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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공간 Aug 12. 2019

성공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Ep.7












농협 농산물 공판장에 취업했다. 제주에서 유통되는 채소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되는 것과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내려오는 것으로 구성된다. 농산물 공판장의 공식적인 휴가인 설날과 추석을 앞둔 날이면 공판장의 생동감은 두 배로 뛴다. 경매가 진행되지 않는 기간 동안 비축하기 위해 주문이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이나 태풍이 오는 날에는 비축한 야채가 없으니 마트, 식당, 학교 급식소 모두 휴무일이 된다. 계절에 따라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해야 차질 없이 식자재를 납품할 수 있다. “유통을 알게 되면 식당을 차렸을 때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겠지?” 정도의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었다.


공판장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채소나 과일만 배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다양한 식당을 상대하면서 요리에 따라 같은 채소도 어떻게 중요도가 달라지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배웠고, 생각지도 못했던 장사의 기본도 몸소 느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쉽게 구하는 상추라고 하더라도 마트, 고급식당, 백반집에서 원하는 상품이 다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당연히 고객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사장님과 25년 거래한 분식집은 고구마 맛탕이 주력 메뉴였기 때문에 늘 최상급의 고구마를 찾았다. 만약 가게에 최상급의 고구마가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사장님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해오셨다. 채소나 과일만 공부해서는 알 수 없을 철학이다.







사장님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셨다. 공판장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비결이기도 했다. 다음날의 물건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에도 경매에 참여했으며,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서 밤 8시에 퇴근하셨다. 성실함이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라고 했다. 30분 먼저 출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채소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납품 업체 별로 구분해서 기억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늘 손이 느리고 행동이 느려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30분 먼저 준비를 시작하면 될 일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야채를 미리 챙기니 꼼꼼하게 챙길 수 있어 더 좋았다. 30분의 마법이다.


일찍 납품이 끝나는 날에는 마트 납품용으로 야채를 소분했다. 소분 작업을 거친 야채는 2배의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가끔은 업무로 오는 스트레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게 되면 불안하기도 하고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 않았다. 야채를 차에 가득 싣고 출발하기 전 늘 믹스커피 한잔을 마셨다. 이 모든 스트레스가 커피 향과 함께 사라졌다.


저녁에는 동문 야시장에서 흑돼지 볶음요리를 판매하는 일을 했다. 창업을 하루빨리하고 싶었다. 오전에는 채소를 공부하고 유통을 배웠다. 저녁에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취향을 알고 싶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창업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니 행복했다. 가끔 일어나는 실수는 나의 또 다른 배움이었다. 새로운 일의 익숙함을 얻기까지 부단히 노력하고 이겨내어야 했다. 그러다 보면 '나의 기술'이 생기기 시작한다.







야시장이기에 조리하는 과정 나의 얼굴 등이 보여줘야 했고 조리와 판매가 연결되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화려한 음식을 판매해야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동문 야시장에는 36개의 점포가 30cm 간격을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들만의 전쟁터였다. 지나가는 행인을 잡기 위해 토치로 불을 일으켜 시선을 끄는 방법, led조명을 이용해 반짝반짝하는 방법 등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했다.


우리는 그릴과 토치를 이용해 흑돼지를 바싹 익힌 볶음요리를 판매했다. 사장님이 말했다. “3명이 줄 서기 시작하면 그날의 장사는 그럭저럭 될 것이다. 5명이 줄 서는 순간 5명을 유지하라. 그러면 그날은 대박이 나는 날이다. 단, 5명의 줄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 조리의 불을 조절하거나 간단한 퍼포먼스를 하면서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기다리는 시간을 연장해야 했다. 큰 깨달음이 되었다.







어느 날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사장님은 변화를 시도하셨다. 외부에서 보이는 가게의 모습, 음식이 담기는 일회용기 등을 바꿨다. 놀랍게도 큰 반응이 생겼다. ‘음식을 판매하는 현장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큰 것이 아닌 작은 변화에서 온다. 동문시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훈련을 종종 했다. 사장님은 늘 변화하는 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씀하셨다.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아울러 끊임없는 개발은 요식업에도 필요했다. 야외에서 판매되는 음식은 위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동문 야시장에는 냉장고가 설치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생을 관리하고 음식의 온도를 유지할 것인가? 각각의 부스에서 온갖 아이디어가 펼쳐진다. 우리는 야시장 가까운 곳에 공간을 임대하여 재료가 떨어지면 신선한 음식을 가져올 수 있게 했다. 핑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 발견을 했으면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그것이었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더 단단한 요리사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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