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아티스트 이랑, 뉴그라운드 황효진
2022년 첫번재 토크콘서트는 아티스트 이랑님과 함께했습니다.
'한 가지만 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 사람.
한국과 일본을 무대로 가수이자 작가, 영상 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이랑님과
프리랜서 N잡러의 일, 코로나19를 보낸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프로그램 종료 후 진행됐던 설문조사를 살펴보니
프리랜서로 살기 위한 '진짜 꿀팁'을 받은 기분이라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프리랜서로 어떻게 대처하며 일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져서 좋았다." ,
"메일 쓰기를 강조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사람 관리와 소통의 중요성"
그리고
"아티스트라고 해서 생업과 무관하게 추상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나 작업물을 시장화시키는 방법과
대화, 협업, PR 방법 등.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능력들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라는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아래는, 현장에서 나눴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효진Q.
프로그램의 제목 '오늘의 일'은 청년들의 오늘을 관통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우리 모두에게서 '오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코로나19'일 듯합니다. 예술을 하는 프리랜서로서 지난 2년간의 시간은 어땠나요?
이랑.
2020년 3월쯤부터였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예정된 공연들이 연달아 취소되기 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모두 '1~2개월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구요. 저는 2개월간의 시간이 확보됐다고 느껴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어요. 갑자기 생긴 여유기도 했고, 개인적인 이유로 '보험에 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터라 자세히 알아보려는데 설명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거예요. 그래서 그 기간 동안 '보험'이라는 시스템에 대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자격증을 따며 2개월의 시간을 보냈어요.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코로나19의 상황이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기 시작했어요. 가계부를 펼쳐놓고 전년도와 전전 연도의 수입 통계를 내봤고, 대부분의 수입이 공연과 행사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수입이 사라지니 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고, 두 번째 수입원이었던 원고 쓰는데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에 몇몇 출판사에 먼저 연락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책과 보험설계 일로 수입을 만들어 시간을 보냈습니다.
효진Q.
다양한 일을 하셨지만, 보험설계사라는 일은 기존에 했던 일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그 일을 해본 경험은 어땠나요?
이랑.
한 개인과 직접적으로 바로 연결된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인생에 있어 큰 리스크를 대비하는 염려를 같이 한다는 것이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이었죠. 다만, 보험 일이 본업이었다면 그렇게 재밌게 못했을 것 같아요. 돌아다니며 영업하지 않고 제가 누군지 알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호의적인 분들, 저와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혼자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를 직접 만나보는 시간이라 저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건강과 죽음 같은 이야기는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고, 친구와도 나누기 힘든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습니다.
효진Q.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따기 전에 재무상담도 받으셨다는 글을 SNS에서 봤어요. 재무나 보험설계 등 이런 경험들이 이랑님의 경제적 관점이나 돈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주기도 했을 것 같아요.
이랑.
유난히 취약한 부분이 재무 쪽이라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2019년에 메일링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그걸 개선하게 됐던 것 같아요. 구독료를 받고 매일 다른 창작자들의 창작물을 메일로 보내는 프로젝트였어요. 그걸 기획운영하며 회계를 담당하게 됐고, 그때 처음으로 엑셀을 만지기 시작했어요. 10대 때부터 그림 그리고, 영화 만들고, 노래하고 그런 창작 일을 해오면서 엑셀을 접할 일이 없었거든요. 저랑 먼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는데 회계 일을 하며 엑셀의 기쁨을 알아버린 거예요! 그러면서 숫자와 가까워졌어요. 제가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 들어가 버린 희열이었죠.
그러면서 보험 공부를 하며 시험 준비를 하는데 사실 자격증 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시험 패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금융 전반의 지식을 쌓으며 많은 것을 알게 됐죠. 보험, 금융이란 무엇인가 들여다보게 된 거예요. 관련된 서적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많이 찾아봤고 그런 것들을 알게 된 후 돈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경험이 되었죠.
효진Q.
오히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시야가 넓어진 부분이 생긴 것이네요?
이랑.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전에도 관심 있는 게 생기면 공부하고, 알아보려 했기 때문에요. 여러 가지 지식이나 정보를 접했을 때 전 항상 더 알아보고 싶고 뛰어드는 타입이에요. 그런 흐름 속에 이번 시기는 금융이었을 뿐이죠.
효진Q.
코로나 19 시기에 두 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아요. 하나는 이런 재난이 또 언제 닥칠지 모르니 장기적인 관점으로 준비해나아가야겠다, 다른 하나는 어차피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예측하고 준비하려는 태도를 버려야겠다. 이랑님은 어땠나요?
이랑.
엑셀을 배운 후로 그래프를 보고 움직이게 됐어요. 일정 금액을 잡아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채울 수 있도록 채찍질하면서요. 공연이 없으면 출판으로. 여기서도 안 채워지면 다른 일로. 저는 계속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에요.
효진Q.
이야기 나눠보니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는 근육이 발달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일을 오랫동안 해와서 길러진 감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10대 때부터 일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이랑.
16살에 자퇴하고 17살에 검정고시에 합격하며 그 이후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첫 번째로 한 일은 당시 즐겨보던 문화예술잡지에 만화를 그리는 일이었어요. 그 일은 제가 잡지사에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하게 됐죠. 그 잡지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편지와 제가 그린 만화를 보냈어요. 당시 그 잡지사 홈페이지에 지금의 '네이버 베스트 도전 만화'와 같은 코너가 있었는데 손으로 그린 만화를 인터넷에 올리는 방법(스캔)을 몰라서 담당자에게 계속 올려달라고 하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효진Q.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신 거네요. 그렇게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성인이 되면 회사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조직과 맞는지 맞지 않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은 없으셨나요?
이랑.
그렇게 만화 그리는 일을 하다가 예술대학에 들어가며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학자금 대출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그 돈은 미래의 내가 갚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지냈죠. 졸업하며 학교에 배신감이 들었지만, 학교 안에서는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창작에 대한 생각들만 나누며 지냈어요.
효진Q.
왜 졸업하며 배신감이 드셨나요?
이랑.
졸업을 했는데 학자금 대출만 쌓여있고, 돈도 없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 편지가 오고. 졸업하면 이럴 것이라고 왜 말해주지 않았는지 분노가 쌓이더라구요. 그러면서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어요.
효진Q.
그게 음악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었을까요?
이랑.
노래가 많으니 노래를 팔아보자! 생각하고 홍대 공연장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누구도 나에게 노래 만드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내가 이렇게 하고 있으니 이걸 누군가에게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커리큘럼을 만들고, 수업에 이름을 붙여 주변에 나 이런 일도 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알리기 시작했죠.
효진Q.
어떤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으면 확 몰입하고 뛰어드는 스타일이신 것 같아요. 직접 쓰신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을 필요합니다'라는 책을 보면 이런 문구가 있더라구요. '새로운 일을 하면 새로운 언어를 갖게 되고, 새로운 언어를 가지면 새로운 힘이 생긴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커리어를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이랑님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도전하는 게 두렵지 않으신가요? 새로운 일을 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이랑.
원동력은 '돈'이에요. 졸업하기 전에도 100만 원의 돈을 가져본 적 없이 대학생활을 보냈고, 졸업 후에 통장에 0원이 찍혀있을 때가 있었어요. 돈이 필요하면 항상 팔 것을 찾아다니던 사람인데 내가 팔 수 있는 창작물이라는 것이 생겼을 때 그걸 거래 상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거래가 성립되기 위해 돈을 보낸 사람에게 무엇을 줘야 할까? 아무것도 못 느끼면 날 다시 찾지 않을 텐데. 그런 걸 지긋지긋할 정도로 계산하고 생각해요. 즐거워서라기보다는 생존의 방법으로 움직였어요.
효진Q.
일을 직접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일도 있잖아요. 이 일을 하겠다,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기준이 있으실까요?
이랑.
제가 몸담고 있는 인디시장 안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 그 시장 안에서 내가 계속 소비될 수 있는지, 이 일을 하면 생명력이 금방 떨어질 것인지 판단하는 것 같아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예능 방송 출연이 들어오면 내가 하나의 캐릭터로 소비될 가능성이 커서 다른 일에 영향을 줄 것이고, 예술가로서의 생명이 줄어드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보며 가리는 편이에요.
효진Q.
보통 프리랜서라고 하면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순간에 다양한 협업을 하는 것 같아요. 혼자 일할 때와 같이 일할 때 각각 어떠신가요?
이랑.
항상 같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들끼리만 있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지 않아요. 서로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지 프리랜서가 프리랜서에게 일을 주고 그러진 않거든요. 어딘가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에게서 일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협업의 자세나 일을 대하는 태도, 일을 하고 관계를 가져가는 것들이 일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잘 해 나아가야 저에게 일을 주셨던 분이 다른 조직에 가서도 일을 주시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다양한 곳에 있는 사람들과 일을 계속해 나아가고, 하고, 그것을 이후에 관리하고. 연결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까지 프리랜서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효진Q.
일을 한 번같이 했던 사람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에너지가 많이 들고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걸 힘들어하는 분들도 계시구요. 나름의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이랑.
메일함에 태그 붙여서 분류하는 것을 좋아해요. 메일함안에서 중요한 태그가 '거절이나 미루는 일'이에요. 일이 많이 들어오는 시기라 거절하거나, 금액이 부족하거나, 하기 싫어서 거절하는 등 다양한 일로 거절하거나 미루게 되는 일이 생기는데. 누군가는 답장 안 하는 식으로 거절한다고 하던데 저는 제일 중요한 게 '거절 메일을 잘 쓰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이 안 들어오는 시기에 그 메일함을 살펴보며 제가 아직 여기 있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요. 코로나19시에게 출판사에 연락했던 것도 마찬가지죠.
효진Q.
밖에서 보면 내가 여러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나를 재료 삼아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더라구요. 이 글을 봤을 때 실제 일을 하는 것과 일상을 살아가는 게 혼재되어 있어서 일과 생활의 분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휴식시간은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이랑.
전혀 분리가 안돼요. 휴식할 시간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창작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저주라고 생각하는 것이 모든 Input이 모든 Output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쉴 수 있는 시간이 휴식으로 느껴지는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효진Q.
큰 질문을 드리며 마무리해 보려고 해요. 이랑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이랑.
사실 돈을 벌어야 해서 하는 거예요. 하지만 돈을 안 벌어도 되면 어떻게 살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돈 걱정 없을 때 나는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이야기 나눠요. 그건 마치 로또 되면 나 뭐 해야지? 같은 상상 같은 것이고 사실 평생 오래 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일이 좋고, 즐거워서 한다기보다는 내가 생활하기에 일에 들어가 있고, 그 일로 내가 생활할 수 있다는 굴레 속에 있어요.
효진Q.
다양한 일을 하지만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이랑.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공부도 많이 하고 싶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다 알고 싶고 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슬프지만 해본 일 안에서 노하우가 생기는 건 좀 기쁜 것 같아요. 메일 쓰기, 가계부 관리, 엑셀 사용 등 스킬이 늘어나니까 경험치가 늘어나고 쌓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고, 궁금하고, 다른 직업군이 어떻게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지 궁금해요. 최근에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책에서 장래희망을 '구경꾼'이라고 한 챕터가 있어요. 나는 일 안 하고 다른 사람들이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 구경하고 싶다구요.
Q. 직장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직업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수익은 불안정하고 자기 홍보도 익숙하지 않아서 스스로를 프리랜서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사람들이 있지요. 직장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프리랜서가 되는 것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프리랜서가 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요. 후자의 경우 네트워킹부터 직무 경험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결핍을 겪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효진.
저는 직장 경험이 있고, 지금은 창업했지만 그 사이 2년 정도 프리랜서 생활을 했어요. 저는 이미 7년 차 기자였기 때문에 계획 없이 퇴사를 했어도 원고를 쓰며 만든 글들이나 네트워크가 포트폴리오 역할을 해줬어요. 프리랜서 생활이 그래서 쉬웠다는 건 아니지만 출발이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는 나았던 것 같아요.
이랑.
저는 직장 경험이 없는 상태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분들과 협업을 많이 하죠. 그래서 그분들의 하루 일과를 많이 상상해요. 몇 시에 출근하고,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하는지. 언제 말을 걸고, 말을 걸면 안 되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움직여요. 처음엔 저도 직장 생활을 안 하는 예술인이 그렇듯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어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은 다른 생활을 하니까 소통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상상했죠. 사실 정보 값은 수많은 회사 드라마나 책에서도 알 수 있어요. 소통하는 메일 시간만 봐도 알 수 있으니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고 상상해 보고 움직이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효진Q.
대화를 보면 이랑님은 먼저 일을 제안하는 경우가 꽤 있으신데,
제안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이랑님만의 방법이 있으실까요?
이랑.
창작자들이 아무리 방 안에서 명곡을 쓰고 대본을 쓴다고 해도 저절로 알려지는 게 아니잖아요. 실제로 일을 해보면 재능보다는 어떤 사람과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이 사람과 일을 계속해 나아간다고 생각해요. 미친듯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본적도 없고 대화,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져요. 소통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예술이 직업이라고 모두가 나 같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사람은 이 사람만의 패턴이 있고 가치관과 경험치가 있다는 것을 존중하는 것을 두고 이야기를 해요. 다른 사람에게도 나만큼의 시간과 삶이 있다고 생각하고 존중하며 대화하고 당연히 내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그런 건 계속 질문하구요.
Q.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은데 돈을 벌만큼 잘하지는 못해요.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랑.
잘 하는 사람이 많이 벌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중요한 건 약속을 잘 지키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소통의 한 방법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도망가거나 잠수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제가 잘 하는 게 있다면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라는 거예요. 아마 너무 어릴 때 일을 시작해서 그런 걸 수 있는데 그걸 깰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펑크 내거나 무서워 도망가는 생각을 안 해보고 무조건 정해진 약속을 지켜야 하고, 잘 하는 걸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 해서 보내야 끝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것들을 경험으로 습관화했고, 그러다 보니 평생 전화기를 꺼 논적도 없어요.
효진Q.
가끔 그런 게 피곤하진 않으신가요?
이랑.
피곤하지만 혼자가 아닌 사회 속에서 살고 있고 여러 사람과 계속 일로 연결되어 있는 게 중요해요. 의지가 되는 가족, 친구, 연인도 중요하지만 한 달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친구 만나는 시간보다 일과 관련된 사람과 연락하는 시간이 더 많죠. 그런 걸 보면 내 인생에서 일이 50% 이상의 중요한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구요. 일을 해야지만 나인가 생각이 들지만 일을 하기 때문에 나일 수 있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을 함께하는 동료나 관계자들이 중요한 사람이죠, 저한테 있어서.
Q.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로 사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됩니다. 다양한 분야를 접할수록 한 분야에서 발휘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분야만 몰두하는 타 직업인들과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진 않으신지 궁금합니다.
이랑.
비교가 되진 않아요. 저는 제가 살아온 만큼의 경험과 시간이 재료인 거고, 한 분야의 전문가인 사람도 그게 재료인 건데 함께 협업을 못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오히려 훨씬 재밌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완전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과 더 재미난 일을 할 가능성이 크죠. 거기서 필요한 스킬은 대화라고 생각해요. 제가 음악을 배운 적 없지만 음악을 하잖아요. 무대를 꾸미는 셋업 안에 음악만 전공한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지식과 언어를 내가 다 알지 못해도 대화할 수 있다면 충분히 소통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꼭 저처럼 뛰어들어서 붙잡고 물어보는 성향이 아닌 사람도 있을 건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처럼 하라는 게 아니에요. 내가 가진 재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성향에 맞게 도전하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내향적이고, 어떤 사람은 외향적이고 왔다 갔다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저는 제가 찾은 방식으로 일을 찾아 나서는 거고 그 안에서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꼼꼼하게 내가 한 일에 대해 소통하고 제 값을 받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이랑.
저도 처음에는 그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어렵고, 돈을 못 받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 '이렇게 돈을 아무도 안 주면 나는 어디서 받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며 돈을 말하기 시작했죠. 20년 경력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금액 이야기가 없는 메일이 와요. 그럴 때 저는 어느 정도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받아야 된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이야기해요. 한 번은 그 가격을 SNS에 올린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몰라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물어보고 다니기도 했어요.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서 평균치를 산정해서 기준을 세워두고 금액 없는 메일이 오면 말씀드리죠.
효진.
제가 아는 프리랜서 중에서는 생활비, 노트북과 도구 사용 등에 드는 비용을 정리하고 한 달 중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날짜를 계산해서 금액을 제시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이랑.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그 금액은 내 가치의 금액이 아닌 거잖아요. 일을 하는 데 있어 거래가 되는 가격일 뿐이지. 가격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분들은 이 가격이 내 존재 자체의 가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감이나 자존심 같은 이유로 가격 이야기를 절대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는 그 가격이 그 사람의 가치의 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시점, 이 사회 안에서 작동되고 있는 거래 가격일 뿐이지 그게 십만 원이고 이십만 원인지가 내가 내 자존감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과 별도로 분리해야 하는 생각을 해요. 그냥 시장가격이라고만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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