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칼은 환자를 위한 메스인가 자신을 위한 칼인가?

드라마 라이프

by river just

최근 드라마 라이'브'를 몰아보기 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라이'브'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라이'프'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방영일이 겹치진 않지만 텀이 길지 않고 이름도 비슷하기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가 자주 생겨 이름을 얘기할 때 마지막 글자에 힘을 주며 얘기하는 게 버릇 아닌 버릇이 되어버렸다.


20180910_100530_4877.jpg 사장님이 결제판 보는 듯 하다


라이'프'는 필자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중 한 명인 조승우가 나오는 JTBC에서 방영하는 월화 의학드라마다 게다가 이번에도 이수연 작가라니 이건 무조건 봐야 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참다가 종영을 일주일 남겨두고 보기 시작했고 3일 만에 14회까지 다 볼 정도록 몰입감이 좋다 그래서 이번엔 라이'프'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20180709_090725_4791.jpg 환자는 뒷전인 듯한 포스터


필자는 그동안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골든타임 등등 수많은 의학드라마를 봐왔지만 매번 수술 장면은 불편했었다 환자의 배를 가르고 장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피가 낭자하는 장면이 매회 끊이지 않고 나온다 모든 의사들이 매일 같이 수술을 하진 않겠지만 의사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장면은 수술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얀 거탑 이후에 의학 드라마가 전개가 의료행위 위주에서 그 밖의 의사들 간의 정치와 각 과별 문제점들을 다루면서 의학 드라마는 단순히 의사들과 환자 간의 따듯한 이야기에서 의사와 의사 간의 싸움 의사와 병원 간의 싸움으로 이야기의 범위를 넓혀갔고 그에 한 단계 더해 라이프는 병원과 그 밖의 의료 제도와의 마찰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20180724_141042_4891.jpg 문성근 역의 문성근인듯


라이프는 드라마의 주 무대인 상국대병원의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이보훈 원장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추락사로 응급실에 원장의 시체가 응급처치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김태상 부원장과 함께 들어온다 석연치 않은 원장의 죽음에 부원장이 관련되어있을 것이란 의심이 채 풀리기도 전에 새로 부임한 총괄사장 구승효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를 지방의료의 균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3과 파견을 발표하고 의사들과 마찰을 빚게 되면서 1화가 채워진다.


20180719_095217_0251.jpg 저기에 눈코입 다 있다


총괄사장은 상국대를 인수한 화정 그룹의 계열사인 화정 로직스의 사장으로 있다가 상국대병원으로 온 지 얼마 안 된 최초의 비의료인 사장이다 철저히 이익 중심의 경영으로 강성노조인 화물노조도 격파시켜 그룹 내에서 40대 전에 사장이 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만성 적자인 상국대병원에 온 이유는 딱 하나 병원에 수익 창출이다.


20180724_155817_1920.jpg 눈빛 만으로 압도한다


매년 적자 탑 3인 과는 파견으로 없애고 자회사를 설립해 상국대 병원에 들어가는 모든 약을 독점 판매하고 화정 그룹 내의 보험회사에 환자들의 정보를 팔고 관련 보험 상품을 병원에서 판매하게 된다 이런 정책들이 환자의 이익과는 반대된다는 이유로 의사들과 매번 부딪치지만 구상효의 빈틈없는 논리 앞에 잘 나간다는 의사들도 당해내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


그동안의 의학 드라마가 수술 또는 시술을 통한 의사들 간의 전쟁이었다면 라이프에서는 각자의 논리를 기반으로 한 언쟁을 통해 의사와 의사 간 또는 의사와 병원 경영진 간의 전쟁이 집중 묘사된다 서로의 논리를 앞세워 싸우는 걸 보다 보면 100분 토론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100분 토론을 보다 보면 양 진영 간 의견이 대립하긴 하지만 둘 다 맞는 말 같기도 하면서 둘 다 틀린 말 같기도 할 때가 종종 있다 라이프에서도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치가 않다 물론 재벌이라는 악이 나오긴 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고 그나마 악역인 총괄사장 구승효 또한 탄탄한 논리와 자신만의 소신으로 상대역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설득시킨다.


20180731_170253_9787.jpg 눈빛 만으로 압도한다2


라이프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병원의 민영화, 서울과 지방 병원 간 의료 격차, 병원의 수익을 위한 자회사 설립, 의료 사고, 의사들의 성과제도, 과잉 진료, 대리 수술 등등 의사, 병원, 병원 외부의 관련 공공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다 들춰내려 작정한 듯하다.


라이프는 비밀의 숲으로 유명한 이수연 작가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이자 첫 번째 작품인 비밀의 숲에서는 검찰의 어두운 면을 다 파헤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비밀의 숲과 라이프에서 시나리오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다는 배우들이 많을 정도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자랑하는 작가다 배우들 또한 화려하다 비밀의 숲에 이어 조승우, 이규형, 유재명이 엄청난 열연을 보여주고 있으며 문소리, 문성근, 천호진이 더해져 엄청난 연기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몇몇 시청자들은 이동욱, 원진아의 연기력에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특히 원진아는...


20180806_172113_2264.jpg 존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프는 총 16부작으로 오늘(9월 10일) 기준으로 지난주까지 14회 방영되었고 오늘(9월 10일), 내일(9월 11일) 방영으로 연장 없이 종영하게 된다 지난 14회에서는 부원장이 과잉진료와 대리수술로 궁지로 몰리자 다른 의사들을 비난하면서 클라이맥스로 접어든다 그 속에서 부원장 역인 문성근은 엄청난 호연을 보여주며 드라마 마지막에 열기를 더 한다 부원장이 하는 대사는 지금 의사들이 격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자문한다

왜 한 사람 한 사람 충실하지 않는 거죠?

왜 외국처럼 길게 친절하게 하지 않는 거죠?

왜 시스템 안에 갇혀서 맨날 뱅뱅 도는 거죠?

(이 부분을 몇 번을 돌려 봤는지 모르겠다 진짜 최고의 씬)

이 말들이 개인의 변명으로만 들리지 않는 건 현실이 너무나도 잘 반영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20180905_200232_7488.jpg 이중에 떳떳한자 나에게 돌을 던져라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뭘까?

라이프는 어느 한쪽의 입장만 대변하지 않는다 의학 드라마라고 해서 의사만 옹호하거나 병원 경영진만 악역으로 만들지 않고 각자의 입장을 적절하게 섞어 보여주면서 누가 딱 악역이라고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가상의 악을 처단하는 속 시원함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작 비밀의 숲에서 검찰의 민낯을 보여주듯이 라이프에서도 의료계의 민낯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검사와 의사를 보여주면서 높게만 보였던 검사, 의사들도 결국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작가는 엘리트 계층인 검사, 의사와 시청자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20180905_200248_7371.jpg 맨날 아프고 싶다... 맨날 진료 받고 싶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들 한다 그렇게 다들 각자의 사정에 의해 사고하고 행동한다

의사는 의사만의 병원 경영진은 경영진 만의 환자는 환자만의 고민이 있다

어떤 게 모두에게 이로운 의료체계일까? 그런 체계가 완성될 수 있을까? 각자의 요구에 맞게 의료체계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복잡해질수록 일반 환자들에겐 더 멀게만 느껴지는데 말이다 그런 환경이 의사와 환자 간의 벽을 더 높게 쌓고 있다 1화에서 구승효는 '우리가 일반 회사원 하고 같습니까?'라고 말하는 의사에게 묻는다 '그럼 뭐가 그렇게 다른데요?'




우리나라만큼 의료 선진국이 없다고들 한다 좋은 병원과 훌륭한 의사 값싼 의료비와 누구나 혜택을 받는 의료보험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의 벽이 서로의 불신을 만들고 더 복잡해지는 의료 체계와 보험은 혜택을 받기 어렵게 만들고 의료기관의 수익성을 따지면서 의료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 병원, 공공기관, 환자는 각자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이수연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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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2018)
연출 : 홍종찬, 임현욱, PD : 박우람, 김우현
극본 : 이수연
출연 : 이동욱(예진우), 조승우(구승효), 원진아(이노을), 이규형(예선우), 유재명(주경문), 문소리(오세화), 문성근(김태상), 천호진(이보훈) 외
16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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