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仕事(시고또)’와 한국어 ‘일’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다.

by 우주사슴

우리는 흔히 일본어 仕事(시고또)를 한국어로 ‘일’이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학생일 때 숙제를 하거나, 전업주부가 집안일을 할 때, 학교 스포츠 부활동에서 자신이 맡은 포지션 역할을 수행할 때도, 일본어에서는 이것을 시고또로 본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미는 훨씬 포괄적이다.


한국어 ‘일’은 전통적으로 경제적 보상과 직업 활동 중심으로 정의된다. 직장, 사업, 프리랜서 활동 등 생계를 위한 행위가 핵심이다. 물론 집안일처럼 경제적 보상과 무관한 활동도 ‘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일본어 시고또처럼 사회적·문화적 포괄성이 강조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일본어 시고또는 경제적 보상 여부와 관계없이, 맡은 역할과 책임 수행 자체가 핵심이다. 직업, 학업, 집안일, 봉사, 스포츠 부활동, 동아리 활동 등 모든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학교 축구팀에서 골키퍼로서 자신의 포지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밴드 동아리에서 맡은 파트를 완수하는 것, 지역 봉사 활동에서 맡은 과제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것 모두 시고또에 해당한다. 직업적 성취가 아니더라도, 역할과 책임 수행 자체가 사회적 기능과 자아 정체성과 연결된다.


직장인의 경우,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팀 내 역할을 수행하고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동료와의 협업 속 책임 완수 역시 시고또에 포함된다. 전업주부라면 가사, 가족 관리, 일정 조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 수행 역시 시고또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본 사회에서도 경제적 활동과 사회적 지위는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전업주부나 학생, 노인 등 모두의 활동이 항상 동일하게 시고또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므로, 과도한 이상화는 경계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을 단순 대비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두 언어와 문화 모두 경제적·사회적 평가와 역할 수행이 혼재되어 있으며, 의미 차이는 스펙트럼상의 상대적 차이에 가깝다.


영어 개념을 포함하면 이해가 더 쉽다. 영어 job은 특정 직업, 직무, 직장과 연결되며 경제적 보상과 계약 관계가 핵심이다. 한국어 ‘직업’이나 ‘일’과 가까운 개념이다. 반면 work는 활동, 노력, 수행 자체를 포괄하며, 직업적 활동뿐 아니라 집안일, 연구, 창작, 학습 등 다양한 활동도 포함된다. 시고또는 work와 job 사이에 위치한 개념처럼 볼 수 있다. 즉, 활동 자체와 책임 수행, 역할 완수가 강조되는 점에서 work와 유사하면서도, 직업적·사회적 평가와 연결되는 점에서는 job적 성격도 갖는다.


번역 시 주의도 필요하다. 시고또를 단순히 ‘일’로 옮기면 경제적·직업적 의미에 치중되어 포괄적 의미가 손실된다. 반대로 ‘역할 수행’이나 ‘책임 수행’으로 옮기면 일본 사회의 현실적 평가와 불일치할 수 있다. 문맥과 활동 유형, 사회적 평가 수준을 고려해 유연하게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한국어 ‘일’과 일본어 ‘시고또’는 동일한 단어가 아니다. 차이는 포괄성, 사회적 기능, 연령·직업 범위 등 강조점에서 나타나며, 문화적 맥락과 상대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도한 일반화나 이상화를 피하고, 현실적 평가와 문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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