모두 괜찮으면 제주도는 전체적으로 큰 피해가 없었다는 이야기인가.

지역마다 워낙 날씨가 다르므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마음이 편안하다.

커피 원두를 갈아 내리고 달걀을 하나 삶고 토스트를 한 쪽 구웠다.

느긋한 아침밥.



방과 거실의 창문을 모두 열고 환기를 시켰다.

바람이 아직 찼다.

나가서 뒷길을 걸을까 하다가 주저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잡일을 했다.



점심시간.

미리 냉동실에서 꺼내놓은 돼지고기에 갖은 채소를 넣어 볶았다.

때에 따라 육류가 닭고기냐 돼지고기냐로 달라진다.

간편해서 자주 해먹는 음식이다.

든든하게 한 접시를 먹고 나니 진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내내 거실에서만 걸었다.

퇴고 작업에다 태풍까지 겹쳐서 어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후 2시, 가장 더울 시간이다.

산책하기에 좋은 때는 아니지.

나는 보통 이른 아침에 걷는다.


그러나 오늘은 해가 들락날락하고 구름이 많았다.

바람은 여전히 시원하다.

그리 덥진 않겠다.

답답해서 뛰쳐나갔다.



목적지는 편도 30분 지점, 버스정류장.

태풍이 닦아놓은 하늘은 깨끗했다.

구름과 파란 하늘이 조화롭다.

해가 내 앞쪽에서 숨바꼭질 중이다.


나뭇잎이 오른쪽 방향으로만 누웠다.

바람의 방향대로 돌아섰나 보다.

태풍의 흔적이다.



정류장에서 지체하지 않고 발길을 재촉했다.

점점 구름이 물러가고 있었다.

진짜 더워지기 전에 집에 가야지.

반대편으로 돌아서자 해가 뒤에서 비춘다.

하늘이 더 파랗게 보였다.



나는 오일장에서 산 막바지를 입었다.

얇고 시원하고 편하다.

그림자가 진하게 생겼다.


이마에 땀이 조금 맺혔다.

아무래도 한낮이니까.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은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네!

내일은 오랜만에 숲길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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