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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B Aug 06. 2021

건강한 자기감 없이 부부가 되면

하인즈 코헛(Heinz Kohot)의 자기 심리학은 개체가 타인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건강한 자기애는 자기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자신의 정서를 유지할 수 있고 자신을 위로하고 달랠 수 있다. 대상과 의존, 집착 없이 너, 나 관계로 되고 만족스러운 자기감을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 부모, 특히 모로부터 아동이 인정, 지지를 받으면 나는 대단하다는 자기 과시적 반영이 생겨난다. 또 유아는 강력한 부모와의 합병을 통해 외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데, ‘이상화된 부모와의 합병으로 외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기 존중감’이 높아지게 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공감이 생겨난다. 반영과 공감을 통해 건강한 동일시와 건강한 자기애가 생겨나며 꿈과 이상이 통합의 과정으로 나아간다.      



신혼 초 나는 큰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직장 일을 그만둔 채 출산할 때까지 2년 정도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만 했다. 워낙 바깥 구경 나가고 새로운 것을 좋아했던 터라 바깥바람을 쐬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같이 나가자고 한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직장 일로 피곤해 있던 남편은 늘 집에서 쉬는 쪽을 택했다. 한두 번은 남편을 먼저 이해하는 선에서 타협을 했다. 그래서 나 혼자 바람을 쐬고 오기도 했었고,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서 기분 전환을 하고 돌아올 때도 많았다.      


하루는 화가 나서 선배 언니 집에서 하룻밤 묵고 온 적이 있었다. 선배 언니가 임신한 부인이 집 나가서 하룻밤을 자고 와도 먼저 연락도 안 하고 찾지도 않는 남편을 이해불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너무 서운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제대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상대 마음을 살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한 번도 내 입장에 대해 먼저 배려해주지 않는 남편이 점점 야속하고 미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나가자고 하면 집에 있고, 내가 집에 있자고 하면 회사일 있다고 혼자 나가버리기 일쑤였다. 빨리 준비해서 나가자고 하면 느릿느릿 준비하는 그야말로 청개구리 같은 심보를 가졌다. 내가 시댁 제사 준비 때문에 빨리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친정 가족 모임에 사위로서 참석하는 것은 귀찮아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보수적인 가부장제 꼰대’ 그 자체였다.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 이 남자는 연애 때나 결혼 후에나 변함없이 일관된 사람이라서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다. 원래부터 남을 먼저 살피거나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사람에게 자상하고 상대를 배려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의존하려고 했을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혼인신고서를 써서 낼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남자와 잘 맞을 것이며, 또 맞춰 나갈 수 있다고 막연하게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연애 때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라곤 황사 먼지 뿌옇게 올라오던 날 받은 히야신스 화분이 전부다. 연애 때도 사실 자상하거나 매너가 있다거나 로맨틱하지도 않은 일명 ‘나쁜 남자’ 유형에 더 가까웠다. 이제 와서 도끼로 내 발등을 찍으며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둘 다 불완전한 상처투성이였고, 건강한 자기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안 싸우고 지낼 수가 있겠는가? 날마다 싸우고 날마다 부딪혔다. 의존하면 할수록 기대를 했고,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 매일매일 싸웠다.      


남편과의 이혼 대첩 중이던 7년 전 나는 친정아빠의 폭력을 피해 친정엄마를 쉼터로 나오도록 적극적으로 주선했다. 안팎으로 힘든 상태였고, 많이 지쳐 있었다. 친정아빠는 자식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엄마를 집에 돌아오도록 하려 했는데, 내가 반기를 들고 엄마를 아빠로부터 분리시켰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내 선택에 아빠는 분노했고, 엄마도 불안한 상태였다. 하지만 친정 엄마 아빠 사이에서 조금은 다른 선택을 시도했던 것은 지금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에서 남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라는 존재는 더 심하게 약하고 더 심하게 흔들리는 ‘자기감’ 상태였다. 친정아빠와 엄마일로 남편에게 상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고, 나 혼자 견뎌내야 하는 숙제처럼 여겼다. 너무 외로웠다. 나는 철저히 세상에 혼자 버려진 고아가 된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 나를 달랠 힘조차 없었다. 나에 대한 만족감이 없어서 더욱더 남편에게 의존하고 집착하고 더 큰 기대를 했다. 어긋난 기대로 인해 매일 싸우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인즈 코헛의 자기 심리학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나나 남편 모두 만족스러운 자기감을 갖지 못한 채 살아왔고, 부부싸움을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나 공감을 하지 못한 채 공격하는 데에만 집중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둘 다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다독거리지 못한 채 상대를 향해 화를 분출하고 있었던 상태였었다.      


상담 공부를 하고 화해를 하면서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불완전한 존재'로  '의존'하지 말고, '독립된 개체'로 존중하며 '의지'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금도 유효하다.  


'나는 자라면서 얼마나 건강한 자기감을 갖고 살아왔을까?' 


한 번쯤 남편과 각자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묻고 답해보는 시간을 조금 더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부부가 함께 이야기 해보면 좋을 질문거리들


나는 내가 좋은가?’

나는 나에 대해 만족하는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 수 있나?’

나는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지지받으며 살아왔나?’

나는 자녀들에게 존재 자체로서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는가?’

나는 자녀들에게 얼마나 반영공감을 해주는가?'

우리 가정은 반영공감의 전당인가?'

우리 일터는 건강한 반영과 공감의 전당인가?’

우리 사회는 건강한 반영공감의 사회인가?'     


배우자 만족도를 결혼 연차별로 측정해 보면 첫아이 출산 후 1~3년 사이가 가장 낮게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혼'을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출산 후 1~3년은 아이를 낳은 엄마들에게 지옥과 같은 시기다. 전업주부든 취업주부든 집안일과 자녀 교육이라는 엄청난 부담 속에 가치관과 생활습관, 취향, 성격 등이 송두리째 깨어짐을 경험한다. 그런데 이를 겪고 있는 나를 잘 이해해 주고 도와주어야 할 남편이 남보다 못할 때, 그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 신의진의 아이 심리백과 190.     


아이를 키우는 단조로운 일에 매달려 있는 여자는(나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러리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고통을 받는다. 하나는 다른 어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분리되어 살아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해 대는 온갖 요구들에 들볶이는 것이다.  

- 스포크 <부모로 산다는 것> 106<부모의 문제들 Problems of Parents>     


부모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은 아이들에게 무척 중요하지만, 노력 없이 그냥 얻어지지는 않는다. 엄마들이 자녀들에게만 매달려, 그들의 온갖 자질구레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느라 배우자와의 관계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 위에서 일광욕하겠다고 돗자리를 펴는 격이다. 하찮은 일(여름 캠프는 어디로 보내는 것이 좋을까, 노란 물방울무늬 양말은 어디에 있을까 등등)에 몰두하느라 큰 그림을 놓치고도,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 <좋은 엄마의 두 얼굴>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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