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성장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ark Nov 29. 2021

올해의 부정적인 감정은 꼭 영원히 기억할 거다

25살 이후의 삶

멘토링 때 들었던 질문 중 가장 답변하기 힘들었던 것은 "그래서 지금 행복하나요?"였다.


1. 일단 행복하지 않아요 ㅠ

2. 정체되어 있는 나 자신도 싫고, 목적을 잃은 공부도 싫고, 부정적인 생각도 싫어요.

3. 그렇지만 지금 이 불안을 꼭 기억할 거다.


갓 취업한 직후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다. 부모님께 용돈도 거하게 드리고, 엄마랑 처음으로 같이 유럽 여행도 다녀왔다. 마음이 맞는 동기들이랑 매일 술 마시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이랑 맨날 놀았다. 돈도 다 쓸 때쯤에 계좌에 자동으로 꽂혔다. 그냥 지금이 너무 행복했고 계속 갈 줄 알았다.


그러나 직장인이라면 다들 이미 느꼈다시피, 나도 작년(2020)부터 우울함이 시작됐다. 계속 써왔던 일기도 안 쓰게 됐고, 한 해의 키워드를 정하는 일마저 없어졌다. 집에서도 내가 굉장히 예민해졌다는 걸 눈치챘고, 회사 사람들은 그 밝던 내가 점점 일에 찌들었는지 밝음을 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ㅎ


1. 정체되어 있던 나 자신이 제일 싫었다.

고등학교 때 내가 제일 싫어했던 그 반복적인 삶. 지금 다시 되풀이되고 있었다. 이유 없는 선택은 없다며 주체적으로 살던 내가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만 하고 있다. 회사에 7:30까지 출근하고 6시쯤에 퇴근하면 종종 운동을 갔는데, 그마저도 운동을 안 가는 날이면 침대에 바로 뻗어버렸다. 주말에는 오전에 일어나본 적이 없다. 취업한 지 겨우 2~3년이 지난 상태고 아직 서른도 안 되었는데, 앞으로 10년, 20년을 이 짓거리를 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여기에 취업하고자 했던 동기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다. 금융권에서 자금의 흐름을 보며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했었던 내 욕망. 개인의 욕망을 넘어, 돈이 필요한 사람들과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데 내가 관여함으로써 금융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나의 자부심. 이러한 생각들이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2. 목적을 잃은 공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내 시간을 가지길 원했다. 그런데 내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내가 벌어들이는 소득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면 시스템을 구축해서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당시 내 짧은 소견으론 부동산이 답이었다. 처음에는 상가에 대해서 팠다. 관련 책들을 다 읽고, 유튜브도 살펴보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공실이 무서웠다. 9개의 긍정적인 자료를 봐도 1개의 부정적인 자료를 보면 겁을 먹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신문에서는 다들 어떻게든 영끌하여 집을 산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회사 선배들도 집을 샀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사야 할 것 같았다. 클래스 101도 듣고, 부읽남 영상도 엄청 찾아보고 별짓 거릴 다 했지만 내 자금으론 무리란 걸 알았다. 포기했다. 그러던 중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상가는 민간인에게 임대를 주는 것이라면 지산은 법인에게 임대 주는 것이 때문에 공실 우려도 적다고 했다. 서울  기준 주거 지역에 비해 공업 지역이 훨씬 적기 때문에 그만큼 희소성도 있다고 했다. 서점으로 달려가서 지산 관련 책을 다 찾아보고 제일 믿음직한 책들만 골라서 몇 번을 읽었다. 그리고 사려고 알아보는 순간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돼서 급전이 필요하게 된다면..?', '결혼 비용 및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산에 다 묶여 있어서 유동화를 못 시킨다면?' 이런 생각들이 또 들었다.


이렇게 계속 불탔다가 포기하게 되는 경험을 여러 번 겪으니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고, 삶의 목적이 돈이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했다. 스우파를 보면 좋아하는 춤을 추면서도 저렇게 성공할 수 있는데 난 왜 이렇게 돈에 집착하나 싶었다. 이쯤 되니 내 삶의 목적 자체가 틀린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3. 올 한 해는 정말 부정의 끝판왕을 달렸던 것 같다.

그냥 다 싫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출근 엘리베이터에 나 혼자 있어서 얼른 닫힘 버튼을 눌렀다가도 사람이 들어오면 기분이 너무 나쁠 정도였다. 회사 사람들은 당연히 일 하려고 나한테 메신저를 거는 거일 텐데 그런 메신저가 오는 것조차 싫었다. 어느샌가 거울을 보는데 입꼬리가 자연스레 내려가 있더라.


내 모습 중 제일 싫었던 거는 회사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한텐 억지 미소, 가증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방긋방긋 웃기라도 했는데, 집에 왔을 때 가족들한테 그렇게 화풀이를 한 것이었다. 회사 다니기 너무 싫다며 엄마 앞에서 울기도 하고, 내 주변 친구들한테도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전파시켰다. 나도 속으로는 내 소중한 사람들한테 더 잘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는데,,, 그게 진짜 안 됐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감정들을 꼭 기억할 것이다. 어떤 글에서 그랬는데, 내가 지금 힘들고 불안한 이유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랬다. 나는 불안하지 않은 누군가보다 더 내 삶에 열정적인 거일 수도 있다. 그만큼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부동산 건은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내가 매매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 할 만한 것에 더 집중을 하게 된 것 같다.


모든 상황엔 배울 점이 있다. 그것을 스스로 파악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상태는 정체되어 있지만, 내 정신은 정체되어 있지 않다. 내가 아는 나는 무언가를 계속해나가려 할 것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몰입을 잘하는 사람인 줄 알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나에 꽂히면 무조건 서점, 유튜브, 검색 등을 통해 끝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자. 지금 당장 무엇을 얻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장기전이라고 생각하자. 내 온 신경이 과거에 있으면 후회스럽고 미래에 있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다행히 지나간 것에 크게 미련을 두는 성격은 아니지만, 대신 신경이 2배로 미래에 있는 것 같다. 내 성격을 알기에 하루 이틀 만에 고쳐지진 않겠지만,,, 여유를 느낄 줄 아는 것도 내가 행복해지려면 필수로 갖춰야 하는 능력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