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 MBTI로 보는 제리와 테리

제리와 테리, 당신은 둘 중 어느 쪽이신가요?

by 곱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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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에 나오는 메인 캐릭터들 이외에 기억에 남는 두 인물이 있다. 'great before'에서 상반된 역할을 수행하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세계를 유지시키는 제리와 테리이다. 따뜻한 응원의 말과 다정함으로 소울들을 어루만져주고 인도해주는 제리가 있는가 하면, 매일 지나가는 15만 개 가량의 소울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테리가 있다. 둘은 색깔도, 형태도, 표정도, 말도 모든 것이 다 대조적이다. 사실 제리가 첫 등장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열심히 주판 들여다 보듯 몰두하며 숫자를 계산하는 테리를 보고 그야말로 빵 터졌다. 평상 시의 내 모습과 정말 비슷하다 못해 거의 판에 박은 듯 했다.


친구들과 MBTI 대화를 할 때 가장 극명하게 성향이 갈리는 부분이 T인가 F인가 하는 부분이다. T는 사고형, F는 감정형이라고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MBTI에서 가장 흥미롭고, 정확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알파벳들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이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본인이 사고형과 감정형 중 어느 쪽으로 살아가는지는 확실히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소울> 속 캐릭터로 치자면 테리는 아주 극단적인 T이고, 제리는 아주 극단적인 F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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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와 F가 선호하는 칭찬이나 대화양식은 매우 다르다. 서로에게 반대 방식의 칭찬을 해주어도 인사치레라고 생각하고 흘려버린다고 할 정도다. 나는 T형에 속하는 사람이라 F형으로 칭찬 받으면 오히려 부담스럽고, 겉치레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사회적으로 하얀 거짓말이라는 이름 하에 통용되는 '겉치레'라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또 사회에서 받아야 할 칭찬과 개인적인 친분 사이에서 받아야 할 칭찬도 나뉜다고 생각한다. 일터에서 받아야 할 칭찬은 확실히 T형 칭찬이 좋지만,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F형 칭찬이 더 좋다. 다만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범위가 넓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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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제리와 테리는 자신의 성격에 꼭 맞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F형인 제리는 소울들에게 큰 방향을 제시해주지만 이래라 저래라 조언은 하지 않는다. 확실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적당히 응원해주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내버려 두는 편에 가깝다. 반면 테리는 T형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소울이 딱 하나 없어진 것을 금방 눈치 채고 큰일이 났다며 제리에게 보고한다. 제리는 그 말을 듣고도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소울 15만개 중에서 1개 사라진 게 뭐 어때서? 고작 1개일 뿐이잖아?'라는 표정은 짓지만, 그걸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이 말을 들을 테리의 기분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다.


이 배려를 테리는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소울이 1개 없어졌다니까?!"라는 말의 내면에는 '0과 1은 완전히! 아주 완전히! 다른 거란 말이야!'라는 외침이 들어있다. 나에게는 그 외침이 아주 생생하게 들렸다. 특히나 이과생인 나에게는 테리의 이런 면이 대단히 공감됐다. 결국 테리는 제리에게 공감이나 조력을 얻는 것을 포기하고 "It's Terry time!"을 외치며 스스로 일을 해결한다. 그 날 하루 지나간 15만 개 소울들의 이름이 모두 적힌 빼곡한 리스트를 단 한 개도 빠짐 없이 모두 점검한다. 옛날 첩보 영화에 나온 것과 똑같이 생긴, 유서 깊어보이는(?) 철제 캐비넷을 알파벳 A부터 Z까지 모조리 살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중요하지 않다. 1개의 오류를 잡아내는 게 테리에게는 너무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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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문제 해결 방식 뿐만 아니라 칭찬 방식도 다르다. 테리는 사라진 1개의 소울이었던 조를 찾아내고는 상을 받는다. 그 상은 스스로 만든 것이고, 오로지 테리 자신만을 위한 시상식이다. 거대한 오류를 잡아낸 자기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 자체를 이해 못 하는 제리들은 테리가 하자는대로 상도 주고, 시상식에 참여도 하지만 떨떠름한 표정은 감출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미 성취감에 가득 찬 테리에게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문제를 자립적으로 해결했고, 그에 대한 뿌듯함을 물질적인 형태로 남기면서 명예까지 챙길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반면 제리들은 전혀 다른 이유와 방법을 택한다. 오랫동안 'great before'를 떠돌면서 목적을 찾지 못 했던 22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삶의 계기를 심어준 조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우리는 주로 남들에게 영감을 주는 편이지만, 저희가 영감을 자주 받지는 못 해요. 당신에게 흔치 않은 영감을 받았으니 기회를 드릴게요."라며 지구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그 보상이 기회라는 추상적인 형태라는 것이 T형인 나에게는 참 신기했다. 그렇지만 참 제리다운 생각이다. 테리라면 아마 조에게도 거대한 트로피를 안겨주고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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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제리와 테리이지만, 둘은 좋은 친구이자 직장동료이다. 극강의 T형인 나도 돌이켜보면 친구들 중에 F형 친구들이 참 많다. 서로 다른 시각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때로는 새로워하면서 놀랄 때도 있고 '너는 진짜 애가 왜 그래!'라며 따져 물을 때도 있다. 투닥대면서로 친구로 지내면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불편한 부분도 있다. 아마 나와 같은 T형과 직장동료가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최고의 효율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친구로 지낸다면 불편한 부분은 없지만 재미가 있을까 싶다. 예전에 F형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계획대로 모든 게 되지는 않았지만 돌발 상황이 생기면서 추억이 많이 생겼다. 혼자 했던 여행은 기록이 많았지만 추억은 없었는데, F형 친구와 함께 가니 추억이 많이 생겼다.


사회생활을 두루두루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F형이 더 좋고, 많은 성과를 내고 성취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면 T형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원만하게 산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도 아니고, 더 많이 성취한다고 해서 더 크게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것을 <소울>에서 잘 보여준 듯 하다. 각자의 행복이 있고, 각자의 역할이 있다. 이 세상을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T형도 F형도 둘 다 필요하다.


제리와 테리, 당신은 둘 중 어느 쪽이신가요? 오늘 밤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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