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라는 게임
오징어게임이 끝났다, 모두가 바란 방향이 아닌 결말로
오징어게임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한국의 시청자들은 꽤나 재미있는 작품이 나왔다, 진부한 작품이다, 외국 작품의 표절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인만이 즐길 것 같은 드라마가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작품이 되자, 오징어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외국인들이 왜 오징어게임에 주목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고,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국뽕의 상징이 되었다. 한국에서나 유명하던 배우들은 세계적인 배우가 되었고, 황동혁 감독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감독 중 하나로 거론되었다. 특히 에미상 수상은 한국 문화 산업에 있어서도, 넷플릭스에 있어서도 최고의 성과였을 것이다. 결국 여느 성공한 IP가 그렇듯 오징어게임의 후속 시즌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공은 오징어게임의 감독인 황동혁 감독에게 황동혁 감독에게 너무도 큰 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게임 시즌 1의 마무리를 보면 황동혁 감독과 제작진은 후속 시즌에 대한 여지를 열어두고 있었다. 인간성이 사라진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오징어게임과 프론트맨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성기훈. 후속 시즌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에 충분한 엔딩이었다.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프론트맨에게 완벽한 복수를 선사하는 시나리오
오징어게임이라는 잔혹한 무대가 언론에 공개되어, 오징어게임 자체가 완전히 끝나는 시나리오
프론트맨과 딱지남의 과거를 다룬 시나리오
어쩌면 결국 흑화 하는 성기훈을 다룬 시나리오
모두 재미있는 상상이었다.
아마 황동혁 감독이 원래 생각한 후속 시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은 제작사의 엄청난 간섭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성공한 TV 시리즈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투자될 것이고 절대 망하면 안 되기 때문에 황동혁 감독 혼자만 결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대단한 봉준호 감독마저 미키 17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워너의 간섭을 막을 수가 없었는데 오징어게임이라고 달랐을까?
작품 외적인 요인 말고도 스토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성기훈인 존윅이었다면 시원한 액션으로 프론트맨에게 복수를 했을 테지만 극 중에서도 나오듯 성기훈은 평범한 사람이고 머리가 조금 안 좋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오징어게임 전체를 완전히 끝장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프론트맨에게는 확실하게 엿을 먹이는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물은 조금 다르게 나왔다.
시즌 2의 1화는 모두가 상상했던 후속작보다 더 훌륭하게 나왔다고 본다. 딱지남이 보여준 광기는 상상 이상이었고, 오징어게임의 또 다른 희생자를 막으려 하는 성기훈의 이야기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공유의 연기는 모두가 극찬하였듯이 훌륭하였다. 오징어게임이 가진 인간성의 상실과 비극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 화이기도 했다. 시즌2와 시즌3을 혹평하는 사람들도 이 에피소드만큼은 좋게 평가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징어게임에서 우리가 기대한 것들을 그대로 충족시켜 준 에피소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은 익숙한 맛을 보여주었다. 다시 한번 오징어게임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전개였지만 위험한 것이기도 했다. 시즌 1을 능가하는 게임을 보여줘야 후속 시즌의 가치가 있었다. 시즌 1이 종료된 후, 시즌 2에서 나올 게임들을 예측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잔혹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게임을 만들어야 했기에 제작진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게임만큼 중요한 것들도 있었다. 바로 신규 캐릭터. 이정재를 제외하곤 그래도 신선한 출연자가 많았던 시즌 1의 참여자들과는 다르게 시즌 2와 3에 참가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사실 이건 양날의 검이다.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만큼 방영 전에 화제를 모을 수도 있고, 검증된 배우의 연기력 덕분에 극의 흐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유명한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글로벌 타겟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익숙하지 않은 배우를 보겠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달랐다. 양동근이 그동안 보여줬던 연기를 생각하면 박용식이 어떠한 캐릭터일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사실 오징어게임이 반전이 중요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김준희라는 캐릭터를 극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안타까웠다. 임산부가 실제 이런 게임에 참여할 수 있을까는 오징어게임 자체가 인간성이 사라진 게임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김준희가 아이를 임신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아이를 극 중에서 죽이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오징어게임이 잔혹한 게임이라는 것이라고 해도 만약 극 중에서 아이가 어떤 식으로든 죽었다면 비난은 고스란히 넷플릭스와 오징어게임 제작진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아이가 반드시 살아야 한다면, 준희와 아이가 모두 살아남거나 아이가 마지막 생존자가 되는 시나리오 밖에 나오지 않는다. 즉, 우리는 시즌2의 등장인물을 보자마자 이번 오징어게임의 승자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극에서는 어떻게든 준희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애쓰는 장면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끝에 결국 성기훈의 죽음이 있을 거라는 것도 아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시즌 2와 시즌 3로 나눠서 진행하는 방식치고는 싱거운 결말이었다. 그렇다면 그 과정이 납득이 가거나, 흥미롭게 해야 했다. 아니면, 반전으로 승자가 결정되지 않고 오징어게임 자체가 중단되는 시나리오가 있었어야 했다. 그러면 성기훈과 준희, 아이 모두가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즌 2에서 보여준 성기훈의 반란은 성기훈의 심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청자들도 많았지만, 시도 자체는 납득이 갔다. 뻔한 흐름으로 가던 오징어게임에 새로운 국면을 전환하는 것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프론트맨에게 복수하려는 성기훈의 뜻을 생각하면 결국에는 반란이라는 것을 한 번은 보여줘야 하는 것이 맞았다. 적어도 성기훈 혼자라도 병정들과 싸우는 장면이 어떻게든 필요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준희와 아이가 우승하는 뻔한 흐름에 의외성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나는 좋게 봤다.
하지만 이 방법은 너무나도 무모했고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오징어게임은 다시 뻔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결국 성기훈을 살리고, 준희와 아이가 우승자가 되는 뻔한 결말을 막고, 프론트맨과 오징어게임에 엿을 먹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황준호가 이끄는 도시어부팀이었다. 하지만 도시어부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처럼 황준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물론 처음부터 황준호가 오징어게임 무대를 찾는 것은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시즌 2, 시즌 3 내내 황준호의 능력만으로는 절대 찾지 못했다는 게 어이가 없을 뿐이다. 박 선장이라는 방해 요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황준호는 내내 무능했다. 사실 박 선장의 배우를 오달수를 택한 이상, 시청자들은 이 사람이 결국 나쁜 사람일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박 선장이 오징어게임 멤버라는 것은 반전이 되지 못한다.(물론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다르겠지만) 결국 최대한 빠르게 황준호가 박 선장의 정체를 알아채고 오징어게임 무대를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만약 황준호가 최종 게임까지 종료되기 전에 오징어게임 무대를 찾아서 이를 방해했다면 황준호라는 캐릭터는 존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제작진은 황준호의 직업이 형사라는 것을 까먹은 것 같다. 오달수라는 배우를 몰라도 극이 전개될수록 흐름상 박 선장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해외 시청자들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심지어 대부업체 이사인 최우석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황준호는 형사라는 사람이 단 한 번도 박 선장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럴 거면 대체 왜 황준호를 형사라고 설정한 것일까?
오징어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극에 나오는 캐릭터들에게 직업은 캐릭터의 성격과 환경을 설정하기 위해 존재한다. 심지어 오징어게임 시즌 2, 3에 나오는 용궁 선녀도 자신이 맡은 게 무당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어필한다. 이렇듯 황준호를 형사로 설정했으면 극에서 이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와야만 한다. 그러나 황준호는 그저 사람을 쉽게 믿는 이상한 형사로 나온다.
기이한 장면은 또 나온다. 시즌 3에서 최우석은 박 선장의 집을 조사하다가 경찰에게 잡힌다. 그리고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지만 경찰이 박 선장에게 전화해서 최우석이 지금 뭘 했는지를 알려준다. 최우석은 자신을 조사하던 경찰에게 화를 내며 전화를 쓰게 해달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최우석은 도망까지 가며 필사적으로 황준호에게 박 선장의 위험을 알린다.
이 장면이 어이가 없던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황준호가 이 시점까지도 박 선장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거고, 또 하나는 이미 우석이 전화를 하는 시점에 박 선장이 총으로 도시어부팀을 해체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우석이 난리를 치며 전화를 하지 않았어도, 총격 사건은 일어났기 때문에 준호는 박 선장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장면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석의 전화가 의미가 있었으려면 박 선장이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준호가 전화를 받고 박 선장의 정체를 알아내서 그를 저지하는 장면으로 전개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대체 이 장면들은 왜 존재했던 거고, 왜 시간만 잡아먹었던 것일까?
황준호라는 캐릭터는 분명히 가치 있었다. 시즌 1에서 나온 것처럼 황준호는 전투력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고, 프론트맨과도 서사가 엮여있었다. 그리고 기능적으로 보면 오징어게임을 성기훈 대신 중지시켜 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그는 시즌 2, 시즌 3 내내 아무것도 못했고, 극의 흐름을 바꾸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형제의 서사가 시원하게 풀어진 것도 아니었다. 결국 황준호가 나온 장면은 시즌 2, 3에서 전혀 필요가 없었다. 즉, 이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을 모두 지워도 극의 흐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는 그저 456억이라는 원피스를 찾아낸 해적이 되었다.
그것도 형의 배려로.
황준호라는 캐릭터를 애매하게 만든 것은 강노을이라는 캐릭터의 존재 때문이었다. 강노을은 시즌 1에서 보여준 황준호의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어쩌면 시즌 2, 3에서는 황준호를 대신해서 성기훈이 꿈꾼 반란을 도와줄 수도 있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그녀는 시즌 내내 별로 공감도 안 가는 박경석을 돕기 위한 존재로만 소비된다. 탈북자 출신, 부대장과의 관계, 내부자라는 위치 등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았지만 그녀의 분량 역시 극에서 그저 시간을 소비하기 위한 도구로만 작동했다.
황준호와 강노을만 희생당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별 의미 없이 소구 되었다.
박경석이라는 캐릭터는 아픈 아이를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 처절함을 상징하는 캐릭터였지만 깊은 인상을 하나 주지 못하고 엔딩까지 나온다. 왜 이 역할에 이진욱이 캐스팅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진욱이 가진 연기력을 활용하는 것 하나 없고, 캐릭터 자체가 하는 것도 없다.
용궁 선녀는 극 중에서 짜증을 담당했다. 이 캐릭터 역시 극의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냥 이런 캐릭터가 나오면 좋겠다고 해서 넣은 등장인물 같았다. 무속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그 어떠한 것도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빌런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도 아니었다.
강대호는 시즌 3에서 조금 안타깝게 희생된 캐릭터였다. 반란이 실패하고, 친구가 죽어서 멘탈이 털린 성기훈의 타겟이 되는 캐릭터로 시즌 3에서 너무 빨리 퇴장을 하였다. 성기훈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 같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성기훈이 용서하여 인간성이 사라진 이 게임에서 인간성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성을 잃은 성기훈은 강대호를 죽였다. 배우가 가진 역량을 생각했을 때 너무 빠르게 극에서 퇴장해서 안타까운 케이스였다.
박민수라는 캐릭터도 아쉽게 소비되었다. 나약한 심성과 약에 의존하는 후반부, 자기에게 잘해준 사람을 외면한 죄책감이라는 키워드는 더욱 풍성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시즌 3에서 그저 남규 하나 죽이는 데 사용되는 캐릭터로 전락하였다. 배우가 아까웠다.
장금자는 불친절한 대본과 개연성의 희생자였다. 장금자가 아들을 죽이는 장면은 굳이 생각하면 납득은 가지만, 곰곰이 생각해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냥 보면 장금자의 행동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장금자는 극 내내 아들보다 준희를 챙긴 캐릭터가 되었다. 꽤나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지만 쓸데없이 분량을 차지한 다른 캐릭터 때문에 희생당한 케이스 같다.
부대장은... 박희순이라는 좋은 배우를 살리지 못했다.
VIP는... 어디서부터 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극의 흐름에 재미를 준 것은 그저 악랄함을 보여준 캐릭터들이었다. 임정대는 뻔한 클리셰 덩어리지만, 오징어게임을 상징하는 캐릭터였다. 이런 캐릭터에게 사연 따위는 필요 없다. 호불호를 떠나, 시즌 내내 폼을 유지한 캐릭터.
남규는 정말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타노스보다 더욱 타노스 같았고, 시즌 3의 재미를 책임져줬다. 오히려 이런 캐릭터가 최종 라운드까지 생존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시즌 2에서 명기는 "왜 임시완을 캐스팅한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시즌 3에서는 그 의문을 해소하기에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준희 남자친구지만 시즌 내내 쓰레기 짓을 하다가 막판에 진정한 빌런으로 각성하는 장면은 오징어게임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시즌 1의 최종 빌런인 상우만큼의 서사가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물론 준희와 아이에 대한 서사는 있지만 기훈과 대결할 때의 케미가 더 있었어야 했는데 극에서 두 사람이 따로 대화할 일 자체가 없었다.
캐릭터와 서사를 떠나서 오징어게임이 가진 근본적인 재미를 위해서라면 게임의 역할이 중요했다. 오징어게임 시즌 2, 3에서 가장 도파민이 폭발한 게임은 딱지남의 가위바위보였다. 잔혹성, 직관성, 처절함 등 모든 측면에서 시청자들이 바란 것을 가장 만족시켜 준 게임이었다.
시즌 2, 3 내내 다양한 게임이 나오지만 가장 많이 나온 게임은 찬반 투표였다. 이 게임은 참가자들을 갈라치기하고, 인간의 이기성을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했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때도 사용되지만 문제는 게임 내내 이것을 하고 있으니 지루했다는 것이다. 사실 시즌 2에서 반란이 실패로 끝난 이후에는 찬반 투표는 어떠한 극적인 분위기도 연출하지 못했다. 그저 무기력함만 보여주는데 빠르게 스킵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참가자들의 표정을 보여주는 용도로 활용되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불량을 억지로 늘리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시즌 3에서 가장 주목받았어야 하는 게임은 줄넘기였다. 영희에 이어 철수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시즌 1 이후 내내 나오고 있었고, 시즌 2 엔딩 티저로도 철수가 나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게임에 대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게임에서 철수라는 존재는 어떠한 기괴함이나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어떤 참가자의 광기만 있었을 뿐, 게임이 그렇게 어렵거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더욱이 이 게임에서 메인 캐릭터인 준희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관심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징어게임의 피날레를 장식할 게임이 고공 오징어게임이라는 것도 실망스러웠다. 말만 오징어게임이지, 결국 밀어내기 게임 정도였고 그나마 시즌 내내 반복되었던 찬반투표의 반복으로 희생자를 결정하였다. 게임 도중 등장한 '도시락'이라는 개념만 게임의 잔재미를 주었다. 또한 마지막 게임치고는 생존자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결국 찬반투표의 반복이라는 안타까운 방식으로 게임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고 긴장감도 거의 주지 못했다.
특히 준호와 노을이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게임은 중단될 수 없었고, 마지막에 기훈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엔딩은 피할 수 없었다. 잔혹한 현실이지만 결국 뻔한 엔딩이 되었다.
비판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오징어게임 시즌 3가 재미없었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아쉬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볼만했다. 추천은 아니지만, 시간 때우기 용도로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제작진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최선의 결말을 내지는 못했지만 최악의 결말은 아니었다. 아예 수습도 못하고 망하는 시즌제 드라마가 한둘이 아니라서...
그래도 전체적으로 안타까운 시즌이었다.
하지만 성기훈의 시도는 결국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오징어게임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오징어게임 : 아메리카의 티저와 함께 끝나는 엔딩은 이 비극적인 도파민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오징어게임이라는 것은 가상의 게임이지만 넷플릭스 사상 성공적인 시리즈는 새로운 도파민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오징어게임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참가자일 수도 있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VIP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징어게임은 언젠가 흥행실패가 찾아오면 넷플릭스 제작진이 폭파 장치를 눌러, 시리즈를 종료할 시기가 올 것이다. 마치 오징어게임 세트장을 파괴하고 떠난 프론트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