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장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면?

영화 암수살인

by river just

요즘 영화관에 자주 가질 못했다 끌리는 영화도 없지만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마음도 싱숭생숭해지니 뭐 하나에 집중하기 힘든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명절이 찾아왔다 명절은 영화계의 큰 호황이다 연휴에 고향에 가는 사람은 줄고 시간은 남으니 영화관을 찾는 것이다 그런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해 영화관과 영화 제작사들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다 하지만 이번 명절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안시성이 그나마 흥행을 하나 싶었지만 베놈과 암수살인이 개봉하면서 손익분기점이라는 600만을 넘기긴 글러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베놈은 경쟁자 없는 블루오션에 들어와 독식할 뻔(?) 했지만 같은 날 개봉한 암수살인도 만만치 않은 힘을 보여주며 좋은 흥행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movie_image (2).jpg 8개의 눈이 모이면 레이저도 나온다



사실 암수살인의 시작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원래 작년 말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쇼박스 내부 사정으로 개봉이 10개월이나 미뤄지고 실제 사건을 다룬 이야기임에도 유가족의 동의 없이 영화 제작을 진행하여 피해자 여동생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하였다가 개봉 전날 소송 취하로 일단락하는 듯 보이나 영화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 건 사실이다 뭐 항간에는 노이즈 마케팅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어느 쪽이던 이 영화의 제작 의도를 의심하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다.


movie_image (3).jpg 부산 하면 돼지 국밥이다


이 영화를 말하기 전에 우선 암수 살인이란 게 무엇인가 궁금했다 그에 대한 답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암수 살인이란 암수범죄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 범죄가 일어났으나 신고가 되지 않아 수사기관에서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여도 용의자 신원미 파악 등으로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로 우리가 익히 접한 미해결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movie_image (4).jpg 말이 쉬워 맨땅에 헤딩이지


우선 영화 시작부터 범인이 경찰에 잡히고 범인이 형사에게 자진해서 추가 범죄를 자백하는 데에 있어 여타 수사물과는 다른 느낌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용의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형사가 나와 끝까지 용의자를 추격하고 혈투 끝에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를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대신에 작은 단서 하나하나 맞춰가며 여러 상황을 가상해보고 추리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영화다.


movie_image (5).jpg 흙낯빛 연기의 최고봉


영화에서 용의자로 나오는 강태오(가명... 태오란 이름엔 저주가 걸렸나 보다)는 영화 시작 5분 만에 경찰에 잡히고 유죄로 징역 20년을 선고받는다 그런 강태오가 김형민(가명) 형사에게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6명 더 있다고 고백을 한다 범행을 감취도 모자랄 판에 자기 범죄를 뻔뻔하게 자백하고 그런 강태오의 말을 믿고 거액의 영치금에 선물까지 넣어주면서 추가 단서를 구걸하다시피 하는 김형민의 행동에서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범인과 형사의 관계와는 다른 모습에 관객들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그에 대한 답은 영화가 중반으로 흐르면서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각자의 노림수가 있고 서로에게 함정을 파면서 상대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심리전을 벌이는 모습이 이 영화의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movie_image (6).jpg 김윤석 눈이 거의 복붙 수준


강태오 역의 주지훈의 연기가 캐릭터와 찰떡궁합이었다 뻔뻔하게 살인을 자백하는 모습에서는 마치 다른 사람의 범죄를 단순 목격하고서 전해주는 것처럼 덤덤하다 심지어 진짜 살인을 저지른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김형민 역의 김윤석의 연기는 절제되어 있다 감정이 격하지 않고 유심히 강태오의 말을 들으면서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진짜 형사 같은 연기였다 역시 형사 전문 배우답다.


movie_image (7).jpg 세상 혼자 억울한 표정


영화의 끝은 담담하게 끝이 난다 '뭐야 이렇게 끝인가?' 싶지만 어쩌면 그런 끝은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정해져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고 범인은 시작부터 잡히면서 시작했기에 이야기가 더 큰 클라이맥스로 가기 힘들었을 것이고 그런 부분이 관객들에게는 좀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movie_image (8).jpg 아쉽게도 아귀와 짝귀가 만난 증거 사진은 없다


영화 내에서 한해 벌어지는 암수 살인이 200건 정도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숫자가 부산 기준인지 전국 기준이지는 모르겠으나 절대 적지 않은 숫자이다 암수 살인이 모두 다 밝혀지긴 힘들겠지만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줄일 수 있다고 영화 중간중간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 제작과정에 있어 실제 유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아쉬웠지만 결국 감독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지금도 포기하지 않은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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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2018)
감독 : 김태균
출연 : 김윤석(김형민), 주지훈(강태오), 문정희(김수민), 진선규(조형사)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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