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가 내게로 왔다
학기 초의 해 질 무렵, 강의실에서 나와 느리게 걷는 길에 문득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네이버를 열어 '기타 학원'을 검색했다. 광고들이 화면을 채웠다. '초보 환영. 누구나 악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몇 번의 스크롤 끝에 눈에 띈 학원이 있었다. 다른 광고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문구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끌렸다. 기타는 오래전부터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꿈이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교실에서 기타를 치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손이 닿을 듯한 그 선율이 늘 부러웠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야 겨우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젠 핑계가 없었다.
책상 앞에서 기타 영상을 보고 있던 저녁, 학원의 웹사이트를 다시 열었다. '상담 문의하기' 버튼을 누르며 잠시 망설였다.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기초 기타 레슨을 받고 싶은데 상담 가능할까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손끝이 가볍게 떨리는 걸 느꼈다. 두근거림이 사라질 때쯤, 답장이 도착했다.
"네, 가능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방문하시면 됩니다."
토요일 오후, 학원으로 가는 길은 유난히 천천히 흘렀다. 바람이 부는 거리엔 잎이 몇 장 흩날렸다. 학원이 위치한 건물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창 너머로 희미하게 기타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대기실이 나왔다. 기타를 무릎에 올리고 연습하는 학생과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들이 보였다. 그 소리들이 가볍게 공기 중에 부유했다.
"안녕하세요, 오시기로 하신 분 맞으시죠?"
데스크에 앉아있던 강사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 순간, 새로운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기분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나는 어색하게 발걸음을 떼었다. 설렘과 두려움이 한데 섞여, 천천히 상담실로 들어갔다. 상담실은 작고 아늑했다. 벽에는 다양한 악기와 학원 학생들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자리에 앉자 강사가 물었다.
"악기는 준비되어 있으신가요?"
순간 당황했다. 기타를 직접 본 적도 없는데, 준비라니. 말을 더듬으며 겨우 대답했다.
"아직 없어요. 어떤 기타를 사야 할지 몰라서..."
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괜찮아요. 기초반은 학원 기타로 수업하니까요. 천천히 알아보셔도 돼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강사는 수업 방식과 학원 스케줄을 설명했다. 주말반이 있다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기타를 어깨에 멘 학생과 마주쳤다. 그 학생은 문 앞에서 기타 줄을 튕기며 웃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상상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