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대 국가보안법이란 사슬을 끊어내자
민가협 40주년 콘서트를 다녀왔다.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은 1985년 12월 12일에 발족했다. 어머니들을 투사로 만들었던 권력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그 어머니들의 치열한 투쟁이었다. 나는 그 투쟁이 오늘날 우리의 평화 집회의 원형(原型)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또한 12·12 군사 쿠데타일이 민가협 발족일과 같다는 사실에서 보듯, 민가협은 긴 시간 동안 군사 독재와 맞서 싸워왔다. 만약 12·3 내란 사태를 우리가 극복할 수 있었다면, 그 근원에는 민가협이 지켜온 과거의 투쟁이 오늘의 민주주의를 지탱해 준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오랜 세월 민주화의 성과에 무임승차해 왔고, 군사 정권 시절에는 비겁했다. 사법부가 정말 양심적이었다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국가보안법을 가장 먼저 개혁하거나 폐지하려 했어야 한다.
수많은 어머니들의 아들과 딸이 국가보안법으로 간첩으로 몰려 탄압받고 희생되었다. 이제는 그 국가보안법을 끝장내야 할 때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을 혐오하면서 국가보안법 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작 홍콩에 중국의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국가보안법 역시 같은 기준으로 비판해야 하지만, 그들은 이를 외면한다.
본질적으로 그들은 여전히 과거의 유령, 즉 메카시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국이 만든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세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왜 통제 사회를 지향하는지, 그런 비이성적 사고의 틀 역시 이제는 벗어던져야 한다.
그래서 우린 12월 3일 윤석열의 게엄 선포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낡은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보게 된다.
그의 연설문은 1950년대 냉전 이데올로기 메카시즘을 담아내고 있다.
< 윤석열의 계엄선포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하였으며..
~~~~~~~ 중략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습니다.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수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 대한민국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국제사회에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4.12.03
대통령 윤석열
이러한 윤석열의 계엄포고문 속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는 용어는 오늘날까지도 소위 빨갱이라는 용어로 선전선동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등장시기는 1950년대 미국의 메카시즘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매카시즘(McCarthyism)은 1950년부터 1954년까지 미국 전역을 휩쓴 소련 간첩에 대한 공포, 공산주의자 색출 광풍, 그리고 미국 내 좌파에게 가해진 정치·사회적 탄압을 일컫는 단어로, 의혹을 제기한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 상원의원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1950년대 초반 해당 시대는 매카시 시대(McCarthy Era) 혹은 2차 적색공포(Second Red Scare)라고 불린다. 매카시즘의 실상은 공산주의 '혐의'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고발하고 사상검증한 마녀사냥 행위였으며, 피해자들의 절대다수는 소련과 관계없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소련에는 대숙청이 있었다면, 미국에는 매카시즘이 있었다 할 정도로 당대 양대산맥의 대표적 이념 갈등으로 거론되며, 21세기 들어서는 미국의 지식인과 개방적 분위기를 위축시켜 과학 기술과 문화 전반을 쑥대밭으로 만든 미국 정치사의 치부로 여겨진다. 실제로 미국 주류 학계나 미디어에서 매카시즘은 "매카시 개인 정치 야망에 의한 광적 선동" 정도로 부정적으로 평가되며 대부분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근거 없는 무분별한 주장이나 고발을 비판하는 용어로도 사용한다.
미국에서도 인명피해만 봐도 수백 명이 구금되었고 1만 ~ 1만 2천 명이 직장을 잃었다. 심지어 후술 하듯 간접적인 사망자까지 2명 나왔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인 메카시즘은 한국사회에서는 빨갱이라는 표현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통해 75년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키백과 참조)
그리고, 여전히 그의 지지자 들은 '윤어게인'이라며 마치 중국 홍위병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박건웅 화백의 그림은 시대의 맥락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홍위병과 ‘윤어게인’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나타났지만, 본질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다. 이 두 현상은 근대 파시즘적 이데올로기의 과잉에서 비롯된 것으로, 모두 산업시대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윤어게인’을 미국의 메카시즘(McCarthyism)과 유사한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함께 승전국이 되었지만 승자 간의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이때 반공주의를 중심으로 한 메카시즘은 미국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사회적 장치였다. 결국 ‘자유민주주의’라는 미국의 이데올로기 또한 미국중심 패권주의 프로파간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데올로기의 등장은 종교 시대에서 산업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 사상은 종교의 권위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기존에 종교가 수행하던 대중 통제 기능이 국가 이데올로기라는 형태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왕정을 극복하며 성립한 근대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미국의 메카시즘, 소비에트 볼셰비키즘, 중국 공산당의 홍위병 현상 등은 모두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홍위병 역시 마오쩌둥이 당내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청년들을 동원해 만들어낸 조직으로, 현상적으로는 ‘윤어게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을 동원하고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은 전체주의 정권이 반복해 온 전형적 전략이다. 히틀러가 청년 근위대인 히틀러 유겐트를 만들었던 것과도 같다. 즉, 과거 파시즘 정권에서 나타났던 이데올로기와 행동양식이 오늘날 ‘윤어게인’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반지성적 전위대를 만들어내는 핵심은 선전·선동과 세뇌다. 그리고 이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목적 복종 현상은 종교적 특징과도 닮아 있다. 우리 사회에서 유독 종교인 비율이 높은 집단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윤석열은 취임 연설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른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가진 반지성주의를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면 알면서 한 말인지 모른다. 윤석열이 그동안 해온 말을 보면 정확하게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해왔다. 어쩌면 처음부터 조지오웰 소설 1984 속 빅브라더가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빅브라더는 대중들을 반지성으로 몰아간다. 소설 1984 속 빅브라더는 대중들에게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과 같은 모순된 구호를 반복한다.
한편으로, 윤석열 스스로는 집권을 위해서 반지성 사회를 오히려 원하면서도 반지성 사회를 극복하자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면서 연구비 삭감등 이중적이고 모순된 말은 수없이 있어 왔다.
이처럼 윤석열은 일관성 있게 대중을 우민화하고 모순된 말을 일상으로 하는데 윤석열의 지지자들은 놀랍게도 이러한 모순된 사고를 받아들인다.
조지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그렸었고 그런 일이 대체로 전체주의 국가 혹은 독재국가에서는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실제로 이러한 용어로써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표현이 있는데 두 개의 모순된 믿음을 동시에 참이라고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다.
결국 이러한 반지성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이 현명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과거 전체주의시대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 그 시대를 풍자한 소설 및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역사는 반복되는 행동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거짓 선전 선동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이성적·비판적 사고, 민주시민교육이 공동체의 기본 원리가 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공동체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역사·철학 등 인문학적 기반을 갖춘 시민교육이 반드시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동안 훼손한 역사교육 및 서열화 강화교육은 오늘날 수많은 대중들을 무지하게 만들면서 극우화를 위한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이젠 국가보안법 철폐 및 주권자 시민들 스스로도 인문학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