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뚱한 상상공간’은 현실에 없거나 혹은 현실에 있지만 아이디어를 더한 다양한 공간에 대한 상상 이야기입니다.
<무중력 도서관>
하늘로 길게 솟아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책장이 있다.
어림잡아 높이가 500m는 되어보인다.
고서점에서나 본 듯한 낡고 바랜 목재 책장이다.
같은 책장 수십개가 미로처럼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떠다닌다.
이곳은 ‘무중력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에 들어오면 모두 무중력 상태가 된다.
사람들은 허리 밸트와 동력체가 되어줄 신발을 신고 입장한다.
책장 칸칸마다 박혀있는 고리에 허리 밸트를 연결하면 저 높은 하늘 위에서도 흘러다니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책들도 한 권 한 권 책장에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보고싶은 책은 고리를 빼고 읽은 후 다시 걸어두면 된다.
가끔 제자리에 두지 않고 가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이 곳엔 둥둥 떠다니는 책을 모아 정리하는 ‘Book Catcher'란 직업도 있다.
책 찾는게 어려운 사람을 위해 원하는 위치로 데려다주는 무인 이동수단도 있다.
생각없이 떠다니다보면 길을 잃기도 하는데 그 때는 허리 밸트에 있는 버튼 하나로 직원을 호출할 수 있다.
유영하듯 떠다니는 재미가 쏠쏠해서 꼭 책을 읽지 않아도 놀러오는 사람이 많다.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인 스팟은 도서관 구석, 통유리 천장과 거대한 숲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나무의 맨 꼭대기, 유리 천장과 맞닿는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책을 읽는게 꽤 낭만적이다.
청각적으로는 조용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매우 시끄러운,
보는 재미가 쏠쏠한 이 곳은 '무중력 도서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