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시리즈 11> 한국 자본주의 파괴와 같다.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잘못될 경우 그것은 단순한 ‘판 리셋’이나 일시적 재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금융, 조세, 계층 이동과 결합된 핵심 자산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실패는 한 부문의 손실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와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연쇄적 충격으로 이어진다.
첫째, 금융적 측면이다.
주택은 대출의 주요 담보다. 가격 급락은 곧바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신용 경색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과도한 상승은 가계부채를 확대해 금융 시스템 전체를 취약하게 만든다. 한국은 이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 중 하나여서, 정책 실패의 충격이 곧바로 금융 불안으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
둘째, 조세 구조의 불안정이다.
주택 가격은 취득세, 양도세, 재산세 등 지방정부 재정의 기초다. 시장의 급격한 위축은 지방 재정을 흔들고, 중앙정부는 부양책으로 대응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곧 국가 재정의 불안으로 연결된다.
셋째, 거래 경직성이다.
가격 불안이 커질수록 거래는 끊기고, 실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움직이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발생한다. 이른바 ‘거래 절벽’은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 자금 흐름의 정체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준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충격이다.
주택은 한국 사회에서 계층 이동의 거의 유일한 통로로 여겨진다. 따라서 정책 실패는 단순한 자산 손실을 넘어 ‘미래에 대한 기대’ 자체를 무너뜨린다. 이는 소비와 투자의 위축, 세대 갈등과 사회적 불안정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구조적 메커니즘은 역사적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화된 대출과 기업 구조조정 실패가 맞물리며 금융 시스템이 붕괴했고, 자산 가치 하락은 가계와 기업을 동시에 압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 가격 하락 → 대출 부실 → 금융기관 파산 → 실물 경기 침체’라는 도미노가 전 세계로 확산된 전형적 사례였다. 최근 2020년대 한국에서도 급격한 대출 규제, 세제 강화, 공급 정책 혼선이 겹치며 가격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었고, 그 결과 거래 절벽, 전세 불안, 청년 세대의 좌절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처럼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가는 사회 전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금융 안정과 부동산 시장 진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대응해 왔다.
결국 무리한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재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금융, 조세, 거래, 심리의 모든 축을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며 사회 전체를 추락시키는 ‘공멸’의 위험으로 귀결된다. 특히 자산의 부동산 집중, 과도한 가계부채, 조세 의존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주택에 의존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속에서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이는 단순한 시장 위기를 넘어 경제의 근본을 파괴하며,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어떤 정치적 부담이나 사회적 저항이 있더라도 부동산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삼을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국가는 무리한 부동산 시장 정책이 부동산의 붕괴로 이어질수 있으므로 안전한 방법으로 현재 상황을 유지하거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머무른다.
국가는 붕괴를 막기 위해 개입하면서도, 동시에 구조적 재편은 회피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진보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의 정책으로 현재 상황을 유지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