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는 순간의 가상자리에 있는 우리
열차를 탑니다. 분주한 마음으로 뛰어 역에 도착하니,
열차는 이미 와서 나를 반기고 있습니다.
‘열차는 언제나 시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열차 속으로
내 한 몸도 함께 실립니다.
열차는 출발하고, 정차하는 역마다 문이 열리지만
사람들은 내리지 않고 타기만 합니다.
열차 안의 공간은 점점 빼곡해지고, 그 안에 실린 내 몸도 조금씩 움츠러듭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숨 쉴 공간은 줄어들고, 마음은 답답해집니다.
그만큼, 몸 둘 곳 없는 마음이 점점 작아집니다.
어느 역에서,
열차 칸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립니다. 나도 그 흐름 속에 몸을 실어 내립니다. 각자의 시간을 찾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인파의 파도에 섞여 앞이 보이지 않지만,
저 멀리 보이는 이정표를 따라 목적지를 놓치지 않고 걸어갑니다.
만약 그때 내리지 않았다면 열차의 한켠에 자리를 잡고
내 몸을 쉴 수 있었겠지요. 움츠러들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확보하며, 잠시 숨을 고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늘 분주하고 빼곡한 곳으로 향하는 이 여정.
우리는 무엇을 찾아가는 걸까요? 사람들로 가득 찬 열차칸처럼 내 머릿속과 가슴도 점점 복잡해집니다.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 가슴 가득한 긴장감은
그곳을 떠나면 퍼서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우리는 계속 붐비는 곳을 향해 가는 걸까요.
다시 열차를 탑니다.
이번에도 정차역마다 사람들은 내리지 않고 타기만 합니다.
어느새 내 한 몸 둘 곳 없이, 열차칸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집니다. 그리고 내 마음도, 둘 곳이 없어집니다. 그 빼곡함 속에서각자의 마음의 실타래는 숨어버리거나,
삐져나온 실들은 서로 엉켜버립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립니다.
인파에 휩쓸려 내리려다, 비워진 열차칸을 보고 그대로 남습니다.
넓은 공간의 열차는 자신의 공간을 내어줍니다. 내 몸을 둘 곳, 팔을 뻗을 여유, 그리고 앉을 자리. 그제야 마음은 넉넉해지고, 머릿속의 엉킨 실타래는 풀어집니다.
주르륵 풀린 실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흘러가며, 나는 그 흐름 속에서 미소 짓습니다.
열차는 계속 달립니다.
정차역마다 문을 열지만, 내리는 사람도, 오르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곳에 내립니다. 싱그러운 공기, 푸른 녹음, 사계절의 변화를 품은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열차는 다시 그곳에서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나 또한 잠시 그곳에 서서 느껴봅니다. 그리고 내려놓습니다. 분주한 마음도, 무거운 몸도.
그리고 압니다.
언제나 열차는 우리가 타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어디에서 내리든, 어디로 가든,
그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