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여유 May 30. 2024

어쩔 수 없는 대로 내버려 두기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을 읽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쉽게 시작한다. 문제는 하고 싶은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시작만 해도 이미 반이라니 이런 꿀혜택을 놓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시작한다. 마치 적립금 1천을 받듯이. 자기계발서를 보아도 많은 책에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쓰여있다. 역시 그렇구나! 시작하는 힘에 탄력을 받는다. 그렇게 시작한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 빨랫대에 빨랫감이 수북이 쌓인다. 이전에 널었던 것을 좀 정리하고 새로 올리면 좋으련만. 결국 빨랫대는 주저앉고 만다. 버티지 못할 거면서 일만 잔뜩 벌이며 차곡차곡 쌓인 빨래에 와르르 무너지고 나면 빨랫대를 탓한다. 그동안 이런 패턴을 반복해 왔다. 관심 있는 일을 시작하고 또 시작한다. 버거워하다가 하나둘 해야 할 일을 놓치기 시작한다. 놓친 사실이 화가 나고 성실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에 점점 더 하기 싫어진다. 더불어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의욕이 사라진다. 처음의 원대했던 마음은 쪼그라든 지 오래다. 결국 누가 억지로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엉망진창인 채로 대충대충 마감을 해버린다. 시멘트를 처음에 열심히 바르기 시작하다가 결국 굳지 않은 시멘트 위를 막 걸어버리는 것이다. 마음에 거친 발자국이 남는다. 시작할 때는 매끄러운 시멘트가 굳고 나면 예쁜 색 페인트를 바를 작정이었는데 그런 계획은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자취를 감춘다.


빨랫대 한쪽이 부러져서 기울어져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연노랑 표지가 질감이 느껴진다. 오돌토돌하다. 기분 좋은 표지 위에 사진도 일러스트도 없이 제목만 크게 쓰여있다.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좋은 말이긴 한데 약간 식상하다. SNS 감성의 자기계발서를 흉내 낸 에세이인가 싶었다. 표지를 열어보니 20만 부 기념 음료 쿠폰도 들어있다. 자세히 보니 지은이가 운영하는 카페란다. 카페사장님이구나. 부럽다. SNS운영하고 카페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인가. 요즘 이런 책이 유행이구나. 얼마 전에도 중쇄에 중쇄를 거듭했다는 베스트셀러를 보았는데, 실망스러운 책이 있었다. 본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작가의 말에서 삐딱하게 자리 잡은 선입견이 와장창 무너진다. 인덱스를 붙이는 나를 발견한다.  


저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왜 살고 있어?"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왜 살아가느냐는 질문에 이어지는 또 다른 질문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갈 거야?"라는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대답들이 존재하겠지만, 중심이 잡혀 있는 사람은 '왜' 살아가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과 철학, 즉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을 갖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중.

엇, 이거 요즘 하는 고민인데 어떻게 알았지. 지금 하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닿게 된다.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그 이후로도 인덱스는 나의 마음에 호응하느라 많이 바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행복해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우선 무언가를 해 보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23쪽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무언가를 바꾸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그냥 하면 되는 것'입니다. 161쪽
바로 지금입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지금 당장 하는 게 좋습니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잠시 넣어두고 지금 당장 해 보는 것이죠. 도전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걱정만 생길 뿐입니다. 스피노자의 명언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 사실은 그것을 위하 노력을 하기 싫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199쪽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일단 지금 당장 시작하라, 는 메시지를 준다. 그렇다면 일단 시작하는 나의 행동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야겠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시작한 용기와 도전적인 태도에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매번 얼버무린 듯 끝맺기를 원치는 않는다. 지금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바꿔야 한다. 시작하고 난 이후 행동에 변화를 줘봐야겠다.


결국 오래오래 달려서 완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려 나가는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중략) 중요한 것은 느리더라도 어딘가로 향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나만의 속도를 찾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멈춰있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도착할 테니까요.
저는 '효율'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평소 인풋 대비 아웃풋이 효과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삶의 균형을 찾는 일'과 '고통과 저항을 받아들이는 일'앞에서는 효율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풋과 아웃풋을 따져볼 수도 없을뿐더러,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몸의 균형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오래도록, 평생을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당장에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전문가들에 비해 실력이 모자라다고 해서 그만두지 마세요. 내가 하는 행위들이 나를 기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쁜 게 하나 있으면, 슬픈 것도 하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비관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 아무리 나쁜 일이더라도 내 인생에 어떤 식으로 녹아드는지는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흔들림 역시 끝은 나고,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때는 분명 올 것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흔들리고 좌절했던 일들을 가치 있게 여기기로 했다. 맨날 저렇게 끝도 제대로 맺지 못하고 흐지부지했던 일조차도 경험을 쌓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실패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성공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리라. 에디슨도 전구연구가 실패할 때마다 잘 안 되는 방법을 또 하나 찾았다고 하지 않았나. 좌충우돌하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도 나만의 속도를 찾기 위함이고 중심을 찾기 위한 일이기를 바란다. 그것은 오래 걸리는 일이라니 당장 완성하지 못한다고 슬퍼하거나 그만두지 말아야겠다. 비관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나아가야겠다.


상황은 계속해서 변합니다. 어쩌면 기복은 롤러코스터보다 심하게 찾아올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중심을 잡으려면 '추구하는 가치나 꿈, 목표'가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해야 할, 해내야 할 일'이 명확해야 합니다.
살다 보면 이와 비슷한 일을 많이 겪게 됩니다. 내 의지와 통제를 벗어나 나를 괴롭히는 일들.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고 씩씩거려 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 된 건, 그냥 어쩔 수 없게 놓아버려야 합니다. (중략)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그냥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일도 생기는 것이죠. 그럴 때일수록 유연하게 대처하다 보면 삶에 틈이 생기게 됩니다. (중략) 그 틈 사이로 좀 더 행복한 것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탓으로 틈을 메우지 마세요.
끊임없이 움직이며 나만의 패턴 만들기.
정신적인 부분을 다스리고 안정된 상태로 끌어올리려면 신체적인 활동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더 큰 어려움으로 빠뜨리는 건 모두 불행이 불러온 '불안'때문입니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니 마음이 움직였고, 차오르는 마음이 불안을 위축시켰고, 위축된 불안은 힘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불안하거나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움직여야 합니다.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누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 의지와 통제를 벗어난 일들에 괴로워하며 불평하고 탓하지 말고 그냥 놓아버리자. 그 일과 나 사이에 틈을 줘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자. 운동을 하고, 쓸모없는 약속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봐야겠다. 이러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또 알아갈 수 있겠지 기대한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마음속이 뜨끈한 에너지로 채워진다. 다시 한번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러다가 또 말지, 하면서 그 기대감을 모른 척하려고 했다. 흐지부지됐을 때의 실망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 때 열광했던 자기계발서를 멀리했다. 흐지부지 됐던 것조차 나에게는 경험이 되고 가치 있는 일부분을 이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힘이 난다. 일단 하면 지난번보다 반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 있기를 소망해야겠다. 정성스럽고 열심을 다해 그동안 모습을 합리화하는 데 성공했다, 오예.


당신은 어떤 다짐과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나요? 저는 매일 아침, 모두의 행복을 빌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또 명상이 끝나면 그날그날 생각나는 2-3명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중략) 그 사람의 오늘 하루가 어떤 식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그들의 하루에 축복과 행복을 빌어주고 있습니다.

책 하나를 읽으면 하나를 실행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장 감동하고 실천해보고 싶은 일은 이것이다. 매일 아침 타인을 축복하다니, 엄청나다. 나 자신 축복할 시간도 갖지 못하는데 명상에 이어 타인의 행복까지 빌어줄 수 있구나. 자기 전에 하루를 되짚다가 화가 나는 일을 생각하며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에 곱지 않은 마음을 먹은 적도 있는 것을 반성한다. 나와는 급이 다른 사람이구나. 흉내일지라도 영혼이 없을지라도 일단 따라 하자. 어느새 익숙해져 나의 습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타인을 생각하며 구체적인 행복을 빌어주고 나면 먼저 행복해지는 것은 분명 나일 것이다. 벌써부터 행복하고 설렌다. 괜한 선입견에 읽지 못할 뻔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소중하다. 오늘이 마지막 줌미팅인데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글로 남겨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