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언제나 둥글다.
새벽 출근길,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반달이 떠 있었다.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왠지 신기해서 한참 걸음을 멈췄다.
반달. 왜 반달일까.
학교에서 배웠던 과학이 느닷없이 떠올랐다.
반달은 달이 반만 있는 게 아니다. 달은 언제나 둥근 구체다.
다만 태양빛이 비치는 각도와, 그 빛을 바라보는 우리가 선 자리에 따라 반쪽만 보일 뿐이다.
달의 표면 중 절반은 지금 이 순간에도 햇빛을 받고 있다.
지구에서 그 빛나는 면을 얼마나 볼 수 있느냐가, 달의 모양을 결정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걷는 사이 구름이 흘러와 달을 가렸다. 그래도 달은 거기 있었다.
순간의 구름에 가려졌을 뿐, 온전한 달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새벽 공기가 찼다. 나는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 오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나를 바라볼 때도 그랬던 것 같다고.
감정에 가려지고, 타인의 시선에 가려지고, 내가 직접 만든 필터에 가려져서
스스로를 반쪽짜리로 봐왔던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반쪽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지금 안 보이는 것뿐이었다.
없어진 게 아니라, 가려진 것뿐이었다.
온전한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새벽의 반달에서 시작됐다.
내가 나를 어떻게 오해해 왔는지, 그 오해를 만든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가려진 반쪽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못 봤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