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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화 May 20. 2019

나를 감동시키는 글을 만나다

 글쓴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글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눌러쓴 흔적을 만날 때면 내 가슴이 설렌다. 그 글을 만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귀한 문장들이 모여 한 페이지를 이루고, 그 페이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 모든 작가가 정성을 들여 책을 출판하겠지만, 특별히 그 정성이 내게도 전해지는 책을 만날 때면 마음속 작은 흥분을 쉽사리 감추기가 힘들다. 저녁 시간을 내어 남편에게 자랑을 하고, 마음이 가는 지인에게 선물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짤막한 글귀로나마 책이 준 감동을 기록해 둔다.


 아이를 재우고 틈틈이 읽는 책 읽기라 한 번에 많은 양을 읽어내진 못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제법 여러 책이 내 손을 스쳐간 걸 알게 된다. 작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제목 빼고는 별다른 기억이 없는 책이 있는가 하면 다시 첫 장부터 펼쳐 들고 싶은 책도 있다. 비슷한 판형에 비슷한 두께, 비슷한 가격임에도 내게 남은 이미지는 천차만별이다.


 얼마 전 재테크 관련 책을 읽다가 작가의 뻔뻔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에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본인도 돈을 벌자고 책을 쓰는 일이니 아는 걸 모두 책에 옮길 수는 없는 일이라며 솔직하게 밝히고 있었다. 책에 미처 싣지 못한 노하우들은 강연이나 컨설팅을 통해 공개할 테니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로 찾아오라는 친절한(?) 안내였다. 모두 함께 부자가 되어보자는 달콤한 속삭임도 곁들였다.


 어디 한 구석 틀린 말은 없었으나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님에도 내가 책이라는 물성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인지, 그 책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금세 시들해졌다. 적어도 책이 다른 어떤 것의 수단이 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여차해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지라도 작가가 나서서 그렇게 설명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꼰대적인 사고방식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책은 책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그 작가가 알게 된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한다며 고개를 내저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대로 가끔은 어떻게 이런 문장을 남겼을까 싶은 책들도 있다. 유명한 작가 여서도 아니고, 한 분야의 전문가 여서도 아니다. 그 사람의 진정성이 묻어있고, 고민의 흔적이 남은 문장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일상의 순간을 담담하게 옮겨 적은 글은 멋스럽진 않아도 그 순간의 풍경과 감정을 그려보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감동의 정도에도 개인 차가 있을 테니 내 감성과 맞는 글을 만난 탓도 있을 테지만.


 무엇이든 만든 이의 수고가 들어간 것은 그것을 마주하는 이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준다.

 그것은 만들어진 결과물이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가히 작품이라 할 만하다. 박수받을만하다.


 내가 만난 감동, 작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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